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야 영양때문에 백반 먹었습니다. 자취하다 보면 여러가지 영양소가 불균형하게 들어와서,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니까요. 확실히 매일 백반을 먹으면 적어도 그런걸로 고생은 안해서 편했기에 전 백반을 자주 먹었습니다.
"그렇지, 그게 제일 큰 이유지 ㅋㅋ"
하지만 역시 제일 큰 이유는 싸니까요 ㅋㅋㅋ.... ㅠㅠ 서러운 대학생.
줄을 가다보니 의외로 금방 줄더군요. 그래서 식권 받고, 식사를 받아 왔습니다. 한이 제일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그 후에 저와 지수가 한의 건너편에 앉았습니다. 그 다음 1학년 3명이 쪼르르 왔는데, 자연스레 한 옆자리를 양보해서 앉더군요.
제 앞에 커피녀가 앉는다는게 좋기도 했지만, 내심 기분 나쁘더군요. 어쨋든 커피녀가 돈까스를 들고 도착했고, 옆에는 한, 앞에는 제가 앉게 됐고. 그렇게 식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레 화제가 오가고, 한과 커피녀가 재밌게 대화하더군요. 그래서 샘이 나서 저도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푸하하 정말? 재밌다~"
돈까스를 자르며 건성으로 대답하며 웃은 거지만, 그녀의 눈꼬리가 같이 올라가더군요. 그리고 제가 말할땐.
"응 ㅎㅎ~"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예의상건내는미소접대용인간의친교적행동인간관리눈이웃지않았다거짓미소.
커피녀의 얼굴을 보며 식사할수 있는 자리를 원했지만... 괴롭더군요.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선남선녀.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마치 내가 제 3자가 되서 영화를 보는 것 마냥. 제 뒷모습과,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둘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신을 차렸을땐...
어째 그곳에 제가 끼어들어 갈 수 있는 자리는 한없이 졻고 편협한 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수는 저 둘이 사귀지 않는 사이라고 말했지만... 아마 진척되고 있는 거겠죠. 한도 커피녀에게 호감이 잇는 모양이고. 커피녀도 한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아...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더군요.
마치 남의 멋진 로멘스에 3류 조연 상대방 역으로 나온 것 같은 기분. 주체라며 설래고 좋아헀던 자신이 객체로 끌어내려지고, 그 자신의 설램과 기대가 무참히 짓밟히는 더러운 느낌...
순간 울컥하더군요. 하지만 꾹 참았습니다. 수저를 옮기고, 입을 열어서 음식을 넘깁니다... 이후 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밥을 다 먹었습니다... 다행히 제게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은 없더군요... 아니, 한명 있더군요.
"괜찮아요...?"
지수는 옆에서 작게 말했습니다.
뭐가 괜찮다는 건데? 설마 들켰나. 뭐, 그렇게 크게 눈에 띌 행동은 안했는데...
"뭐가?" "아니에요.." "어."
*
밥을 다 먹고 나서 일행은 다 동방으로 향했습니다. 한과 커피녀는 당연하다는 듯 제일 앞에서 노을을 향해 걸었고, 그 뒤로 해맑은 1학년. 맨 뒤에서 전 치적치적 발을 끌었고. 지수는 제 발걸음에 맞춰서 따라왔습니다. 뭐 그 당시엔 몰랐지만요..
그렇게 둘을 보고있자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래서 지수한테 다른 볼일이 있다고 말하고 빠져나왔습니다. 지수도 그냥 알았다고 말해 주더군요. 그래서 그대로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샀습니다. 그리고 자취방으로 향했고... 이유 모를 짜증을 안주삼아, 쓴 맥주와 함께 담배를 몸속으로 꾸역 꾸역 밀어넣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이 더러운 기분이 사라질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해보신 분들은 알지만... 하면 할수록 더 괴롭기만 하죠...
"아 씨발..."
제일 짜증나는건... 커피녀가 정말로 즐거워 보이더군요. 뭐랄까... 나랑 있을때랑은 다르게 말이죠. 전 그게 제일 싫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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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써놨던 글도 추천, 덧글 다 보고 있어요.^^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미안해요. 나 3편은 무리야....; 살려줘요; 내가 잘못했어.. ㅠㅠ
행복하세요!
3줄 요약. -------- 허황된 좇음. 깨달음. 짜증. --------
차후 예고.
시작된 1박 2일 MT. 조용한 곳, 서로 즐거운 이야기.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