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직원들에게 밥을 해줬습니다. 육개장이 먹고싶다고 해서 고사리 느타리 고기 뭐 이거저거 넣어서 해줬는데, 밥을 모두 먹고 난 뒤에 직원들이 와서 이야기합니다.
이거 집에갈때 한번만 더 만들어줄 수 있냐고요.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술안주 하고 싶다길래 집에갈 때 한번 더 만들어줬습니다.
주방과장은 투덜댑니다. 똑같은 재료가지고 똑같이 끓이는데 제가 만들어서 나가면 손님들이 더 좋아한다고요. 우리가게엔 점심메뉴로 콩나물해장국이 있는데 보통은 그냥 섞어서 끓입니다. 그런데 저는 끓인 뒤에 콩나물을 위에 산처럼 올리고 그 위에 파를 얹어 나갑니다. 이러면 더 푸짐하다고 느껴지니까요.
같은 고기를 썰어도 모양을 좀 더 냅니다. 사장은 투덜대죠. 어차피 맛있는 고기인데 빨리 해서 나가지 하면서 궁시렁댑니다.
음식은 보는게 절반입니다. 같은 가치의 단가를 가진 음식이라도, 좀 더 시간을 들이면 더 보기좋은 음식이 되고 손님들은 거기서 만족을 하고 돌아갑니다.
그런관점에서 항상 일이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잡무와 때로 견딜 수 없이 많은 일이 몰려오면 때로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치면 끝입니다. 프로는 도망치지 않는다. 방법을 찾는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칼을 잡습니다.
그런데 제가 프로일까요? 아닙니다. 세상에는 고수가 많고 진짜 음식을 좋아한다면 곱절로 노력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프로는 아니지만 나는 프로다 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적어도 불쾌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언제 퇴근할 지는 모르겠지만, 퇴근보다 중요한 내일 장사를 생각하면 그건 어느새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나는 월급쟁이가 아니라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사장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사실 어렵습니다. 어떤 이들은 나는 이렇게 일하니까 너도 이렇게 일해 하고 말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는 나의 꿈이나 만족을 위해 이렇게 일한다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 삶의 가치가 일이 아닌 다른데서 결정 된다면 그 역시 맞는 생각이며 단지 그들에게 요구할 것은 주어진 업무시간 내에 적절한 선에서 업무를 종용하는 것 뿐입니다. 그들 삶의 궤도와 내 삶의 궤도는 다른 우주일 뿐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이게 맞다고 생각해 이 길을 가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아쉬울때는 좀 있네요. 투정같은거죠.
뭐 씁 그런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어쨌든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남은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