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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대게집 개업식에 갔음.
개업집 사장과 거래처 사람들 모여 대게를 먹다가
누가 깐풍기를 먹자고 해서 시켰는데, 거래처 사람 중 하나가
자기 친구들이 올거라고 하는거임.
친구들이 왔는데 죄다 여자임.
대충 인사하고 합석했음. 근데 꿈에서조차 '나랑 뭔상관이냐'
싶어서 "대게를 대게 좋아하는 나는 대게 대단한놈일세 껄껄"
같은 드립을 치면서 혼자 쳐웃으며 대게나 먹었음.
분위기가 무르익고 누구는 담배피우러 나가고, 누구는
뒤에 온 여자들하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도 담배피우러 나감.
그와중에 거래처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누가 자기 차를 박고
도망갔다며 그놈을 잡으러 감.
동부 프로미카에서 온 렉카가 그 친구 차를 걸고 있는걸 보며
'술먹고 있다가 박살난 자기 차를 볼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같은 생각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구석에 앉아있던 여자가 밖으로 나옴.
"저기요."
여자가 말만 걸어도 증손주까지 생각하는 설레발을 치는 나로써,
'걍 말건거다. 걍 말건거다.' 라고 나 자신을 세뇌하며 "네?" 하고
대답하자, 여자가 말함.
"대게를 좋아하면 대게 대단한놈이라는 말 되게 이상해요."
"알아요. 저도 이상한거."
"근데 왜 그런 말 해요?"
"내재된 본능같은거랄까 뭐랄까. 그런 말 안하면 죽는병이라도 걸렸나보죠."
"머리는 왜 길어요?"
난 그제서야 여자를 쳐다봤음.
"밥먹고 할 짓 없어서 기르는거긴 한데, 관심있어요? 제 머리 소개시켜 드려요?"
"말도 못하는 머리카락하고 만나서 뭐하려고요."
"적어도 하라는 대로는 할 거 아니에요. 생각나면 연락해요. 머리카락하고 다리 놔 줄게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여자는 한숨을 쉬며 먼 곳을 쳐다봤지만 내 옆을 떠나진 않았음.
"이상한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취미가 있나봐요?"
"그런건...아니고요. 이상한 사람이랑 이야기하는게 처음이라서요."
"신기할만 하죠. 이해합니다."
장면이 바뀌어 모두 취해 인사불성이 되거나, 하나 둘 자리를 뜬 상황이였음.
여자와 나는 어느새 마주앉아 말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음.
꿈이라는걸 인지한건 아닌데, 묘하게 취하지 않아서 신기했다고나 할까.
내가 접시 위에 놓여진 대게를 보며 여자에게 말함.
"식은 대게는 좀 초라해요."
"원래 대게는 비싸잖아요. 식어도... 가격은 같지 않나요?"
"가격 말고요. 그냥 부스러기하고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초라하단 생각이 들어요."
"같은 가격이면 상관없죠. 난 여전히 비싼걸로 보일 뿐이에요."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말을 하려다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테이블 반대편 구석에 앉아 이쪽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안좋은 표정을 짓고있는 남자를 발견함.
"저 남자 누구에요? 전 모르는 사람인데..."
여자가 '아' 하며 조금 쑥쓰러운 듯이 말함.
"친구에요. 원래 여기 올 건 아닌데, 전 아니라고 했는데...
친구로 지내자고 말만 하지 자꾸 저한테 사귀자고 해서 좀 거리를 뒀거든요.
오늘도 거의 억지로 따라온거라 민망하네요."
"아는 사람인 줄은 몰랐어요. 미안합니다."
"미안하실 필요 없어요.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요."
"그쪽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그냥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것 뿐이에요."
"제가 말한게 그거에요. 좀 순화해서 말했을 뿐이지.
초라해졌지만 여전히 비싼 대게나 드세요. 자요."
난 대게가위로 여자에게 대게를 잘라 주었고, 여자는 그제서야
"이상한 사람 맞잖아." 하고 웃음.
자리를 파하고, 모두가 화장실을 가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대게집 사장이 나에게 옴.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부장님."
"아우 뭐가 고마워. 그냥 와서 쳐먹고 마신것밖에 없는데.
내평생 언제 대게를 공짜로 먹어봐. 다음엔 친구들하고 같이 와서
엄청 팔아주고 갈게요."
나는 미리 준비해 간 봉투를 대게집 사장에게 주며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돈으로 가져왔어요."
하고 이야기하자 그는 한사코 봉투를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는 상투적으로 "에헤이 김사장 에헤이"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반 강제로 봉투를 찔러넣어줌.
대게집 사장도 "하 이거 하 사람 민망하게" 같은 상투적인 말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는 척 함.
"오고가는 가식속에 싹트는 사회의 인연?"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자리를 파하고 화장실로 가는데, 화장실 입구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옴.
"그러니까 그사람하고 무슨 이야기 했냐고!"
"...니가 그러니까 뭔 상관인데."
...그 여자 목소리인데, 남자는... 아. 그 구석에 앉아있던 남자인가?
"적어도 내 앞에서 그러면 안되잖아."
"그러면 안될 이유가 뭐가 있는데?"
둘을 지켜보니 남자는 양 손을 자신의 허리를 올리고
강압적으로 여자를 몰아붙이고 있었음.
여자는 그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았지만 두려워보였음.
"내가 널 좋아한다고 계속 이야기했잖아!"
"난 아니라고 했고, 친구로 지내자고 하는 것도 니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날 쫓아다닌 것 뿐이잖아. 난 너 싫어. 오늘도 너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나왔잖아. 난 너하고 만나기 싫어."
"너 그남자하고 연락할거야?"
"할건지 말건지가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그럼 나하고 한번 자. 그러면..."
"야!"
난 뭔가 이성의 끈이 끊어져 달려가서 남자의 허리를 걷어참.
내 발길질에 남자는 화장실 문쪽으로 우당탕 쓰러짐.
"진짜 개쓰레기네. 한번 자? 말 개더럽게 하네 진짜. 저기요.
저 이 분하고 오늘 처음 봤고요. 말 몇마디 한게 다인데요.
방금 그건 진짜 사람으로써 좀 쪽팔리단 생각 안들어요?
내가 동네 창피할라그래. 나이쳐먹고 뭐하는 짓이에요?"
하지만 근본 쫄보였던 나도 만약 내가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제서야 긴장의 끈을 풀고 울려고 하는 여자를
보자 그런 생각이 사라짐.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울었음.
"그래도 시발... 내가... 내가 더 좋아하는데..."
남자는 일어나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옴. 어어? 이거 큰일나는거 아냐?
"빨리 도망가요. 도망가서 경찰 불러요."
나는 여자에게 도망가라고 했는데, 여자가 내 옷깃을 잡고 뒤로 숨음.
그 사이 남자는 점점 다가오다가....
...그냥 지나쳐감.
남자는 엉엉 울며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건물 밖으로 나감.
"뭔 저런... 괜찮아요?"
허무한 결말에 난 좀 당황하다가, 여자를 쳐다보며 안부를 물었음.
여자는 고개만 끄덕이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림.
"아이고 이게 뭔일이래..."
나는 여자를 안아주며 달램.
장면이 바뀌어 나는 여자와 한 침대에 있었음.
"근데요..."
여자가 운을 뗌.
"아까 왜 안아줬어요?"
난 잠시 생각하다가 '어? 내가 왜 그랬지?' 싶어서
"그러게요?" 하고 대답함.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네요. 우린 몇 시간 전에 처음 만났잖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있어도 되는거에요?"
나는 음... 하고 생각하다가, 어디선가 읽은 구절을 떠올리며
제법 근엄한 사극톤 목소리로 여자를 바라보며 말함.
"고려대에는, 풍기가 문란하여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했다.
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 때보다 제법 진보적인 사회가 되었는데
이상할 건 뭐 있나요."
여자는 입을 틀어막으며 '학' 하고 웃더니, "그 말투 뭐에요. 그리고
내가 그쪽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라고 말함.
"모르죠. 나도 내 감정을 잘 모르는데, 근데 아까 제 옷깃을 잡을 때
그래야 할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요?"
"잘 모르긴 해도 좋아해야 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할 지 안좋아할 지 어떻게 알고? 이상한 사람이네?"
"그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이상한 사람인거."
"그리고 나 뭐 하나 또 물어볼게요."
"예 뭐."
"아까 저 안아줄때 왜 거기가 섰어요?"
"아 이... 그건... 이거봐요.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그 닿으면... 그게 그렇게 된다니까요? 말인즉,
남자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있는데, 하나는..."
"알아요. 변명 안해도 돼요.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었어요.
애도 아닌데 뭘 그렇게 변명해요."
"물어보니까..."
그렇게 둘은 웃으며 페이드아웃 됨.
다음날, 나는 여자와 해장국집에서 소주 한 병에 해장국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었음.
"김사장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김사장? 누구 김사장요?"
"아니, 그 대게집 사장이요."
"어."
여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잠깐 말이 없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음.
"어... 아... 걘 갔지. 지금? 지금..."
뭔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던 여자는 계속 말을 이어감.
"뭐? 응. 그렇게 됐어. 맞아. 내 앞에 앉아있던 그 사람.
뭐... 아 내가 애야? 미쳤나봐. 내가 그걸 너한테 왜 말하냐?"
한참을 그렇게 떠들다가 전화를 끊은 여자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함.
"어... 그 대게집에서 일하시는거 아니였어요?"
"네? 제가요?"
"네."
"요식업에 종사하긴 하는데... 거긴 제 거래처 사장이 개업한 곳인데..."
"...그럼..."
여자는 또 입을 틀어막고는 '학' 하고 웃음.
난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머리에 물음표 백개쯤 띄운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봄.
"그 오빠가, 자기 가게 실장이 진짜 잘생겼다고 소개시켜준다고 나오라고
한거거든요. 근데, 왔는데 잘생긴 사람이 하나도 없는거에요.
에라이 사기꾼아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술이나 먹자 하고 있는데 은근히
그쪽이 신경쓰였어요. 그런데 그쪽도 절 되게 신경쓰더라고요."
"잠깐만 잠깐만. 잘생긴 사람이 없다니...."
"그래서 '아 이사람인 그 실장인가보다' 해서 몇마디 나눴는데 왜,
저한테 그랬잖아요. 식은 대게는 초라하다고. 대게에 대해서 말하는거
보니까 이사람이 그 실장이구나... 싶었던거죠."
"아 뭐... 사정이 그렇게 된건 알겠는데, 근데 잘생긴 사람이 없다니..."
"잘생겨야만 뭐 되나요. 마음만 맞으면 된..."
여자는 말하다가 잠깐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임.
"이상한데서 부끄러워 하시네요. 당신 말마따나 애도 아닌데."
"못생겨서 쳐다볼 용기가 안난건데."
"와 진짜 말 심하게 하시네."
나와 여자는 그렇게 웃으며 소주 세 병쯤을 더 마셨음.
거리에 나와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대충 메가커피 스무디를 마시며
우리는 손을 잡고 걷고 있었음.
"근데요. 모아놓은 돈은 좀 있어요?"
여자의 말에 내가 단답형으로 대답함.
"쥐뿔도 없어요."
"하."
여자는 한숨을 쉬었지만 손을 놓지는 않은 채 말함.
"같이 벌어야되게 생겼네. 그나이 먹도록 뭐했어요?
나 고생시키려고 지금까지 안벌어놓은거에요?"
"묘하게 막말인데 기분이 좋네요? 투잡을 뛰어서라도 내가
벌게요.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게 해줄게요."
"근데 그건 안될 것 같아요."
여자가 발걸음을 멈추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함.
나도 멈춰서서 "...왜요?" 하고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함.
여자가 날 쳐다보며 말함.
"그건 다음에 진짜로 만나면 할 일이니까요.
이건 꿈이라서요. 그럼 다음엔 꿈 말고 다른데서 만나요."
"그게 꼭... 그... 진짜로..."
"장담할게요."
난 잠에서 깸.
뭐야 뭔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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