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숯검댕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구. 자네 때문에 온세상이 검게 그을리겠어"
피치아씨는 자신의 농담이 스스로 재미있었는지 목젓이 보이도록 웃고 있었다.
숯을 만드는 폴은 여느때와 같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피치아씨는 언제나처럼 머쓱하게 웃음을 그치고 폴에게 1펜스를 던지며 말했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것 같아. 오늘은 숯이 좋은가? 맞어맞어 언제나 자네 숯이 최고였지. 언제나처럼 난 자네 숯을 좋아한다구."
동전을 받은 폴은 철광석처럼 윤기가 흐르는 숯 두덩이를 피치아씨의 화로에 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네 오늘 내 우유를 사가지 않고는 못 배길걸세. 이 부드러운 우유를 보게나. 향긋한 향기에 자넨 배가 부른것도 모르고 한통을 다 마실걸세."
폴은 여전히 말없이 성큼 주철로 만들어진 우유통을 집어들었다.
"이건 여지껏 어떤 우유보다 좋은 우유라니까. 이건 좀 비싸게 쳐줘야하는데..."
폴은 아까받은 1펜스를 다시 피치아씨에게 던졌다.
"아 이것 가지고는 모자란데...뭐 어쩔수 없지... 하지만 이건 자네니까 주는 거라고. 알지?"
폴은 우유통을 짊어진채 돌아섰다.
그 뒷 모습에 피치아씨는 소리치듯 말했다.
"자네니까 주는거라고. 알지?"
이렇게 그랜트섬의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그 섬에는 남자 둘이 살고 있었고 동전 한 개가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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옜날에 잠깐 잠깐 짧은 글 쓸때 쓴건데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