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회사가 조직개편에 인력감축에 아주 난리도 아니어서 미생으로 힐링 중인 직딩입니다.
회사생활의 리얼리티를 잘 살리는 미생이지만, 이번 편은 유독 회사 생활을 하신 분들은 정말 와닿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우어..' 하면서 봤네요.
이번 화에 나온 내용들 중 직장 생활을 하지 않으신 분들께 조금 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것들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1. 주재원?
상사 뿐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주로 영업/수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주재원일겁니다.
주재원이란 본사가 아닌 나라의 지사나 현지 법인에 본사 인력이 가서 직접 업무를 하는 것입니다.
주로 2~5년 정도 파견 형태로 가게 되고, 현지와 본사의 업무 코디네이션과 본사의 경영 방침을 현지에 전파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 주재원을 다녀와야지만 현지 전문가라는 career를 쌓을 수 있는 것이고, 회사 내에서의 승진이나 차후 임원 승격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주재원 TO가 무한정 있는 게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본사에서 충분히 실적을 쌓고 평판이 좋은 직원이 아니면 주재원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현지에서의 모든 체류비가 지원이 되고, 가족들도 함께 외국으로 나가서 생활하게 되며, 봉급 외 수당도 나오는 등 본사 근무보다 더 많은 혜택과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주재원 가라고 하는데 싫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극 중에 김대리가 콩고 주재원 가라는 걸 거절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 처럼, 주재원 비선호 국가들도 물론 있습니다.
주로 후진국/개도국이거나 해당 회사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나라들이 기피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의 경우 기피 국가로 가는 경우는 더 좋은 +알파 조건들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주재원 = 몇년 간 온 가족의 해외 체류를 회사 돈으로 해 주는 기회라고 이해하셔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2. 일로 힐링?
하... 원작에도 없는 이 부분 보면서 직장 생활도 안 한 작가들이 어떻게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었을까 싶었는데요.
회사 일 하다보면 사실 '일다운 일'을 하는 시간보다 '일같지도 않은 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일의 본질적인 고민보다 정치, 보고, 불합리한 프로세스 등에 허비하는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정말 일 그 자체에만 매몰되는 어떤 순간이 오면 힐링되는 기분이 듭니다.
주로 단기 TF라든가 몇박 몇일짜리 집중 교육 같은 경우에 많이 느끼는 기분인데, 이렇게 일만 생각하고 일 하고 나면 정말 뿌듯하고 정화되는 기분마저 들거든요.
일을 일로 힐링한다는 게 어불성설 같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회사 생활하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하실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3. 꽌시?
관시를 중국말로 읽으면 꽌시죠.
중국과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게 꽌시입니다.
이건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인데, 개인적인 친분, 비업무적인 공감, 주고받는 정, 오고가는 현물, 술자리, 나 한번 너 한번 등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포함됩니다.
미주/유럽 국가들과 비즈니스할 때에 절대 하지 말아야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걸 소홀하게 하고 일이 돌아가는 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비업무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므로 부정/부패가 연루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어쩔 수 없는 관행이자 현실입니다.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여러모로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중국 정부와의 관계, 공산당과의 친분, 중국 외 국가에 대한 상대적 배척 등이 실존하기 때문에 꽌시를 무시하면 중국 내에서 비즈니스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처음에 중국에서 재미를 못 봤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소한 예를 들자면,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가 준비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박쥐 요리가 나왔는데 그걸 안 먹는 바람에 불쾌해진 파트너사가 거래를 끊었다라든가, 신규로 사무실을 오픈한 동네의 관공서에 인사를 안 다녔더니 쓰지도 않은 상수도세를 몇백만원씩 끊었다든가 뭐 이런 것들입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태양열 관련 수주 규모가 5억불이라고 나오잖아요?
거대한 중국에서 뭐 하나 터뜨리면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이 중국과의 거래에서는 이러한 꽌시를 관행상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차장이 초반에 '이건 선(善)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맞죠. 선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안 할 수는 없는.... 그냥 현실입니다.
4. 선차장 후임들의 행동?
과장 하나 대리 하나 있었죠.
그 위 보스가 선차장인데, 여자 보스가 가정 사정으로 업무를 그만 둔다고 합니다.
이 경우, 가장 많이 선택되는 방법이 차선임자 - 극중에서는 황(?)과장이겠네요 - 를 임시 팀장으로 앉히는거죠.
회사는 제대로된 보스를 물색하면서 동시에 그 임시 팀장이 업무하는 걸 지켜봅니다.
사람이란 게 뽑아야 할 때 금새 뽑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 팀장이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어느 정도 실적을 내면 다음 해 인사 시즌에 정식 팀장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황과장 입장에서는 선차장의 갑작스런 퇴사 = 절호의 기회인 것이지요.
그러니, 황과장은 회사에서 껄끄러워하는 파키스탄 건을 선차장 아픈 사이에 진행해야 할 이유가 없는겁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당장 실적이 눈에 보이는 사업들, 그리고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는 사업들을 해야 하는 것이죠.
선차장은 엄청 서운했겠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만일 선차장이 정말로 그만 뒀는데, 임시로 앉힌 후임 팀장이 계속 그 거슬리는 파키스탄 건을 조물락 거리고 있는다?
회사에서 그 사람은 상당히 미운 털 박힐 것이고, 최대한 빨리 정식 팀장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매 회가 레전드라는 미생 중에서도 오늘 이 편은 정말 많은 부분이 와 닿는 에피소드였어요.
오늘이 금요일이니 내일 또 미생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