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와 듀오로 다니는 그 친구는
아직도 가지 못하는 한 김치찌개집이 있다.
나와 친구는 올해 초 까지 청소사업을
했었다. 처음에는 좀 되나 싶었는데
날이 갈 수록 일은 안잡히고 간신히 잡힌
일도 남들이 꺼려하는 일 뿐이여서
우리는 항상 고생만 하고 돈은 벌지
못했다.
그날은 명절 전 이여서 일이 안잡힌지
4일째 되는 날이였다. 나는 휴대폰요금을
못내 전화가 끊겨 다른친구에게 돈을
빌린 뒤 휴대폰을 간신히 개통한 날이였고
그친구는 월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으로부터
문자가 온 날이였다.
1월인지 2월인지 그 날 아침 우리는 각자
한숨만 쉬며 차 안에 앉아있다가 아침이나
먹자며 가라뫼에 있는 김치찌개집에 갔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침방송에서 패널들이 웃고 떠드는
목소리. 아침먹으러 온 일하는 사람들.
우린 그 사이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김치찌개 2인분과 소주 맥주를 시켰다.
"형. 형 계란말이 좋아하잖아. 시켜."
"아냐 오늘은 별로 안땡기네. 찌개나 먹자."
그친구는 갑자기 화를 냈다.
"아 씨발 뭐? 돈 없어서 그래? 내가 낸다고.
걍 먹으라고!"
"뭘 돈이 없어서 안먹어! 그냥 안땡긴다고!"
우린 서로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내가 먼저
고갤 숙였다.
"미안하다. 한다고 하는데 잘 안된다."
"내가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거 같아.
나도 미안해..."
"됐고 오늘은 마시자. 차야 뭐 냅두고...
근처에 부모님 집이니까 자고 가면 되니까..."
우린 그렇게 말도 없이 아침부터 김치찌개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술을 마셔댔다.
나중에는 울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는데
입술을 꾹 깨물며 참았다. 그친구도 그러고
있었다. 우린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잔도
부딪히지 않고 술만 마시다 나왔다.
"좋은날이 오겠지 우리도..."
친구는 그 말만 남긴 채 집으로 향했다.
난 가까운 곳에 사는 부모님 집까지 걸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아침나절부터 술에 취해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지갑에 있는 천원짜리를 다 털어 찜질방으로
갔다.
지금이야 그 때의 일을 거의 다 잊고 예전처럼
명랑하게 지내지만, 우리 둘은 지금도 그 김치찌개집
이야기만 나오면 입이 다물어진다.
그 날 유리창에 낀 성에와 테이블 옆 무심하게
따뜻한 난로. 웃고 떠드는 티비 속 사람들.
그친구의 월세독촉문자와
내 휴대폰 액정 깨진 부분을 매만지던게
생생하게 기억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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