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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diablo3_200777
    작성자 : 앙팡교주
    추천 : 10
    조회수 : 846
    IP : 175.212.***.71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5/01 19:12:09
    http://todayhumor.com/?diablo3_200777 모바일
    한 고블린 아빠의 이야기
    "내가 오늘 꿈이 안좋은데 오늘은 일 쉬면 안돼?"

    "뭔소리고? 내가 일 안나가면 멀 벌어 먹고 살래?"


    오늘도 마누라 잔소리가 심하다. 뭐 늘상 있는 일이지만 오늘따라 마음 한구석이 왜이리 쎄한지 모르겠다.

    나는 보물을 모아 보물 창고에 배달하는 일을 맡고있다. 뭐 알다 시피 보물이란것들이 원체 무겁기 짝이 없는지라 나도 좀 일을 오래했건만 요새는 힘에 부치는건 사실이다.

    사실 보물 창고 안에서만 일하면 안전하기도 하고 일도 꾸준하지만.. 워낙 경쟁도 심하고 경력도 부족해 아직은 들어가지 못한다.
     
    난 언제 탐욕님 처럼 저 자리 앉아 보나 그런 생각도 해보지만 사실 그 자리도 그다지 편한자리 만큼은 아닐것이리라.

    게다가 재수없으면 인간들한테 끔살 당하는 곳이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이 세계 관리자라는 것들이 설마 보물창고까지 네팔렘들한테 열어버렸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탐욕님도 매일 상자안에 들어갔다 나오기가 여간 바쁘고 힘든일이 아닐것이리라.


    바쁘게 보물을 하나씩 담고있는데 불현듯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보물을 하나하나 쓸어담아서 지고 보물창고로 가야하는데 섬뜩한 기억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어느정도 채운 자루를 들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뭔가 번쩍하더니 칼을 들고 쫓아오던 왠 미친 여자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11111" 이라고 외치면서 뛰어오는데 진짜 미친거 아니고서야 그러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다른 여자들도 어디선가 나타나 칼이야 몽둥이야 들고 뛰어오는데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다행히도 그 인간들이 초보인지라 어째어째 워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진짜 빈사상태까지 갔었는데 죽다 살아났다는 말이 뭐 이런게 아닌가 싶다.

    빌어먹을 마누라. 출근할때 쓸데없는 얘기때문에 괜히 옛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아직도 경력이 부족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무거운짐을 나른다. 갑옷이야 뭐야 하면서.. 얘네들은 왜이리도 무거운지.. 힘에 참 부친다.

    하긴 돈자루들고 있는 녀석들에 비하면 그래도 좀 낫지만 빨간돌이나 수집하는 녀석들이 괜시리 부러운건 어쩔수 없는거 같다.


    "어이 고군 뭐하나?"

    "아 물렁아저씨~"


    이분도 사실 내가 부러운 분이다. 덩치도 커서 많은 짐도 나르시고 힘도 좋아서 애기들과 같이 일하는데 차기 탐욕님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분이다. 

    성격도 참 좋았다. 나는 그냥 노랑 고블린일 뿐인데 자신과 색깔이 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하시는 분은 아니셨다.

    한편으론 참 존경스러운 분이라.. 난 언제 이분처럼 될수있을까?


    "늦었으니까 얼른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어"

    "네 아저씨"



    오늘은 고블린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맵 한쪽 귀퉁이에서 다들 모이기로 했다. 
     
    탐욕님한테 운반 수수료도 좀 올려달라고 해야되고.. 요새 물가가 올라 마누라랑 애들 먹여살리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때문이다.

    '목숨 걸고 하는 일인데 왜이리 수수료가 짤까..'

    근데 참 간사한게 고블린들 마음이렷다. 지들이 첨에 보물 실어나를때는 불만 가지던 놈들도 이제는 가벼운 보석이나 파편 나르는 녀석들은 좀처럼 말을 잘 꺼내지 않는다. 돈 좀 버니 마음이 변한건지..

    복리후생도 문제였다. 자루는 구멍이 뚫려서 자꾸 작은 동전들이 새어나가니 이제 영악한 인간들이 자꾸 그걸 보고 쫓아와서 죽을맛이다.

    탐욕님은 자루를 줄려면 좀 제대로 된걸 줄것이지.. 오늘은 이런부분에 회동이 있는 날인 것이다.

    그리고 관리자한테도 좀 건의가 필요했다. 이상한 신단을 만들었는데 클릭만 하면 일하던 중에 워프되서 다른 지구 친구들이 몰살당했다는 정보도 들어왔다.

    거참 요상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왜 우릴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지.. 난 그냥 가족들만 먹여살리면 되는데..' 



    "오늘 회의 안건은 웃음소리입니다.."

    물렁 아저씨 말 한마디에 주변 친구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웃음소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경력 많은 파편 아저씨가 즉각 반발했다.

    "웃음소리는 고블린의 상징이요. 어찌 안웃을수가 있소?"

    "상징이 중요합니까, 목숨이 중요합니까? 너무도 친구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마치 달을 보고 짖는 개처럼 이건 참 참을수 없는 본능 같은것인데.. 자루에 물건을 꽉 채우면 신나서 나오는 한마디 조차 금지 시키면 어쩌란 말이냐?"

    갑자기 시끄러워지고 있다. 역시 고블린들은 말들이 많았다. 꼭 불편한것들은 어딜가나 있는것이었다. 


    나로서는 글쎄.. 그저 먹고살기만 해도 감사한 판국이라 굳이 소리를 안내도 괜찮을거 같은데.. 수수료만 좀 올리고 하면..괜찮은데.. 어째 분위기가 좀 좋지 않다. 

    솔직히 물렁아저씨가 다른 고블린들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전체를 위해 애쓰시는 분이신데 파편 아저씨는 여전히 질투를 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질투라기 보다 반대부터 하고 시작하는 분이라고 할까?

    사실 그럴만도 했다. 파편이야말로 가장 가볍고 돈되는 최고의 일이었던 것이다. 다들 언젠가는 파편을 나를수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기에 그렇지 않나 싶기도하고..


    갑자기 파편아저씨 지지자 상당수들이 우우 소리를 내며 물렁아저씨를 비난 하기 시작한것이다.

    "지는 좀 먹고살만하니까, 또 애기들 일 시켜가면서. 최저시급은 챙겨주냐?!"

    "목소리가 중저음이라고 자랑질 하는거 같은데?"

    "니네 집 지붕이 보물창고에 10센티 넘어왔는데 해명부터 하지 그래?"


    파편 아저씨는 역시 대단했다. 저분이 고블린 결집시키는 능력은 참.. 목소리로 시작된 이야기가 니네 집 지붕으로 가다니.. 

    없는 말도 일단 던져놓고 시작하시는 분이라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갑자기 수집가 아저씨가 말을 꺼냈다. 얼굴은 좀 혐오스럽고 간을 자주 보지만 가끔은 올바른 소리도 하곤 했다. 원래 물렁아저씨랑 좀 친했었는데 요새는 물렁아저씨를 질투를 많이 하는거 같다.


    "지금 우리가 네거티브하고 이래서 되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여기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토론을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역시.. 저분은 그래도 한때 좋게 본 고블 답게 좋은 말씀을 하시는 거같다.


    "그래서 제가 물렁님께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제가 수집가입니까 수집갑 입니까?"

    "네? 무슨뜻인지 잘모르겠습니다."

    "제가 수집가입니까 수집갑 입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수집가입니까 수집갑 입니까?"


    분위기가 싸하다. 역시 다른 의미로 대단하신 분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 고정관념에 저렇게 한방 날릴수 있는 고블린도 흔치 않지 싶다. 수집간이라는 별명도 있던데 그래서 그런거같기도 하다.

    근데 물렁 아저씨도 무슨 뜻인지 몰라 어버버 하시는 사이에 수집가 아저씨가 다시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제가 전대 탐욕님 아바타냐고 묻는 겁니다!"

    사실 고블들 사이에 저런말들이 좀 돌고 있는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굳이 얘기를 했어야 했나..



    그때 금덩이 갑부 여사님이 끼어 들었다. 이 분은 가장 힘든 금덩이를 나르는 고블들 대변자시긴 한데 가끔은 여사님이라 그런지 안드로메갈 발언을 곧잘 하시기도 했다.

    바보가 이끄는 어떤 집단이 있는데 거기서 10억을 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확실치는 않다.



    금덩이 여사가 웃으시면서 파편 아저씨 한테 한마디를 시전했다.

    둘이 사이가 워낙 안좋기로 유명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마디 하지 않을수 없었나보다.

    "전에 사육사 고블린 아가씨한테 펫발정제를 먹였던 사실이 있다는 데 그 사실부터 얘기하세요."


    "아 거참. 그 45년전 일을 또 꺼냅니까? 우리 주적은 우리가 아니라 저 물렁이라는 걸 왜 모릅니까?"


    '우리의 주적은 인간들 아닌가..? 칼들고 쫓아오는..'



    왁자지껄 난장판이 되었다

    그런데 순간 등골이 쎄하다. 시끄럽다. 너무 시끄럽다.

    너무 시끄러워서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하는순간



    갑자기 문이 덜컥 열렸다.



    순간 모두들 그곳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4명의 광기 어린 인간들이 서있었다.

    나도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너무 무서운 인간들이 있다고. 스치면 사망한다고.

    간신히 살아돌아온 고블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있었는데.

    직접본건 처음이었다.


    그 순간 번쩍 하더니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건 그동안 알고 지냈던 인간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아..

    우리 마누라.. 

    마누라 얘기 들을걸 그랬어..

    미안해..

    나중에 꼭 다시 만나..



    멀어져 가는 의식속에 

    자신의 지지자들을 밀어버리고 워프에 성공한 파편아저씨가 보였다.

    역시 마지막까지 대단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물렁이 아저씨 무사하세요. 그래서 꼭 부활 시켜주신다면.. 다시 나도 물렁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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