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게시물ID : freeboard_2026179
    작성자 : 스테비아쩔어
    추천 : 3
    조회수 : 953
    IP : 59.23.***.14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4/05/31 00:02:24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26179 모바일
    도전 1일차 - 56세 마라톤 도전, 악마의 수양딸, ㅅㅅ
    옵션
    • 창작글

     

    https://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freeboard&no=2026152

     

    위 링크 글에서 말했듯이 

    오유인들이 던져주는 소재들을 넣어서 

     

    즉석에서 요리하듯,

    하루에 한 편씩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쥐어짜볼까 합니다.

     

    대략

    액자식 구성, 옴니부스 구성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으로 전체가 그려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매편의 이야기가 매번 다른 형태로 연출되는 재미도 좀 주고 싶고....


    여튼 그렇습니다. 

    일단 시작합니다.

     

     

    01. 합석

     

    한눈에 봐도 국적이 다른 4명의 사람들이 서로 자기네 나라의 말로 떠들었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누구 하나 알아듣지 못하거나, 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가장 뒤늦게 자리에 합류한 수림은 자신이 낯선 외국어를 알아듣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림은 그런 것들 보다는 함께 객실을 차지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느꼈다. 첨단의 21세기에 굳이 멀고 먼 목적지를 향해 기차 여행을 고집한 사람들. 게다가 침대가 딸린 객실도 아니고, 좁디좁은 공간에 성인 4명이서 서로 무릎을 맞댄 채로 함께 호흡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 묘한 긴장감마저 안겨주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짧은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를 한 남자가 수림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손을 들어보였다. 그의 손바닥이 얼굴색에 비해 너무 하얗게 보여서 수림은 그의 손바닥을 향해 목례를 하고 말았다.

     

    , 한국에서 탑승한 문수림이라고 합니다.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말릭이라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탑승을 했죠. 이쪽은 페트루스. 저보다 먼저 핀란드에서 탑승했죠. 그리고 저 여성분은

     

    안녕하세요, 셰이카 수아드 빈트 나세르 빈 압둘라 알-미스네드라고 해요. 편하게 수아드 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코카콜라가 그린 산타클로스보다도 더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와 검은 히잡으로도 미모를 가리지 못한 여자가 수림에게 미소를 보였다.

     

    그럼, 다들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그야 달나라죠. 그 전에 내릴 거면, 굳이 이 열차를 탈 필요가 없죠.”

     

    수아드가 시원하게 웃으며 큰 눈을 깜빡였다.

     

    앞으로 이틀은 족히 더 걸릴 텐데, 큰일이군요. 사실 갑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표를 끊은 거라서 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거든요.”

     

    수림은 좁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그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당장 속옷과 양말도 새로 사서 입어야할 판이었다. 그러니 치약과 칫솔조차 챙기지 않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방금 소설가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럼,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알고 계시겠군요! 지루한 여행길에 그보다 멋진 선물은 없죠.”

     

    턱이 네모난 페트루스가 입을 둥글게 벌리며 웃어보였지만, 수림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제 이야기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한들, 여러분들의 SNS보다 재미있을 수는 없죠.”

     

    그럴 리가요! 제가 왜 달나라까지 기차를 타겠어요? 전 스마트폰보다는 눈앞의 사람이 더 흥미롭다고요. , 소설가 양반이 아직 입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 거라면, 제가 먼저 이야기 하나를 해드릴까요?”

     

    수림은 이야기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였다. 페트루스의 겨드랑이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암내가 순간 훌륭한 소재의 향처럼 느껴졌다.

     

    여러분은 악마를 본적이 있으십니까?”

     

    악마라는 말에 수아드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녀도 이야기라면 갈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무서운 이야기라면 극구 사양하고 싶은 눈치였다. 페트루스도 눈치를 챘는지 수아드에게 안심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였다.

     

    긴장하지 마세요, 무서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무서울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길 하려는 거죠.”

     

    악마나 신 같은, 오컬트적인 소재들이 재미있긴 하죠.”

     

    말릭이 크고 하얀 눈을 깜빡였다. 페트루스는 어둠에 묻히려는 말릭의 얼굴에 윤곽을 내려는 듯이 손을 뻗으며 이야길 이어갔다. 마치 페트루스가 내뱉는 말들이 페트루스의 손끝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오컬트라악마! 누구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죠. 아니, 봤어도 알 수가 없죠. 악마는 우리를 완벽히 속이니까요! 이미 우리들 모두가 속았을 수도 있고, 아니, 어쩌면, 이 중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이미 속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 바로, 그런 게 악마라는 거죠!”

     

    수림은 반사적으로 품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내 들었다. 페트루스는 그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어서 연기하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희곡이, 소설이, 영화나 게임 따위의 미디어믹스가! 그려낸 악마의 모습이 어떤가요? 붉은 낯빛에 긴 뿔이 달렸다거나,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독수리 날개보다도 더 큰 기괴한 박쥐날개를 가진 존재처럼 묘사했죠. 한마디로 아주 끔찍한 몰골로 그렸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악마가 여성이라면? 아니, 그에게 딸이 있다면? 그건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 그런 질문이라면, 답은 좀 뻔하지 않습니까? 서큐버스 같은 좋은 사례도 있고요. , 그러니까 대충 반쯤 벗은 글래머쯤 되지 않겠어요?”

     

    말릭이 벌써 흥미를 잃었는지 냉소적인 얼굴빛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 확실히 여러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는 말씀처럼 관능적인 모양새를 보여주긴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분명 악마의 딸이라고 했었죠. 다들 잘 아시겠지만, 원래 딸은 아빠를 많이 닮는 법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진짜 악마의 딸이라면, 글래머일지는 몰라도 얼굴 생김새가 그렇게 관능적이지는 않을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선생께서는 악마의 딸보다는 할로윈 호박이 더 잘생겼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시려는 건가요?”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수아드가 페트루스에게 농담을 던졌다. 분위기가 전혀 무섭게 흐르지 않아 긴장이 풀려서다.

     

    그럴 리가요. 그렇게 일차적인 이야길 해드리려던 게 아니라고요. 하하하. 그리고 지금부터 제가 하게 되는 이야기는 무려 실화랍니다.”

     

    실화?”

     

    , 당사자가 이 자리에 없어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제겐 삼촌이 한 분 계십니다.”

     

    , 삼촌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신 겁니까?”

     

    아니오, 정확히는 삼촌의 온라인 친구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라고 했습니다. , 맞아요! 그는 한국 옆의 섬나라, , 일본. 일본인이라고 했습니다. 맞아요! 제가 똑똑히 기억합니다. 길드원 중에 일본인 아저씨가 한 명 있다고. 그리고 그 일본인 아저씨가 재미난 흰소리를 해서 배꼽 빠지게 웃었다고요.”

     

    이제 뜸은 충분히 들인 거 같은데요? 그냥 이야기를 해주시죠.”

     

    초조하게 펜을 돌리던 수림이 페트루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한번만 더 뜸을 들였다간 그냥 고개를 돌려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악마에게 딸이 있어봤자 그 외모는 악마를 빼다 박았을 테니, 자신은 악마의 수양딸을 찾고 있다고 하더란 말이죠. 아무래도 그쪽이 자신의 이상형과 더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요.”

     

    어이없군요.”

     

    수림이 다시 메모지를 품에 넣었다.

     

    진짜 어이가 없는 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 양반이 정말 악마의 수양딸을 만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냥 만난 게 아니라, 정말 정식으로 교제를 했다고요!”

     

    다음 순간, 페트루스가 잔뜩 경직된 진지한 얼굴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아드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깔깔깔 소리를 내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 악마의 수양딸은, 어떻게 신분증이라도 따로 있다던 가요? 아님, 여자 친구 집 구경이랍시고 지옥 구경이라도 하고 왔다는 말인가요?”

     

    믿거나 말거나, 그 여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던 순간에 남자의 머리 위로 정확히 육백 육십 여섯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올랐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가 떠 있던 하늘이 다음 순간 칠흑보다 어두운 하늘이 되었고, 비바람과 함께 벼락이 떨어져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목이 그만 생을 다하였죠. 그리고 뒤이어 맥도널드도 벼락으로 화마(火魔)에 휩싸였고요.”

     

    ? 까마귀와 고목, 그 다음이 맥도널드라고요?”

     

    이제는 말릭도 꺼이꺼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렇지만, 페트루스는 더욱 굳어진 얼굴로 모두를 둘러볼 뿐이었다.

     

    ,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맥도널드! 그와 그녀와는 아무 연고도 없는, 순수하게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음식점을 찾은 영혼들. 그들 머리 위로 날벼락이 떨어졌다고요! 만약 제 이야기가 거짓이라면, 이 열차는 바로 멈춰버릴 겁니다. 반대로 제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객실의 전등이 네 번 깜빡일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무심한 표정의 전등이 곧바로 네 번. 정확히 네 번을 깜빡였다.

    말릭의 웃음이 멈췄고, 수아드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긴장들 하지 마세요. 진짜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 일본인 아저씨의 나이가 몇인지 제가 말했던가요? 당시에 무려 쉰여섯이었습니다. 이제는 예순이 넘었겠네요. 육백 육십 여섯 마리의 까마귀를 본 그 다음날부터 그 아저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 놀랍게도 그 아저씨는 그 이후로 오늘날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짓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림은 메모를 멈추고 페트루스의 눈빛을 쫓았다. 순간 살인이나, 식인, 토막 같은 제법 고어(gore)한 단어들이 수림의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곧이어 납치, 감금, 강간 같은 단어들이 파생되었고, 역한 불쾌감이 단전에서부터 솟구쳤다. 당장 모두 앞에서 토악질을 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설마

    , 정말 끔찍하죠. 마라톤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하다니! 진짜 미쳐버린 겁니다!”

     

    이번에는 모두의 얼굴에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정확히 네 번 교차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림이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까마귀, 고목, 맥도널드! 마라톤? 크크크크! 차라리 그냥 처음부터 아예 마크 도나르도라고 하시던가!”

     

    정말 무섭긴 하군요. 그 나이에 달리기를 그렇게 쉬지 않고 한다면, 멀쩡하던 무릎 관절도 다 닳아버릴 테니까요.”

     

    수아드가 페트루스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비꼬았지만, 페트루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한층 더 자신의 이야기에 심취해서는 수아드의 말을 차분히 정정해줄 정도였다.

     

    그 양반은 무릎 관절이 닳아버리기 전에 무릎의 살갗이 먼저 다 닳아버릴 겁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기력이 다 쇠하겠죠. 그래도 마라톤이라도 했으니 오늘까지 버틴 겁니다.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했기 때문에 그 나이에도 정기를 다 잃지 않고 버텨내고 있는 거죠.”

     

    잠깐, 지금 그 말은, 그러니까 그 둘이

     

    , 젊은 청춘들처럼! 틈만 나면 서로의 몸을 탐하기 바쁘다고 하네요. 괜히 웃자고 하는 소리도 아니고, 분위기를 묘하게 끌고 가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게 사실인 겁니다. 그 아저씨는 매번 한 차례 사정 후에는 정신이 돌아와 자제하려고 했지만, 그게 결코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니, 독한 마음을 먹고 연락을 며칠 하지 않다가도 결국엔 다시 먼저 연락하게 되더란 말입니다. 오히려 더 집착하고, 더 집착하고, 광기를 인식하면서도 중독된 것처럼 벗어나질 못하더란 말이죠.”

     

    그건 좀 악마적으로 들리긴 하네요. 그런데 그 집착이란 거 구체적으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어떤 행위를 동반하는 형태인지 안다면, 더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포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메모지와 펜을 꺼내든 수림이 어느새 웃음기를 지우고 초조한 눈빛으로 페트루스의 입을 노려보았다.

     

    그야 페티시즘(fetishism). 그것 말고 뭐가 더 있겠습니까? 스타킹을 찢어버리지 못하면, 조금도 충족이 되지 않아서 다시 미쳐버린다고 하더군요. 이성이 비명을 내지르는 기분이라 했던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어떻게든 다시 잠든 녀석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피똥 쌀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

     

    자기혐오와 자기파괴가계속 뒤따랐을 테고요.”

     

    글을 쓰시는 분이시라서 그런지 잘 아시는 군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저의 추측이었습니다.”

     

    추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예리하시네요. 맞아요, 그 아저씨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했어요. 그 나이가 되어서도 참지 못해서, 반드시 스타킹을 찢어야만 하고마치 찢는 순간만을 위해서 사는 것처럼, 순수하게 그게 목적인 사람인 것처럼, 살기 위해서 달리기를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미치도록 한심스럽다고요. 너무 볼품이 없어서 때로는 가여울 정도라고요.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이제 수아드는 완벽히 말을 잃었고, 말릭은 수아드의 말을 찾아주기 위해 말을 고민하느라 말을 멈췄고, 수림은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페트루스의 말을 기록하느라 잠시 말하는 걸 잊었다.

     

    솔직히 그 여자가 정말 악마의 수양딸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의 집착은, 의지는, 정말 악마적이긴 합니다. 어째서 그 행위로부터, 그 순간으로부터 해방되질 못한 채로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펜을 놓은 수림이 고개를 돌려 달을 찾았다.

     

    어째서인지 전 그게 더 인간적으로 들리네요. 로봇은 감히 흉내 내질 못할 인간만의 오류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전 정말 재미나게 들었네요. 뒷부분이 너무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러면 제가 다음 이야기를 이어서 안할 수가 없군요.

    혹시 필름카메라 롤라이35라고 아십니까? 무엇을 찍든 가을 감성이 담기는 멋진 사진기죠. 그게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즐겨 쓰던 녀석인데

     

    수림이 잠시 말을 끊고 입술을 달싹이는 동안 네 사람의 무릎이 다시 맞닿았다.

     

     

    출처 야근하러 나온 사무실 컴에서
    스테비아쩔어의 꼬릿말입니다
    꼬리는 없슴돠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4/05/31 00:13:26  122.153.***.236  돈까스제육  804948
    [2] 2024/06/01 11:32:11  172.71.***.249  sanctus  734011
    [3] 2024/06/04 06:18:07  121.165.***.216  96%충전중  79660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여기는 자유게시판입니다. 텃세금지 / 뻘글환영 / 웬만하면 상호 지적 금지
    2027032
    [] 뱀은 왜 혀가 갈라져 있지? [][] 9. 자유의지 Arizona 24/06/18 19:32 440 0
    2027031
    [] 뱀은 왜 혀가 갈라져 있지? [] 8. 속아서 생기는 일들 Arizona 24/06/18 19:31 431 0
    2027030
    [] 뱀은 왜 혀가 갈라져 있지? [][][][][][][] 7. 흑막 Arizona 24/06/18 19:31 446 0
    2027029
    전기관리안전대행과 관련 비용 문의 [1] 아름다운시선 24/06/18 19:09 504 0
    2027028
    반골.. [3] 센치한바퀴벌래 24/06/18 17:08 717 5
    2027026
    개성과 자의식이 강하고 튀고 반골성향까지 있는 사람보면 [2] 마제타 24/06/18 16:38 701 1
    2027025
    아 젠장 ㅋㅋ [6] 알섬 24/06/18 16:15 755 8
    2027024
    교회 전도사...아줌마 [5] 센치한바퀴벌래 24/06/18 15:57 1235 5
    2027023
    월세 사억? [1] 1976 24/06/18 15:52 987 3
    2027022
    아이 더워 [11] 아냐그거아냐 24/06/18 15:43 756 9
    2027021
    왜 바쁘지? [5] 스테비아쩔어 24/06/18 14:59 684 5
    2027020
    오늘 낮에 학생들... [8] 센치한바퀴벌래 24/06/18 14:58 907 7
    2027019
    울집 남좌..수치가 이상하다고.. [18] 그림마 24/06/18 14:56 1257 12
    2027017
    일본AV클리셰 [9] 알섬 24/06/18 13:26 2052 10
    2027016
    무허허 덥다. [5] 알섬 24/06/18 13:24 795 8
    2027015
    지하철 분실물 생겼을 때 앱으로 신고 조회 되네요 techdream 24/06/18 11:23 717 2
    2027014
    냉국 만들어야겠네요… [27] 오뚜기순후추 24/06/18 10:53 886 10
    2027013
    '불법 댓글' 박광일 수능 국어 강사 3년 만에 복귀 [1] 따스하게불어 24/06/18 10:25 757 0
    2027012
    질문글은 왜 지우나요? [4] Jessie 24/06/18 10:10 565 4
    2027011
    너모 피곤:..) [9] offonoff. 24/06/18 09:54 630 5
    2027010
    집필중인 소설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완성직전입니다. [11] Re식당노동자 24/06/18 08:29 676 7
    2027009
    굿모닝.....`ㅇ` [13] 센치한바퀴벌래 24/06/18 07:28 706 8
    2027008
    식인박테리아 조심하셔요 [13] 곱게미친사위 24/06/18 06:38 1207 12
    2027007
    24살 즈음에 그 애를 만났다(부제: 요노무 기집애) [5] 창작글 꿈결 24/06/18 05:05 904 8
    2027006
    식당에 파리 세마리 [3] 염소엄마 24/06/18 01:26 997 7
    2027005
    갑자기 새우 알러지가 생겼어요 [8] 56565 24/06/17 23:48 1027 7
    2027004
    으아.. [1] 약국 24/06/17 23:44 702 3
    2027003
    내일, 낮 기온 더 올라(33도 안팎 폭염, 강한 자외선, 미세먼지 좋음 [1] 글로벌포스 24/06/17 23:38 706 3
    2027002
    ◈뱀은 왜 혀가 갈라져 있지?_____6. 흑막 II [1] Arizona 24/06/17 23:26 822 0
    2027001
    ◈뱀은 왜 혀가 갈라져 있지?_____5. 관찰적 사실 IV Arizona 24/06/17 23:24 662 0
    [◀이전10개]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10개▶]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