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을 좋아하는 흔하디 흔한 오유징어입니다.
저는 이런 저런 이유로 홍콩을 꽤나 자주 갔습니다.
홍콩은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은 동네인데, 언제나 비루한 호주머니 사정으로 인해서 아주 다양한 음식들을 경험하지는 못해봤지만
모두가 다 가는 식당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예전부터 소개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특정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소개한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곳일 수 있지만 그래도 홍콩 여행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실 것 같기에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라서 반말체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홍콩은 무한한 지름을 부르는 소비의 도시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역시 별 반박의 여지가 없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오사카의 구로몬 시장에서 먹는 스시, 킨류 라멘, 치보에서 먹는 오코노미야키(거기가 왜..? 라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국인이 매우 많이 가는 곳이라는 사실에는 별 이견 없이 동의하실 것이다.)와 같이 홍콩에서도 교과서처럼 먹고 와야 하는 음식들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다. 팀호완에서 딤섬 먹기, 호홍키에서 완탕면 먹기, 타이청 베이커리에서 에그타르트 먹기 등등.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위에 열거된 음식들의 맛을 따지는 것을 떠나서 홍콩이라는 도시에서 조금 더 다양한 음식들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테니깐.
그리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혹시나 주변 사람들에게 홍콩에 갔다왔다는걸 조금 더 세련되게 티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하였다.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라고 혼자서만 생각하는) 홍콩의 먹을거리 편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랴. 내 입에만 맛있으면 됐지. 그리고 팀호완 맛있다. 엄청 맛있다.
나는 언제나 가난하게 여행을 다니는데다가 무슨 음식이든 맛있다고, 심지어 매우 맛있다고 느끼는 역치가 아주 낮다. 그렇기 때문에 먹어본 음식의 종류도 많지 않고, 그게 정말 맛있는 음식인지 아닌지 판별식처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을거라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음식의 맛이란 철저히 개인의 주관이니 고작 사진 몇장과 글 몇자를 가지고 맛이 있다 없다 따지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바, 이 글은, 그냥 이런 것이 있구나. 하고 살펴보면서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직접 경험해보거나, 남들과 홍콩을 주제로 수다를 떨게 되었을 때 마치 위의 장소를 갔다온 것 처럼 슬쩍 흘려 홍콩 여행 전문가처럼 보이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1. 청차우 해산물 레스토랑
'청차우(Cheung chau)'라고 하여 홍콩섬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 가량 가면 만날 수 있는 섬이 있다. 과거 홍콩의 생활양식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며 홍콩섬에서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있는 고즈넉한 곳이기에 현지인들에게 휴양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매우 멀어보이지만 홍콩은 무지하게 작은 섬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
나는 2014년 겨울, 여자친구와 함께 청차우를 다녀왔다. 내가 저곳을 알아내서 가자고 했던 것은 아니고, 당시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여자친구가 룸메이트였던 현지인 친구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었다.
청차우에 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센트럴 역 부근에 있는 '5번 항구'에서 배를 타면 한시간만에 당도할 수 있는 섬이니 겁먹지 말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밤 11시 45분까지 배가 운항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청차우로 들어가는 배는 11시 55분까지, 청차우에서 센트럴로 나오는 배는 11시 반까지 운행을 한다. 배삯은 성인 기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13.2불,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19.4불인데, 이벤트의 일환으로 2016년 12월 31일까지 월 - 토 승선권을 11.8불에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굳이 센트럴 역에서 출발하지 않더라도 IFC만 기억해두면 5번 항구를 찾아갈 수 있다.
바다에서 본 5번 항. 홍콩에서 제일 높은 빌딩 바로 앞에 있으며 지붕에 '5'라고 친절하게 써있어서 찾기 쉽다.
청차우조차 맑은 날에 가지 못했다.
청차우에 도착 후 배에서 내리자마자 왠 맥도날드 하나가 여러분을 맞아줄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파는 에그타르트가 맛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므로 바로 왼쪽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항구를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점포 밖으로 수많은 테이블이 늘어져있는 거리가 나타날 것이다. 그곳이 청차우의 해산물 레스토랑 거리인 Pak She Praya road 이다.
청차우 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멀지 않은 곳이다.
유리창에 붙어있는 저 벽보는 현상수배범 목록이 아니다. 청차우의 면장 선거 같은걸 얼마 앞두지 않은 때였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이곳은 홍콩 내에서도 흔치 않은 곳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해산물 레스토랑의 몇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중에 단연 으뜸으로 꼽을 만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렇다고 봉구스 밥버거 하나 사먹을 돈으로 음식을 시킬 수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성비가 매우 좋다.
거의 모든 식당들이 인원수에 따라 고정 가격을 매기고 정해진 수의 음식을 시키는 형태를 띄고 있다. 가끔 음식마다 가격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는데(내가 갔던 식당이 그랬다.), '2人 198元' 이런 글씨가 메뉴판 어딘가에 써있다면 음식에 붙은 가격표는 무시해도 된다. 2014년 겨울에 2인 기준으로 198불을 내면 네 종류의 음식을 시킬 수 있었으니 한화로 환산하면 요리 당 약 7천원 정도 하는 듯 하다. 구글링을 잠시 해보니 가격은 지금도 동일한 것 같으므로 참고하시길 바란다.
두번째 장점은 음식의 종류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메뉴가 전부 한자로 써있어서 무슨 음식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 하지만 참으로 친절하게도 대부분의 식당 메뉴판에는 음식 사진이 같이 붙어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음식을 즐기도록 하자.
고즈넉하게 산어귀를 감싸고 도는 마을을 배경 삼아 내항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깃배들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이 참으로 매력적인 섬. 청차우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해산물을 경험하고 돌아오시기를 추천한다.2. Fo Tan 포장마차한국에 포장마차가 있다면 홍콩에는 '다이파이동(Dai Pai Dong)'이 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팔기도 하고 안주 삼을 수 있는 요리와 술을 팔기도 한다. 나의 여자친구는 홍콩중문대를 다녔는데, 그런 덕분에 지하철로 한 정거장인 'Fo Tan'역에 있는 포장마차에 갈 기회가 있었다.
저 동그라미 쳐놓은 곳 말고도 몇군데 더 있다. 구글에서 'Fo Tan dai pai dong'이라고 검색해보자.
지도에서 보는 것 처럼 역에서 내려 다리를 하나 건넌 다음 강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아파트가 하나 왼편에 보인다. 그리고 그 맞은편인 저 노란 동그라미가 쳐진 곳에 포장마차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방금 구글링을 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여러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泰源大排檔'라는 이름의 가게 하나이다. 그리고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더 알게 되었는데, Fo Tan에 있는 포장마차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내가 간 위의 식당이 아니라 'Chan Kun Kee'라고 불리는 곳인 듯 하다. 둘 다 구글 평점이 높기는 한데 리뷰는 Chan Kun Kee가 훨씬 많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은 이 가게 사장님이다.
여자친구가 나를 데려가면서 포장마차라고 하길래 우리나라처럼 천막 안에서 간단하게 몇가지 술안주를 파는 것을 상상했지만 이곳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충 훑어보아도 테이블이 30개 가까이는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넓은 식당이 저녁 시간이 되면 앉을 자리 하나 없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장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 볶음밥이랑 레몬치킨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먹어야한다. 서비스로 오징어 튀김을 주셨던 것 같은데 사진에서는 안보인다.
이 포장마차는 모든 것이 다 좋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 영어가 안통한다는 것. 조금은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단 0도 안통한다. 거기다가 메뉴판에 적힌 모든 글씨는 한자이다. 그말인즉슨, 광동어로 메뉴 이름을 알아가지 않으면 음식이 나올때까지 무슨 음식인지 모르고 기다리는 스릴을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도 궁금해서 내가 먹은 음식의 이름을 방금 찾아보았다. 두부튀김이 椒鹽豆腐라는 것은 알게 되었는데 그 이상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도저히 내 능력 밖인 듯 하다. 정말 먹고싶은 음식이 있다면, 사진으로 찍어서 사장님께 보여드리도록 하자. 혹은 '泰源大排檔' 링크를 참고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