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야꽃 ┓
어젯밤 갑작스레 비가 많이 내렸지만 새벽녘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날씨는 어느 때 보다 맑다.
충청북도 청주 어느 곳,
조금 동 떨어져 보이는 도시의 차림새에 여자는 버스에서 먹다 남은 빵조각을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있다.
- 에구. 벌써 다 먹어 버렸네.…….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검은색 머리에 크진 않지만
동그란 눈을 가지고 있어 첫인상은 조금 새침해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평소 바보 같은 멍한 표정 (지금도 짓고 있다.),
새침한 그 얼굴과 이상하리 만큼 잘 어우러져 바보같이 선해 보인다.
그녀는 주위 모든 것이 낯 설 어 불안해 할수도 있는 나이였지만
오히려 설레는 모습이였다.
- 2화 해수 (上) -
- 언니 옷은 미리 보냈고. 운동화 챙겨왔고.
빠진 짐은 없는거 같으니까, 일단 밥부터…….
버스 타기 전 배가 고플까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거기다 버스 안에서는 빵까지 먹어 치웠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청주까지 긴 시간이 걸려 내려온 것도 아니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모퉁이 허름한 밥집으로 들어갔다.
원래부터 맛집이나 유명한집을 찾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생선구이 냄새까지,
작은 가게 안에 사람들이 꽤나 자리 해 있는 거보니
잘 정했다 생각하는 찰나,
껄렁해 보이는 남자 일행들 바로 옆자리만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나가자,
몸을 돌리는 순간,
- 아가씨, 여 앉아, 순두부 1인분으로 가져다줄게. 우리 집 서 대표 음식이야.
으악,
- 저, 아주머니 나중…….
- 여기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서울에서 왔나봐 예쁘장한게
탈랜트인 줄 알았네?!
- 에이~아니에요! 그럼 아주머니 순두부 맛있게 부탁드릴게요!
예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래, 빨리 먹고 나가면 되지.
주문한 순두부를 기다리며 최대한 신경 안 쓰는 척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역시나 옆자리 남자들은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자리에 술병들을 보니 어지간히도 먹었나보다.
- 애들아 내 얼굴 봐봐, 아니 이 완벽한 얼굴로 번호를 물어보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지? 진짜 미스터리 아니냐?
- 푸…….푸핫
큰일 났다……. 술에 취해 말하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 시끌벅적한 옆 테이블은 순간 정적이 흘렀고, 음식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을 수 없어 더욱 불안해졌다.
- 지금 웃어?
옆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조심스레 돌려보았다.
당사자는 떡 벌어진 입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고 그 옆에 친구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다가왔다.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순간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의 도움을 간절히 바랬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바로 외면해버렸다.
- 그게 아니라 TV가 웃기네요. 하하…….
- 여기 TV가 어디 있어, 이게 지금 장난하나.
멍청해도 이렇게 멍청할까, 오히려 화를 돋구어 버렸다.
옆에 가만히 있던 그 일행들마저 자리에 일어나 버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 그만들 하시죠.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고마운 그 뒷모습이 보였다.
- 넌 또 뭐야?
- 아. 저는 이 앞에 시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 시청은 개뿔, 딱 봐도 여기 앞 부대에서 휴가 나와서 사복입고
까 불고다니는 군바리 새끼 구만.
그는 순간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여자인 내가 봐도 딱 군인이었다.
- 곧 전역이라 두 달이나 길렀는데 티나요? 헤헤. 그럼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야 뛰어!!
얼떨결에 옆에 두었던 가방을 잽싸게 챙겨서 그를 따라 달렸다. 다행히도 등 뒤로는 술에 취했는지 잡으러 올 생각까지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 취객들의 욕하는 소리가 서서히 멀어질 즈음 그는 뒤를 힐끔 보더니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 휴. 괜찮아?
- 네. 감사합니다. 정말.
- 아니야, 그나저나 이 동네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청주는 무슨 일로?
- 아, 언니 만나러 왔어요.
대충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 그럼, 오늘 바로 가는 거야?
- 아.아니…….
- 다행이다. 나도 군 생활만 여기서 했지, 휴가 나오면 혼자거든,
이 몸이 오늘 하루 충주 에서 유명한 명소 가이드 해줄게.
- 네…….네?
하마터면 그의 오지랖에 그대로 넘어갈 뻔 했다. 달리면서 차올랐던 숨을 고르고 평소보다 더 딱딱한 말투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단순히 여행 온 게 아니라 서요.
- 그럼, 언니 만나러 가기 전 까지만 돌아다니자.
그래도 내가 생명의 은인 인데.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잖아?
- 여기가 미동산 수목원.
평소에 나였다면 절대 같이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처음 온 곳이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이 남자 분위기에
정신이 쏙 빠져 버린 것도 한몫했다.
언니가 나오는 내일까지 혼자서 딱히 정해진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참 별일이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명소관광을 시켜준다느니 큰소리로 거들먹대며 데리고 온 이곳은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수목원을 직접 가본적은 없지만 생각했던 이미지와 별 반 다를 것 없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슬금슬금 봤지만 말하는 거와는 달리,
의외로 깊은 눈을 가진 차분한 분위기에 얼굴이었다.
해가 중천에 걸려 있다가 서서히 내려앉을 무렵,
푸른 수목원이 노을빛에 빨갛게 물들 면서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에 서 있는 듯 했다.
- 어때 좋지?
그의 계속되는 반말 때문 이었을까,
아니면 황홀하게 변해버린 이곳의 분위기에 빠져버린걸까.
나도 편하게 대답했다.
- 응 완전!!
- 응? 반말한거야? 그래, 또 볼 사이도 아닌데 뭐 어때 말 놔 너도.
하며 씩 웃는데 그만 따라 웃었다.
서로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 그때,
상쾌한 웃음 뒤에 하얀 꽃이 작은 별처럼 반짝였다.
수목원의 많은 나무와 풀, 초록 하늘에 새 하얀 별이 걸려있는 듯 했다.
그 별에 홀린 것 같다.
- 뒤에 별.
- 응?
하며 그는 등 뒤에 별을 보았다.
- 아아.
- 그 꽃, 이름이 뭔지 알아?
- 이건 호야, 호야꽃.
1화까지 같이 올리면 도배성 글이 될까봐 검색하시면 나오니깐 1화부터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드려요.
주위 사람들은 저를 아니깐 다들 화이팅의 조언을 보내지만 열심히 쓴만큼 혹평을 받고 많이 고쳐가면서 글을 써보고싶습니다.
힘든 월요일이지만 다들 화이팅 하셔서 이번주도 무탈하길 빕니다 참 메르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