<p> </p> <p> </p> <p>아버지가 말했다.</p> <p> </p> <p>"니 조카 백일이다. 저녁 먹기로 했는데 올 수 있으면 왔으면 한다."</p> <p> </p> <p>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조카 아닌가. 내 가족은 미워도, 조카까지</p> <p>미워 할 필요는 없지. 애기가 뭔 죄야. 애초에...</p> <p> </p> <p>아버지가 말했다.</p> <p> </p> <p>"그 때 올 때는 머리도 짧고 단정하게 자르고 와라."</p> <p> </p> <p>난 그 말에 기분이 안좋아졌다.</p> <p> </p> <p>긴머리인 나를 부끄러워하는 아버지의 생각이 고스란히</p> <p>담긴 말이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p> <p>나는 말했다.</p> <p> </p> <p>"그건 뭐."</p> <p> </p> <p>사돈댁이 같이 오는 자리라는 말에 아버지는 내심 조바심이</p> <p>났던 모양이다. 근데 그럴 생각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p> <p>언제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생각한 적 있나.</p> <p> </p> <p>결혼한 동생은 평범하게 사는 예쁜 딸이고, 결혼도 못한</p> <p>아들인 나는 그냥 동생 조카 현금셔틀일 뿐이지.</p> <p>뭐랄까 가족의 화목을 위해 행사자리에서 현금 내놓는 역할?</p> <p> </p> <p> </p> <p>생각해보면 당연하긴 하다.</p> <p>공부한답시고 기대치만큼 못보여줘서 실망한 그분들의 모습,</p> <p>내가 좀 더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과거도 내가 내 자신이 원망스러운데</p> <p>어쩐지 그분들은 나조차 원망스럽게 생각하는 과거에 여전히</p> <p>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내가 죄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를</p> <p>바라는 것만 같다.</p> <p> </p> <p>이제는 그 굴레를 벗어나 새롭게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노력은 안중에도</p> <p>없는 채,</p> <p> </p> <p>나는 그래서 이방인이다.</p> <p>어느쪽에도 마음두지 못하는 이방인이다.</p> <p>그렇게 살아가는 내 마음은 참으로 어떤지도 모르겠지.</p> <p> </p> <p>술을 마셔서 마음이 좋지 않다. 마음이 안좋아서 술을 마신건가.</p> <p>잘 모르겠다. 모든것이 우웅 웅 우우우우우웅 웅</p> <p> </p> <p>빙글빙글 도는 하루의 마무리다.</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