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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201291
    작성자 : 맛다시마
    추천 : 11
    조회수 : 14936
    IP : 125.187.***.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0/10/14 04:02:3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01291 모바일
    (브금)지난 주 신검에서 5급 나온 사람입니다. (유머X)





    지방 병무청에서 재검 판정, 서울 중앙신검에서 5급 판정 받고
    순수하게 훈련소/복무/예비역 "면제" 받은 사람입니다.

    참고로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좀 간단히 말하면 척추에 루게릭 병이 오는 것이라고 말하면
    이해하시기 쉬울만한 병입니다.
    척추가 마디 마디 있죠? 그게 점점 완전히 하나의 뼈처럼 굳어버리는 병입니다.
    발병율이 0.1% 정도 수준이라 일단은 "희귀성 불치병"으로 분류되어 있는 병이구요.
    다만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 제대로 받고 꾸준히 운동으로 몸이 굳어지지 않게 해주면서 악화 되는 것만
    어떻게든 뒤로 미루면 정상적인 생활도 얼마든지 가능한 병이구요.

    요즘 MC몽이다 공익이다 오유에도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 그냥 면제 받은 놈의 배부른 배설글이다 하고 부담 없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22살의 남자입니다.
    미국 영주권자고, 영주권자가 체류해야하는 5년 중 4년을 채워 기간상으로 약 1년 정도만 더 체류하면,
    미국 시민권을 획득 할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일단 신검을 받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지병"이란게 생긴걸 알고, 미국 유학 생활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불투명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죠.
    미국의 보험수준으로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고, 육체적으로나 마음으로나 지병을 달고 타지에서 유학 생활을 이어나갈 자신도 없어진 터라, 남들은 시민권이 있어도 자원 입대 한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지만, 전 그렇게 정정당당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미국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살 꺼라면 최소한 군대에 대한 문제는 해결을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자원해서 신검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사는 곳이 일산이라 경기북부 병무청, 망월사에서 신검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 손에는 그동안의 의료기록 사본이 담긴 두툼한 서류를 가지고 갔지요.
    사실 이 때는, 주위 사람들이 거기서 병이 있다고 말을 안하면 검사도 똑바로 안하고 다 넘기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자료도 다 준비해가고 거기선 아픈 척 많이 해라. 이런 식으로 무슨 낙후된 시설처럼 이야기 하길래 꽤 긴장하고 갔습니다.

    의외로 놀랐던 점은, 병무청의 위치를 물어물어 근처쯤 왔을 때 정말로 간장을 한 통 다 마시는 사람이 있더군요;;;
    인터넷 유머에서나 보던 건데 먹고 토하려는 걸 입을 막고 꾸역꾸역 삼키고 있더라구요ㅋㅋㅋ.
    그 한 사람 말고는 일부러 미친척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특별히 이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병무청에서 접수를 할 때부터, 앞 사람과는 좀 다르게 진행되더군요.
    사진을 찍는 것까지는 똑같이 진행이 됩니다만, 원래 그 다음에 나라사랑카드 라는 녀석을 지급해주는데, 제 것은 임시용으로 색깔이 다른 것으로 지급하고, 돌아갈 때 반납하고 가시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걸 받고 컴퓨터에 앉아서 테스트를 합니다.
    심리 2차, 3차를 가서 면담을 하니 좀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 후에 혈액/엑스레이를 찍고, 내려와서 본격 카드 만드는 것 처럼 본인의 나라사랑카드를 제대로 만드는 시간이 있는데, 저도 지급이 되있길래 거의 다 써가는데

    컴퓨터 검사 할 때 돌아다니던 분이 오셔서 카드 색깔을 보시더니


    "지금 이거 왜 작성하시는 거에요?"

    "...? 카드 발급하려면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제 자리에도 놓여있고 다들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 XXX씨는 일단 판정 나올 때 까지 이거 작성하지 말구 계세요."


    라고 하면서 그냥 아예 뺏어가더군요 -_-;;

    멍 때리고 있자니 아까 엑스레이에서 줄 세우던 사람이 내려와서 CT를 찍어야 할 사람을 부르는데,
    그 109명쯤 중에 딱 3명 있었습니다.
    물론 저 포함이죠.

    쫌 뒤척이면서 찍고, 다시 1층에 내려왔다가 3층에서 이제 소위 말하는 "그냥 카드 찍고 넘어가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키 몸무게 시력까진 검사를 다 하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냥 2칸씩 카드 찍고 통과 통과 통과

    제가 서류를 제출한 내과(류마티스)의 앞에 아까 CT찍은 자료를 보기 위해 영상의학과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그냥 카드를 찍고 넘어가더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의사와 환자처럼 얘기를 주고 받는 식이라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해줄 줄 알았습니다.

    근데 영상의학과 사람은 모니터 3개로 벽을 쳐놓고 그 앞에 의자에 그냥 앉혀놓고 내과 의사 불러 놓고 둘이서 한다는 이야기가







    "와.... 이건 좀 심하네"

    "그죠? 상태가 꽤 안좋은데요?"

    "좀 더 넘겨봐"


    이런식으로 바로 앞에 앉혀놓고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물론 일부러 불쾌감을 주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을겁니다.)
    그리고 내과에 앉아서 뭐 정말 형식적인 것(발병시기, 약은 꼬박꼬박 먹나)만 묻고 일단 면제인데 중앙신검가서 재검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뭐 그렇게 집에 오고(파란 옷으로 갈아입을 땐 몰랐는데, 끝나고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입으러 들어가보니 다들 옷을 던져 놓고 갔는데 정말 썩은 쉰내가 나더군요. 그때가 8월달이었는데, 신검 받을 분은 여하튼 여름은 피하세요. 안그래도 가기 껄끄러운 곳인데, 정말 토할뻔-_-)





    한 달 하고 조금 더 된 지난 주 중앙신검에 다녀왔습니다
    뭐 6급 면제 7급에 재검 이라고 써있길래 면제가 나올 정도인 사람만 요즘 병역문제로 시끄럽기도 하고 하니까 중앙신검서 확실하게 재검을 받나 했는데, 좀 판정하기 애매한 소위 "6개월 뒤에 다시 보자" 같은 경우도
    중앙신검에서 재검을 받는 모양이더군요.

    지방 병무청 갈때는 손에 자료 뭉텅이 들고간 제가 희귀한 축이었는데, 이번엔
    근데 대부분 부모님이랑 같이 오거나 손에 서류봉투들 하나씩은 들고온 데 반해
    혼자서 털레털레 손에 아무것도 안들고 온 제가 또 희귀한 축이 되버렸습니다.
    지방병무청에서 가지고 온 질병자료를 중앙신검으로 보내놓을테니까 몸만 가면 된다고 해서 정말 몸만 갔거든요.


    중앙신검은 그래도 CT자료는 직접 보여주면서 얘기하더군요.
    뭐 얘기는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신경써서 말씀해 주시는게 감사하더군요.

    많이 아팠겠다, 뭐 불치병이라고 하면 어감이 좀 그렇지 않냐 그래도 열심히 운동하면 정상적인 생활 할 수 있을 테니까 힘내라. 판정은 5급이니까 저기서 확인 받고 집에 가면 된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멘트지만 지방병무청에서의 병풍취급에 충공깽을 겪은지라, 꽤 감사하게 여기며 기다리는데...


    왜 "부모님"(뭐 간단히 말해서 어머니 쪽이 압도적이죠)이 필요한지 알겠더군요.
    한 아주머니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난리를 피시기 시작했습니다.
    신검 받는데는 금속 검사 통과한 다음에 올라오는데 거기 사람 있고, 분명 부모님은 밑에 계셔야 하는데 어떻게 올라오셨나 생각하고 있는데

    내 아들 훈련소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나왔다고, 군대가면 애 잡는다고, 4급 판정 주겠다는 각서 안주면 여기서 못 나간다는게 그 이유더군요.

    학교 교무실에서나 볼 법한 풍경을, 또다른 공기관에서 보고 있자니 좀 씁쓸한 기분이 들더군요.
    저희 어머니도 좀 치맛바람이 강하신 편인데, 같이 안 오길 잘했다:)
    이런 생각도 했구요.


    그리고 제 차례가 와서 이전에 신검에서 카드 찍자 마자


    "5급이네, 집에 가면 돼."


    네, 정말 그러고 면제를 받았습니다 -_-;;


    화장실에서 면제 받은 서류를 잠깐 그 소변기 위의 공간에 올려두고 볼일을 보는데, 옆에서 볼일 보던 사람이 그걸 보더니


    "이거 면제에요?"

    "......네, 면제요;;;"


    좀 왜 그럴까 하고 뻘쭘하게 나오는데, 방금 면제냐고 물어본 사람이 앞서 걸어가고 있는데 그 분 바로 옆에 어머니(아까 그 치맛바람 아주머님관 다른 분)로 추정되는 분이 울면서 걸어가고 계시더군요.
    아마 현역 판정을 받으셨나 봅니다.




    사실 현역 판정 받으시는 분들, 2년이 허비하는 것 같고, 아까우실 거라는 생각 듭니다.
    현역 갔다온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대한의 남아라는 증거 아니냐고 얘기하면서도 다른 편에선 안 갈수 있으면 안 가는게 좋다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는 형들 많이 봤지요.
    물론 저도 몸도 아픈데 군대까지 갔거나 혹은 공익으로 묶여서 지냈다면 어떻게던 빼보려고 갖은 발악을 했겠지요.


    근데 있잖아요.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있는 사실만 보여줬는데 면제를 받으면요.

    그 담담하게 주어지는 면제에 차라리 2년 다녀오고, 내 몸이 멀쩡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2년 힘들게 지내더라도 정말 건강한 몸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평생 달고가야 하는 이것보다, 정말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인 군필자의 칭호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 군대 가는 것 너무 억울해 마시고, 좋게 좋게 다녀오세요. :)
    그 군대라는 것을 갈 수 있다는게 너무나 부러운 사람이 여기 있으니까요.



    길어서 스크롤 내린 분을 위한 3줄 요약

    그냥 자료만 들고 갔는데 완전 반병신 취급당하고
    남들 난리 피워도 받기 힘든 면제 받고 나니
    군대 갈 수 있다는게 축복이라는 걸 느낌.



    뭐 배설글이니 5급인걸 믿으시던 못 믿으시던 어쩔수없지만 혹 흥하면 나중에 5급 받은거 인증샷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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