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시 좋아 하시나요?

저는 요즘 시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요.

어제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들어가서 중간고사를 치른 친구가 시험 망친거 같다고 속상해 하길래.

이 시를 보내 줬습니다.

시험 망친 날 - 문태준

운동장을

아무도 없는

심심한 운동장을

신발을 질질 끌며

혼자 갈 때

해바라기들도 오늘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줄로 

담장 아래를 걸어간다

친구가 이 시를 읽더니 자기 모습 같다면서 씨익 웃더군요.

아마도 시험 망친 사람이 세상에 자기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잠깐 친구의 의식에 스쳐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는 뭔가 짧지만 사람들 사이를 관통하는 보편성과, 강렬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좋은 도구 인거 같습니다.

요즘은 시집을 사는 사람도, 시를 추천해 주는 사람도 없어서 뭔가 혼자 고립된 느낌이네요.

그래서 가끔 오유인들과 좋은 시 한편씩 나눠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 읽기 좋아하는 분들 댓글로 손들어 주세요. 

좋아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면 자게에 자주자주 좋은 시 공유할까 합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시 있으면 댓글로 공유들 해주시면 하나하나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봄도 다 끝나가네요. 꽃잎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제 마음도 조금 깎여 나가는 거 같습니다.

두보의 시 곡강도 하나 투척하고 갑니다.

4월의 마지막주~ 모두들 행복하고 평안하길 기원합니다.

<곡강(曲江)>

                                 두보

꽃잎 하나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들거늘

바람에 우수수 지는 꽃잎

정녕 남의 애를 끊나니

이제 다 졌으려니 여겼는데

꽃잎 하나 눈앞을 스친다

술이 몸에 해롭다고

어찌 마시지 않을쏘냐

강가의 작은 집엔

물총새가 집을 짓고

동산의 높은 언덕엔

기린이 누워 있다

곰곰이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모름지기 한껏  즐길지니

어찌 부질없는 이름으로

이 몸을 얽맬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