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교 입학을 앞 둔 새내기입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어머니께 도대체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한 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면서 이야기 하셨는데 조금 충격이 큽니다.
아버지 월급이 90만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축이 2천만원 정도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아직 완전히 졸업한 상태는 아니지만) 반장, 부반장도 하고
제 친구들은 모두 부자 였습니다.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는데에
저는 아무런 벽도 느끼지 않았고, 돈 문제로 골치 썩을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어머니가 돈이 없다 돈이 없다 하시지만
조금은 저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본 글에서 불쌍한 가정집의 월급이 80만원이라길래
사람들이 모두 동정해 주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오유에서 본 불쌍한 여고생 역시 어머니께서 120만원을 버셨습니다.
우아! 내가 진짜 철이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친구들이 유럽 여행, 외국 여행 하는 말에 어머니께 졸라보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어머니랑 더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세상에 나라에서 떼가는 돈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아버지의 쥐꼬리만한 90만원의 절반 이상을 다 들고 가는 거였습니다.
아버지는 장애인이신데.
생각해보면,
저 역시 옷 한번 제대로 사 입은 적이 없었군요.
고기 반찬 역시 올라 온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PMP 사달라면 사주시고, 용돈 달라면 주시고
난 진짜 심하게 철이 없던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올해 수능을 망쳤기 때문에
엄마는 니가 서울에 안가서 너무 좋다라고 하셨습니다.
큰 소리로 웃었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처럼 시험쳐서 서울로 올라갔으면
쥐꼬리만한 2천만원이라는 저금은 금새 사라졌을 겁니다.
등록비에, 입학비에.
아무튼 어머니 앞에서 내색은 안했지만
조금 심난합니다. 뭔가 제가 가장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오빠 역시 자기가 가장이라고, 군대 나오면 바로 일할거라고 하지만
난 차라리 오빠가 공무원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하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빠는 지방 듣보잡 사립대의, 낮은 학과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제 생각엔 취직은 무리인 듯 싶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부터 우유 알바를 구하고 있습니다.
30만원을 벌면 이제 우리집 가계는 120만원이나 되는 거 아닙니까.
적어도 제 용돈벌이는 된다는 생각에 구하고 있지만
아직 어린 여자라 아무도 채용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놓을 순 없지요.
장학금도 타야되고, 취직도 해야하고.
그런데 고민게시판에 글은 왜 올리냐구요.
저도 베오베에 간 그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자존심이 뭐길래. 자존심이 뭐길래.
돈을 그렇게 버셔도, 남한테 한번 꿀리지 않고
제가 반장, 부반장, 학생회 임원이라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게 키워주시고
빚 한번 지지 않은 부모님이 자랑스럽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힘듭니다.
제 친구가 말합니다.
"돈이 없어서 못 논다는 말 진짜 이해가 안돼."
그 말에 흠칫합니다.
제 친구들은 분명 제가 우리 집 가계 이야기를 하면
이해해줄 친구들입니다. 비록 아버지가 사장님이라던가, 의사라던가 해도.
아 그냥 주절주절 써보고 싶었습니다.
요즘 매일 놀러나간다고 돈 달라고 하는 것도 너무 죄스럽고
아버지가 그렇게밖에 못버신다는 것에 대한 충격도 있고
저희집이 남에게 동정받을 만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랄까.
보통 다른 집은 저축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집은 그렇게 적나요?
모르겠당.
내가 왜 이런 글을 쓰는건지.
아무튼 열심히 살아야겠다.
빨리 돈 벌고 싶어.
아빠 보청기도 새거 사주고 싶고
싸구려 말고..
그 씨에프 나오는 걸로.
공부 해야지
방학에는 뭐 해야하지
아
아
난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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