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층이다. 난 파견된 용병이고, 우리의 높으신 보호 대상자께서는 57층에서 목숨을 담보로 내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번쩍이는 새 기기의 호출 알림이 울리자마자 건물에 진입했다. 복제한 보안 카드를 대 57층으로 향했다. 훈련받은 몸이지만 긴장으로 심장 뛰는 속도가 증가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엘리베이터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가벽으로 나누어져있어 나를 볼 수 없겠지만, 우측에 분명히 상대가 있다.

검은 정장에 멋들어진 머리, 라는 게 상부에서 말한 보호 대상이었다.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다가간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격발할 위치다. 

하나, 둘, 셋! 검은 정장이지만 탈모가 심한지 볼품없는 머리를 한 남자! 보호 대상이 아닌 타깃이다! 발사!

탕, 탕!

어라? 근데 왜 한 남자밖에 없지? 우리 보호 대상은? 그 순간 보이지 않던 소파 밑에서, 회색 정장을 입은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남자가 튀어나와 내 심장에 총알 두 발을 박았다.

으윽.. 보호 대상이 왜 나에게? 전달 받았을텐데? 그런데 회색 정장?

이미 늦어버린 시점에 남자는 깨달았다.

조직 상부에는, 탈모가 아닌 자가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멋진 머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