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광우병 촛불시위' 지지 못받았던 까닭은]
① 국민들 '2008년 학습효과'로 전문적 지식 가져
② 여당도 검역 중단 요구… 정치적 이슈 사라져
③ 4년 전 광우병 보도 쏟아낸 방송, 지금은 차분
2008년 5월 2일 1만명
2012년 5월 2일 1600명
4년 만에 재발한 광우병 사태가 예상과 달리 큰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조직한 '촛불 4주년 준비위원회'가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시위를 펼쳤지만 참여도는 저조했다. 검역중단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진 이후 여러 시민단체가 며칠 전부터 공언해 온 시위로, 사태 확산의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언론 보도와 일부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 국민의 관심이 4년 전에 비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축산·사회심리학 분야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든다.
①학습 효과
2008년 촛불시위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소가 주저앉는 모습과 광우병을 연결해 공포감을 극대화한 MBC PD수첩 보도를 포함한 미확인 정보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었다. 당시 많은 국민은 이 때문에 미국산 소 대부분이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오해를 했고, 그 위험성도 과대 포장돼 검증 없이 확산됐다.
하지만 혼란이 진정되는 과정에서 국민도 광우병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됐고, 근거 없는 공포감은 사라졌다. 이번 광우병 발생 후에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수입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괴담이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됐지만, 곧바로 반박 글이 달리는 등 균형을 찾는 모습이었다. 2일 시위를 앞두고 참여를 독려하는 글에 대해서도 '선동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2008년 시위 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괴담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때의 학습능력이 소비자들의 내성을 키웠다"며 "소비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괴담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정보가 선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섭 영남대 교수(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는 "2008년처럼 군중심리에 따른 감정적 대응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사람들이 광우병 위험성의 본질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②정치적인 대립각이 없다. 여당도 검역 중단 요구
2008년엔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면서 시위가 조직화되고 장기화됐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유인이 적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08년엔 정부가 막 출범했던 터라 야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공격을 해서 힘을 뺄 필요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미 말기에 들어선 정권이라 공격의 효용이 크지 않다"고 평했다. 약한 상대를 링 위로 올려 대결을 벌여봤자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 야당이 목표로 삼는 것은 여당의 대선 주자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대선 주자들은 '검역 혹은 수입을 중단하라'며 야당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만일 여권 대선주자들이 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면 이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야당의 공세가 추진력을 얻겠지만 정치권 전체가 정부와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대립각이 안 나오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③괴담 뉴스 쏟아내던 방송 이번엔 차분
4년 전인 2008년 5월 2일 MBC 뉴스데스크는 시작과 함께 무려 9개의 광우병 관련 꼭지를 쏟아냈다. 49분49초 분량의 뉴스 가운데 40%인 19분 8초가 광우병 관련 보도로 채워졌고, 내용도 '광우병 안전 근거 부족' 등 부정적인 보도 일색이었다. TV에서 하루 종일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는 보도가 넘쳐나자 안 그래도 불안한 국민이 더욱 자극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4년 전에 비해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는 이번 사태를 전하는 미디어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 3사는 광우병 사태를 여전히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지만, 위험을 제기하는 쪽과 반박하는 쪽의 의견을 모두 다루고, 주장보다는 사실 전달 위주의 한정된 보도를 하고 있다.
사회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2008년은 대선과 총선이 마무리되고, 야권 지지층이 공허감을 느낄 때였다.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도 없었다. 이에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는 것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4년 사이 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해방구가 생겼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2008년 촛불 시위 때 특이했던 현상 중 하나가 10대 등 젊은층이 시위를 사회적인 발언을 할 해방구로 삼았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난 4년 새 젊은층이 에너지를 발산할 창구가 많이 늘면서 광우병에 대한 젊은층의 문제 제기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03/20120503002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