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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20056
작성자 :
StarDream
★
추천 :
10
조회수 : 3734
IP : 121.182.***.18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9/30 14:48:58
http://todayhumor.com/?panic_20056
모바일
[펌][장편,브금]안면도....7(完)
부제 : 77번 국도
현수와 석훈의 손이 세차게 떨린다.여전히 불은 붙지 않는다.갑자기 현수가 석훈을 내팽겨치듯이 힘껏 밀어버린다.
“빨리가!”
“뭐!!!“
“먼저 가라고!우리가 같이 가면 둘다 죽어!어서가!”
현수는 계속해서 라이터를 켜기위해 힘을 쓰고 있다.드디어 라이터에 불꽃이 솟아오른다.재빠르게 나뭇가지에 불을 옮겨 붙인다.
“어서가!내가 시간을 끌어볼께!어서가라고!”
“싫어!못가!혼자 갈수없어!”
"너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순없어!내가 이곳에 온거야!죽을 각오 하고 온거야!널 데려오지 않으려 했단말이야!"
"못가!네가 데리고 오지 않았어도 내가 따라왔을꺼야!절대 혼자 못가!"
“이 바보같은 놈아!당장 안가!지금 이 상황이 안보여?내가 죽더라도 네가 원인을 밝혀야할거 아니야?이것들은 나무를 건들면 안돼!너라도 살아서 어떻게되든 원인을 밝혀야 할거 아니야?어서가!어서 가라구!!!”
현수의 말이 틀린말은 아니다.이대로 둘다 죽는다면 지금같은 상황은 또다시 미궁속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하지만,그렇다고 현수를 혼자 내버려두고 갈수없다.
“현수야...”
“이 새끼야!당장안가!”
현수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른다.하지만 석훈은 움직일수 없다.현수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제발가.너라도...너라도 살아라...내가 죽는다면 네가 꼭 밝혀줘라”
흔들림이 없는 그의 표정에 석훈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친다.그리곤,뒤돌아 달려간다.그의 내달리는 뒷모습을 보며 현수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난다.
“야!이 미친것들아!날 데려가!날!도대체 내 친구들!내 여진이를!어떻게 한거야!날 데려가!날 데려가라고!그들이 어디있는지만 알게 된다면 죽음을 감사히 받아드릴꺼다!어서 날 데려가!”
현수는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작은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붙인다.그러면서 석훈이 무사히 가는지 그를 향하는 눈도 쉬지 않는다.
“탁!탁!탁!”
석훈은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도록 뛴다.남아있는 현수가 너무나도 걱정이 되지만 뛰는 것을 멈출수가 없다.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석훈이 달리는 와중에도 그것들은 곳곳에서 나타나 석훈을 향해 굴러오고 있다.달려가다 피해가면 그것들은 금새 또다시 나타난다.이리저리 피해가는 석훈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차라리 이대로 주저앉고 싶다.그때였다.
“헉!동...동우야!동우야!”
동우다!분명히 동우다.그것들의 무리중에 동우가 있다.말라비틀어져 그것들과 함께 구르며 석훈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그는 분명 동우다.
“동우야!정신차려!동우야!나야!석훈이!”
석훈의 부름에도 동우는 여전히 그것들처럼 메말라버린 입으로 “가자!가자!”라며 연신 중얼대고있다.
“동우야!동우야!정신차려!”
석훈은 동우에게 다가서며 연신 소리를 지른다.
“턱!”
갑자기 석훈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진다.다급히 바라보니 그것 하나가 석훈의 발을 칭칭 옭아매고 있다.
“놔!이거놔!동우야!정신차려!놔!”
석훈은 그것을 떼어내며 동우를 불러댄다.이번엔 다른 것이 석훈의 팔을 옭아매기 시작한다.계속해서 다른것들이 하나씩 석훈을 감싼다.
“안돼!안돼!!!”
석훈의 비명소리가 커진다.
“석훈아!이런 개새끼들!!”
현수는 석훈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그곳으로 달려간다.
석훈의 몸이 반정도가 그것들에 의해 감싸지고 있다.석훈은 계속해서 그것들을 몸에서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그의 힘이 점점 빠져간다.
그것들은 계속해서 중얼거림과 함께 무표정의 얼굴로 석훈을 감싼다.동우가 스물스물 굴러 그에게 다가온다.여전히 그것들처럼 굉한눈과 메마른 입술로 중얼거린다.
“동...동우...야...헉.헉...정신차려...헉...나야...석훈이...헉헉....”
힘이빠져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가 안타까운 듯이 동우를 부른다.하지만 동우는 여전히 그에게 다가온다.곧바로 석훈의 가슴을 둥글게 감싸기 시작한다.석훈은 눈을 감는다.차라리 보지않는 것이 나으리라...
“석훈아!!”
허겁지겁 달려온 현수가 석훈에게 달려든다.그의 몸은 이미 반이상이나 그것들로 감싸져있다.수십개의 나뭇가지로 그를 덮어논 것 같다.
주변에 펼쳐져 있는 그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있는 힘껏 그것들을 떼어내려다 동우를 발견한다.현수는 잠시 놀랐지만 곧 석훈의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동우 이 개자식아...석훈이야!석훈이라구!떨어져!떨어지라구!”
현수는 흡사 미친사람처럼 동우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석훈은 가슴이 답답한 듯 얼굴이 푸르게 변해간다.
“현...수야...도망가...네가 바...밝혀내...어서...도망가...”
간신히 석훈의 목소리가 들리고 현수의 눈에 눈물이 떨어진다.그러면서 더욱더 악에 받친 듯 동우를 떼어낸다.
“동우야!비켜!비키라구!이 미친놈아!네 친구야!네 친구 석훈이라구!떨어져!”
석훈의 몸은 거의 그것들로 감싸지고 있다.현수는 악을쓰며 그것들을 떼어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그의 힘도 점점 빠져간다.
다른것들이 현수의 다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헉...헉...”
현수의 손이 그것들을 떼어내기 위해 힘겹게 움직인다.하지만,힘이 빠진 그의 손은 그것들을 쓰다듬 듯 스치기만 한다.기진맥진한 그는 떼어내기를 포기한다.계속해서 그것들로 감싸지고있다.그는 석훈을 안는다.
“석훈아...”
현수와 석훈이 함께 계속해서 그것들로 감싸진다.
.
.
“현수야!!석훈아!!!”
혜인은 이리저리 그들을 찾아 불러본다.함께 온 노인도 이리저리 둘러본다.
“어디 있슈?”
혜인은 할아버지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애타게 그들을 부른다.그녀의 눈에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 내린다.
“흑...현수야...석훈아...안돼...안돼...”
혜인이 노인과 도착했을 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곳은 조용하기만 했다.다만 그들이 타고 있던 차만 덩그라니 혜인을 맞을 뿐이다.
.
.
현수는 힘겹게 눈을 뜬다.몸을 움직일 수 없다.천천히 주변을 돌아본 그는 그곳이 땅속이라는걸 느낄수있다.여기저기 식물의 뿌리들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고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인간들이 괭한눈을 부릅뜨고 장작이 쌓여있듯이 차곡차곡 누어 있다.마치 거대한 무덤같다.
그는 자신을 천천히 바라본다.무수히 많은 뿌리들이 그의 온몸에 꽂혀있다.꼭 빨대로 주스를 빨아먹듯 그의 피를 천천히 빨아들이고 있다.그의 옆에는 석훈도 같은 모습으로 자는건지 죽은건지 꼼짝않고 누워있다.
피가 빨려 나가서인지 도저히 움직일수 없다.전혀 힘을 쓸수도 없다.그는 힘겹게 뿌리들을 노려본다.무슨말을 하는 것 같다.있는 힘을 다해 그것들에게 귀를 귀울인다.
[너희 인간들로 인해 안면도는 파괴됐다.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안면도의 바닷가들,곳곳이 들어서는 팬션과 민박들,그로 인해 넘쳐나는 인파들,너희들은 마구잡이로 우리들을 파괴하고 우리가 주는 자연의 고마움을 전혀 모른채 더욱더 많은 쓰레기와 매연을 우리에게 주었다.77번 국도에 있는 자연들은 매년 늘어가는 매연과 오염으로 죽어가고 있다.우리는 너희들 때문에 죽을수 없다.우리도 살아야한다...우리도 살아야한다...우리에겐 영양분이 필요하다.영양분이 필요하다.영양분이 필요하다...]
현수는 힘이 빠져 머리를 뒤로 젖힌다.식물들의 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와 석훈의 피를 빨아들인다.
‘큭...그런거였군....그런거였어....제길...이대로 죽는건가?너무 억울하군...나도 안면도가 마구잡이로 개발되고 카지노까지 들어선다기에 마음이 아팠다고...정말 억울하군...큭큭...그래서 할아버지가 나타나면 사라졌군...그래서 외지차량만 이곳에서 발견됐군...’
현수는 씁쓸한 미소를 띈다.살짝 옆을 바라본 그의 눈이 커진다.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여진아...’
그의 눈에 말라비틀어진 여진의 모습이 보인다.아무런 표정도 없이 괭한 눈을 부릅뜬채 나뭇가지와 같은 여진이 보인다.
‘바보같은년...잘살고 싶다고...잘살고 싶다고 하더니...바보같은년...’
현수가 힘겹게 팔을 뻗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있는 힘껏 팔을 뻗는다.간신히...간신히 그의 손이 여진의 말라버린 손에 닿는다.나무처럼 딱딱한 감촉이 그의 손에 느껴진다.그런 그녀의 손을 남은 힘을 다해 꼭 쥔다.
‘바보같은년...사랑한다.여진아...마지막이라도 너와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하다...사랑한다...정말로...사랑한다...내 남은 모든 정신까지 바쳐서 널 사랑한다...’
그의 눈이 천천히 감긴다.그와 함께 몸도 서서히 말라간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erial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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