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 진보신당 잔류파입니다. 분당사태 이후부터 지난 총선까지 매번 진보신당 비례대표에 투표했어요.

3% 안될거 뻔하고, 국회의원 하나 배출 못할거 뻔한 진보신당 잔류파인 이유는 두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참여당과 어떤 이상을 공유할 수 있는가.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어떻게도 타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민노당 당권파였습니다. 그들의 더러운 전투력에 밀려서 결국 당권 다 뺏기고 또 이상한 꼴을 보느니 차라리 사표가 되더라도 자존심과 신념을 지키자는 입장이었죠.

부정경선 터질때까지만해도 터질게 터졌을뿐이고, 당권파가 잠시 물러났다가 잠잠해지면 당 장악을 재개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버텼고... 민주노총을 비롯해 기존의 지지세력과도 불화를 일으키고 불신받게 되었으며... 방송을 통해 그들의 추한 면을 사방에 퍼뜨렸습니다. 그걸 직접 본 사람은 누적 인원으로 집계해도 만명 가량에 불과하지만, 남겨진 동영상을 통해서, 또는 언론을 통해서 퍼질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의 이미지 자체도 실추됐으며 더더욱 실추될겁니다. 하지만 당권파의 이미지는 회복불가능한 지경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기존 지지세력도 점점 등을 돌릴거고요. 이대로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면 결국에는 말 그대로 당권파에 속하는 열광적인 이들만이 남겠죠.
그러면 그들이 당권을 되찾을 방법이 없어집니다. 그게 의미하는건... 통합진보당이 진정한 쇄신을 이룰 기회를 얻었다는 거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분쟁이 격화되면서 당권파가 고립되다가, 아예 분당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장은 의석 몇개 빠져나가고 이미지에 타격을 입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잘라낼 부분을 잘라내고 진보정치가 더더욱 발전하고 확대되는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혹시나 이번 경선문제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자기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절대로 같이할 수 없는 상대라는 기존판단을 철회할 생각도 있었지만... 회의를 보고나니 더더욱 확고해 졌기도 합니다.

그정도의 상황까지는 안가더라도, 당권파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참여당계, 진보신당계 인사들이 꿈꾸던 진보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권파와의 분쟁은 그들의 성향상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넘어설 수 없다고 봤기에 통합진보당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통합진보당은 새로운 기로에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