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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전사급 충공깽이 나올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서 놀랐습니다.
작화구성이나 성우가 어색하다고 하신 분들도 있고 왜색이 느껴진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좌우당간에 제가 봤을 때에는 중국이 다시 문화를 주도할 날이 진짜 오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사실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우리나라 만화, 잘 만든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꿈과 희망을 주다 못해 이제 아예 꿈과 희망의 세계로 가버린 삼디 애니메이션들 제작으로는 사실상 세계 정상급이기도 하고요.
내용구성면에 있어서도 잠깐잠깐씩 보기에 좋습니다. 상품성도 있고요.
그렇다면 2d애니메이션 제작 사정은 어떨까요? 네 뭐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지난 03년 김뭐시기 감독이 말아먹은
원더풀 데이즈 이후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천년여우 여우비랑 왕후 심청 갸들 어디 갔냐고요? 네에 뭐...노코멘트 할게요)
청장년층을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김상호 감독이 만든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은 애니메이션들이
극장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흥행면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소수의 매니아들에게만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마저도 토렌트를 통해 싸돌아다니고 있고요. 영화상영시기를 놓친 저는 디비디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판매하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고 해도 어디서 사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아서 못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티져만 주구장창 보고 있죠.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이유가 뭘까요?
정부의 만화 규제 같은 이유도 상당부분 존재하긴 합니다만 사실 냉정히 말하면 독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고스트메신저가 처음 나왔을 때의 반응이 생각나는데요. 사실 오유뿐만 아니라 타 커뮤니티에서도 고스트메신저는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왜색이 짙다. 일본식 작화다. 한복만 입혀놓으면 국산 애니메이션인줄 아느냐. 일본만화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이다.
뭐 이런식의 내용이 대부분이었죠.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만 어쩐지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
"하하 형 힘내"하는 정도로 보이기도 했고요. 결론은 부정적이었다는 겁니다.
투자문제나 회사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그건 여기서 논할 여지가 없으니 잠시 접어두고요.
그런 인식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건 채찍질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굳게 믿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죠. 말라 비틀어져가는 소에게 여물은 주지 않고 채찍질만 한다고 열심히 밭을 갈 수 있을까 라는 겁니다.
여물에 사료일랑 넣어 푹 쑤어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렇게 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라면(이마저도 제대로 되고 있지는 않지만)
소를 찾아가 아이고 우리 누렁이 하면서 쓰다듬어주고 아빠한테 가서 우리 누렁이 여물좀 많이 주세요 하고 칭얼거리는게
사람들의 역할이에요.
"너는 왜 그모양으로 말라 비틀어졌냐? 어? 안일어나? 근데 여물통은 왜 비었어?"
씹고뜯고맛보고즐기는게 뭐 키워들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저해하는 채찍질이 약이 될 수 있는건
일본처럼 시장이 큰 경우에만 해당되는거고요. 비대칭전력 기형적, 한쪽으로 치우친 한국 애니메이션시장같은 상황에서는
여물먹지 못하는 소가 채찍맞다 죽어가는 것 처럼 하등의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체제부정하는 것들 중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왜색에 관한 겁니다. 장태관씨의 복서같이 말도안되는 구도를 차용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본다면 사실 왜색이라는 게 있는게 당연한겁니다. 마킹해야 하는 대상이 분명한 상황인거죠.
애니메이터건 제작자 당사자들이건 기획하는 사람들이건 '보고 자라고 배운게' 일본만화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툴로 시나리오를 짜고 구도를 설정하고 인물관계를 설정하는건데요.
그러다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 어디선가 본 듯한 작화가 나오는 겁니다. 일본만화라고 다를까요?
그들 역시 웬만해서는 출시되는 애니메이션들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작화 가지고 갑니다. 오프닝에 새 날아다니고
사람들 뛰어가고 화면 빙글빙글 돌리면서 케릭터들 총출동하는 오프닝 왜 만들어질까요?
그게 제일 잘 팔려서 그런겁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상당한 내용을 가진 애니메이션들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건 진짜 제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시장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돼지의 왕이 일본에서 제작되어 일본사람들에게
보여지고 한국으로 수입되었다면 사람들 반응이 어땠을까요?
애니메이션 대국이니 역시 일본이니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했다느니 하면서 비평가들의 입에 오르내릴테고 사람들은
간만에 뭔가 볼만한 만화가 나왔다며 극장으로 달려갈테지요.
고스트메신저는 어떨까요? 주인공 이름이 유카리나 마츠자카 같은 이름으로 나오고 한복대신 유카타가 나오고
홍대역 대신에 일본전철 긴자역이 나오면 그때서야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카와이한 유카리쨔응 하며 헠헠댈거라는 겁니다.
아니라고요?
평가는 극명하고 시장의 선택은 명확합니다.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한국적이지 못하며 어디선가 많이 봤고 내용도 알기 힘든' 만화,
일본에서 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차게 까여야 하는, 모가지가 길어 슬픈 현실인거죠.
다시 중국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돌아오죠.
사실 제가 처음 본 인상으로는, 어디선가 많이 본 케릭터와 작화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메*기어 *리드 에서 본 것과 일치하는 그 케릭터도 나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했던 건
긴 역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잘 쑤셔박아 넣었다는 겁니다.
전쟁, 츤데레, 로리, 누님, 시크함, 개그, 성우, 구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 잔뜩 집어넣어놓고도 꽤 그럴싸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 애니메이션, 그렇게 역사 길지 않은데도 이정도면 엄청난 수준이죠. 향후 십년 뒤에 이런 중국이 하루히를 만들고
페이트를 만들거라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장난치다가 애 벤다고 만화보다가 일본어 배운 것처럼
만화보다가 중국어 배우는 시대가 올겁니다.
뭐 두번째로 놀란거라면 역시 여기에도 왜색을 논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왜색이란게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전단락에도 말했지만 보고 자라고 배운게 그런 만화들인데 거기서 다른 틀을 제시한다면
예술애니메이션이 되던지, 성냥팔이소녀의재림급 망작이 탄생한다는 겁니다. 시장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독창적인 뭔가를 요구한다는 건 밥도 쳐먹지 말고 죽으라는 말 밖에는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못하냐고 항변하기 전에 우리의 태도가 어땠는지 생각해봅시다.
정부의 한심한 정책만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이지경까지 왔다고 탓하기에 우리 역시 많은 잘못을 했으니까요.
정부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불편을 겪는게 시민들이라며 툴툴대도 다음 선거때 또 쳐 놀러나가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를 하니까요.
왜색을 논하기 전에 상품성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돼지의왕 같은 작품들이 간간히 나와주면서 그것들이 잘 성장해 건강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상품성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틀을 쳐 주고 청자들이 물을 주고 아껴준다면 우리 역시 중국처럼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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