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편임.
혹시나 아쉬워서 내가 에필로그는 남길 수 있지만 이게 마지막편임.
1편좌표
2편 좌표
3편 좌표
4편 좌표
전편에 이어...
정신을차렸을 땐 낯선곳에서 낯선사람들이 시선에 들어오는데...
나 "......."
상대방 "쾐차놔요우?"
나 "......."
외국 여자 나이는잘 모르지만 50대중 후반의 낯선 백인 여성이 어색한 한국말로 괜찮냐고 물어봄.
정신을 좀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좀 덩치가 있으신 어르신 한분과 그녀가 걱정스럽게 날 보고 있었음.
뭔상황인가 인지할 새도 없이 급하게 일어나려다 눈앞이 핑돌아 앞으로 꼬꾸라짐..ㅠㅠ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덩치있으신 어르신이 나를 다시 쇼파에 눕히심.
그때 천장을 보니 이제서야 눈에 뭐가 좀 들어오기 시작함.
중앙에 큰 샹들리에가 있었고 무슨 저택의 거실 같은 느낌이 들었음...
짐작으로 미뤄봐서 아마도 그녀의 집인 듯 싶었음.
어르신들이 자리를 피해 주시고...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나를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이 연출돼버림..-_-
순간 이대로 내 청춘이 끝나나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별의 별 생각까지 다 들었던것 같음.
아무튼...
몸에 힘이 안들어가서 일어날려고 하는데 잘 안일어나짐...
무슨 중병걸린 노모 부축하듯 그녀가 날 부축하고 앉히는데...역시 운동하는 여자임..-_-..
나 "여기가..xx씨 집이죠??"
소개팅녀 "네...저희 집이예요.."
나 "아까 그분들은...??
소개팅녀 "아 저희 부모님들이세요"
나 "부모님이요??"
소개팅녀 "네...아빠랑 새엄마요"
나 "네....ㅜ_ㅜ"
덩치 있으신 어르신은 그녀의 아버님이고 백인 여자분은 새어머님이심...-_-...영어유치원 원장님..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니 자기가 주점으로 들어가서 주문하려는데 안따라 들어오길래 화장실 갔나 싶어 좀 기다려보다
그래도 안들어와서 다시 나가보니 차문 열고 내가 엎어져 있더라며...-_-...
괜찮냐고 막 깨우는데...내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막 했다고 함...뭔 레이아웃이 어쩌고 저쩌고...컨트라스트가 어쩌고 저쩌고...
(기절한 상황에서도 직업 정신이 발휘 된 것 같음...ㅜㅜ)
기절한건가 잠꼬대인가 햇깔려서 구급차를 부를까 말까 했는데 구급차가 올려면 시간도 걸릴것 같고 뭐 그리 심각해 보이진 않아서
그냥 자기가 날 내차에 태우고 운전해서 자기 집까지 왔다고 함...아무튼운동하신 분임
집에 도착해서는 아버지가 날 업고 거실 쇼파에 눕혔다함...
그 와중에 난 또 계속 중얼중얼 하고...-_-...그상태로 한시간 쯤 있다가 내가 깨고 지금 상황이라고...
아...밀려오는 쪽팔림과 자과감과...안겪어본 사람 말을 말아야됨...ㅠ_ㅠ...
그뒤로 별말없이 한 30분 누워 있었나...뭔가 죽인지 스프인지 모를 따뜻하고 끈적한 걸 먹고나니 좀 기운이 나는 듯 함.
정말 감사하다고 그리고 죄송하다고...아버님 어머님은 나중에 다시한번 찾아뵙고 감사드리겠다고하고 걱정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집을 나왔음...뭔놈의 집이 그리 큰지..현관에서 대문까지 한참 걸리고 계단도 많음...-_-...비틀거리며 대문까지 왔고 다행히 차는
대문앞에 있었음...앞 범퍼를 담벼락과 밀착시킨채로...ㅠ_ㅠ...뭐 어떻게 보면 생명의 은인이신데 범퍼떠위가 중요한게 아님...
비틀거리며 차문을 열려는데...문이 안열림...-_-...차키...ㅠ_ㅠ
그나마 핸드폰은 코트 주머니 안에 있어서 그녀한테 문자를 보냄..."저...혹시 차키는...??"
답장은 없고 사람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림....역시 운동하는 분이심...
소개팅녀 "차키 여기요...괜찮으시겠어요??...힘드시면 대리라도 불러 드릴까요??"
나 "괜찮습니다. 제가 전화로 불러서 가겠습니...읔...."
소개팅녀 "어머!!!!"
하필 그때 쌍코피가 주르륵 나오고 2차로 털썩...ㅠㅠ
급히 그녀가 날 또 부축하고 다시 집으로 입성...ㅠ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부축을 받으며 그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그때 정말 이성의 끈이 잘려나가는 순간을 경험함...
정말 서럽고 그녀한테도 미안하고...ㅠ_ㅠ...소리내어 울었음,,,ㅜ_ㅜ...
집안에 들어가서 다시 쇼파에 눕고 그녀의 부모님은 또다시 나와보시고...ㅠ_ㅠ...
아마 딸래미 소개팅 한번만 더 하면 초상치를거 같다고 생각 하셨을 듯...
한 2-30분 누워 있었나...다시 일어나서 부축하는 그녀한테 이젠 괜찮다고...
울어서 두눈은 시뻘것게 퉁퉁 붓고 콧구녕은 휴지로 틀어막고..."이젱 괭창승니당"....
당당하게 어르신들께 인사 드리고 내 발로 그 집을 나왔음...ㅠ_ㅠ...
비틀거리며 대문을 향해 가는데 망할놈의 마당은 왜이리 긴지...
어렵사리 대문을 열고 차문을 여는데 그녀가 후다닥 또 뛰어나옴...
소개팅녀 "저...이거 아버지가 드리는건데 받아가세요..."
나 "넹...??...(코를 막고 있어서 진짜 소리가 이렇게 나옴)"
소개팅녀 "몸이 좀 허해 보이신다고 좀 괜찮아지시면 보약이라도 드시라고...""
두손으로 흰 봉투를나한테 공손히 내밀고 있었음...
나 "..........."
소개팅녀 "괜찮아요...우리아빠 돈 많아여.."
하아...이여자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음...잠시나마 나이팅게일로 보였다가 또 다시 개념 탈출한 분 같기도 하고..ㅠ_ㅠ
굳이 가져가라는걸 한사코 마다하고 인사하고 차 시동을 걸고 코너를 돌았음...백미러에서 그녀가 안보이는 걸 확인하고
차 시동을 끄고 한동한 멍하게 있었음...정말 내가 이럴려고 40년 가까이를 살았나 하는 자과감을 청와대 그분 보다
3년 빠르게 느꼈음...ㅠ_ㅠ...
사실 자존심 때문에 운전하고 코너는 돌았지만 차 핸들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음...
이 상황이 되니 모든 분노는 소개팅을 주선한 전직 부하여직원을 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
이때가 한 12시 전후 였던 거 같음...
아까 보낸 카톡을 보니 분명 1자는 없어졌음...-,.-.
카톡이고 뭐고 일단 전화함....컬러링으로 뭔가 나오는데 뭔지 기억도 안남...
지금이 몇시인지는 중요하지 않음...코피도 멎음.
전직 여직원(현 결혼 예정자) "여보세요...아니 팀장님 또 밤늦게 전화하시네...지금까지 만나고 계셨던 거ㅇ....."
나 "야이 ㅑㄴㄹ아ㅓㅠㅍ나...흐엉엉엉...ㅠ_ㅠ...청바지 가지고 빨리 이리로 와...엉엉...ㅠ_ㅠ"
전직 여직원(현 결혼 예정자) "..........."
나 "너 때문에 내가...흐엉...ㅍ아ㅓ러ㅠㄹ....빨리 튀어와이쒸...ㅠ_ㅠ"
전직 여직원(현 결혼 예정자) "진정하시고 거기가 어디예요??"
나 "흐엉엉엉,,,여기가...어디지...??..."
전직 여직원(현 결혼 예정자) "........."....
나 " 다시 전화 할께...훌쩍..."
냉정을 되찾고 소개팅녀한테 문자함..."저 ...대리 부를려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주소가...??...ㅠ_ㅠ""
답장은 없고 또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 들림...역시 운동하신분...ㅠ_ㅠ...
정말 본의 아니게 찌질함의 끝을보이며 차에서 내려 말없이 고개를숙임...
나의 마음을아는듯 그녀는 말없이 전화번호를 눌러 대리를 불러주심...
소개팅녀 "여보세요...여기 분당구 구미동..XXXXX"
분당구 구미동이었음...나는 앞으로 정말 분당구 구미동을 지나칠 일은 없을 것이며 이 곳을 지나쳐야 할 일이
생기면 경부고속도로 타고 수원 갔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함...ㅠ_ㅠ...
아무튼...
대리기사가 오기 전까지 말없이 그녀는 곁에 있어줬음...
너무 어색하고 살짝 궁금한 것도 있어 내가 먼저 말 걸음
나 "저...차가 있으셨어요??"
소개팅게일 "아뇨...갑자기 왜여??"
나 "아니...대리운전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는 거 같길래...-_-"
소개팅게일 "아...아빠차로 가끔...^^;;"
나 "아...네...."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개념과 무개념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시며 대리기사에게 나를 인수인계하고 백미러 넘어로
손을 흔들어 주심..ㅠㅠ...
아무튼 이렇게 이 스펙타클한 하루는지났고 대리기사님이 깨워서 눈 뜨니 집앞임.
소개팅게일 님의 잘 도착하셨냐는 문자에 "덕분에 잘 도착했습니다"..라는 답장을 드리자마자 다시문자가 옴.
"오늘 즐거웠어요...담에 또 뵈요^^"...
2013년 12월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토요일 밤의 일이었음.
이 후에 그녀와는 가끔 안부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에서 지금은....그냥 문자마저도 끊긴사이임. 썸 따윈 1도 없음.
가끔 전직 부하여직원이자 현 와이프 예정자님의 언니분과 함께 할 자리가 생기면 안부를 물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내게 지은죄가 너무 크다는 생각인지 서로 눈치보고 그녀의 이야기는 꺼리게 됨.
여기서 나보다 나이가 좀 덜 된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그나마 몇년 더 세상을 경험한 선배로 한말씀 드리자면...
몸 안좋을 때는 소개팅이고 나발이고 집에서 씻고 자는게 최고라는 거임...
여기까지가 소개팅 멘붕에 대한 썰이었고 뒤의 소소한 얘기는 에필로그로 정리해 볼까함.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