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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스튜어트리틀3 DVD가 전격 발매되었다.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아동용 영화의 특성상 이 두번째 속편도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의 소비자들을 우려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3편은 아예 비디오/DVD용으로 제작되었다.) 실사 뺨치는 귀여운 하얀 생쥐의 매력적인 모험! 거기다 '우리말' 녹음도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 영어교육용으로도 딱이란다.
1999년 개봉된 스튜어트리틀은 당시 획기적인 CG와 캐릭터로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 가량의 수익을 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4초에 10만불을 버는 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성공이었으며, 마이클 J. 폭스나 지나 데이비스와 같은 한물 갔지만 나름대로 유명한 배우들이 성우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의 여세를 몰아 2002년 개봉한 스튜어트리틀2은 제작비의 반에도 못미치는 초라한 흥행수익ㅡ5천만 달러ㅡ으로 막을 내렸으며, 이제 거의 단물이 빠진듯 3편이 DVD용으로 제작되어 안방에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동용의 특성상 1,2편도 꾸준히 팔리겠지.
하지만 이 영화, 당신들이 생각하듯 귀엽고 불쌍한 하얀 생쥐의 모험같은 천진난만한 영화가 아니야. 차라리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숨)
※경고: 1편에 관한 스포일러 있음.
스튜어트 리틀 1편의 기본적인 갈등구조는 다음과 같다. 리틀부부는 흰 생쥐인 스튜어트를 입양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아들인 조지와 고양이 스노우벨은 스튜어트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스튜어트의 눈물나는 노력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의문을 제기해보자. 스튜어트는 왜 흰 생쥐일까. 아니, 스튜어트는 왜 흰색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흰색 쥐가 제작비가 덜 든다'라거나 '흰색이 화면빨을 잘 받는다' 또는 '아이팟도 흰색이지 않았느냐' 등등..
하지만, '흰색(white)은 리틀가문의 일원ㅡthe Littleㅡ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니까'라는게 솔직한 이유가 아닐까? 리틀가(家)에서 키우는 고양이인 '스노우벨'까지 흰색 펠샨으로 맞춘걸 보자면.. 이봐, 너무 노골적인거 아냐?
피해망상이라고? 너같이 툭하면 인종차별(racism) 운운하는 것들 때문에 당신같은 선량한 한국인까지 피곤해 죽겠다고?
자, 스튜어트리틀 1편을 보면 스노우벨이 도시의 뒷골목에서 불량한 길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협박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재밋는 점은 스튜어트리틀 1,2편을 통틀어 뒷골목에 흰고양이는 협박당하는 스노우벨을 제외하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모두 검은 색이거나 얼룩무늬들 뿐.. 더구나 '눈같이 하얀 모피'가 부끄럽지 않게 백인 말투를 구사하는 스노우벨과는 달리 그들은 모두 유색인종 엑센트를 쓰고 있다. (중국음식을 뒤집어쓴 왼쪽의 고양이도 그중 하나.)
이쯤되면 이 영화의 이분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선량한 백인들이 사는 안전한 교외지역↔불량한 유색인종이 사는 위험한 도시지역
하지만, 이 쓰레기가 그쯤에서 만족할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제는 외계인이 암살했다는 말로도 부족해 그 자신이 외계인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암살의 배후를 두고 이런저런 추측과 음모론이 난무하는 미국의 영원한 아이콘, 로버트 케네디. JFK가 미국 대통령직에 당선되고나서 엄청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최연소 대통령이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WASP이 아닌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었다.WASP은, White-Anglo-Saxon-Protestant, 즉 '백인-앵글로색슨-청교도인'이라는 뜻인데, 미국이란 나라가 건국된 이래 쭈~욱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뤄온 계층을 상징하는 용어이다.
WASP은 미국 정·재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절대조건이기도 한데, 역대 43명의 미국 대통령 중에 WASP이 아닌 경우는 케네디와 레이건 뿐일 정도라고 할까. 케네디는 비록 백인이었고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계 이민 3세였던 것이다. (레이건 역시 아이리시.)
어린 시절 미국 살때 내 동생이 직접 겪은 일이다. 동생은 지역의 '명문'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날 수업 중에 선생이 아이들보고 모두 일어나라고 했단다. 그러고는 먼저 흑인은 앉으라고 했단다.. (전교 2명인가 3명 있었던 흑인 아이 중에 하나가 그 반에 있었다..) 그리고는 히스패닉 아이들을 앉혔고, 다음엔 아시아계와 아랍계도 앉으라고 했단다. 당연히 일어나 있는 아이들은 모두 백인아이들이었겠지? 그 다음엔 라틴이나 슬라브 등의 아이들도 앉으라고 했다. 이탈리아계나 독일계, 이런 백인아이들이 앉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들 중 청교도 신앙을 가지지 않은 아이들을 앉혔다.
30명 남짓 있던 클래스에서 8명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그러자 선생은 자랑스럽게, '지금 서 있는 아이들이 WASP이다. 이들은 건국 이후에 쭉 미국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며 칠판에 거대하게 W.A.S.P.이라 적고 이를 풀어 써줬다고 한다.. 내 동생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느꼈을 당혹감과 모멸감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거라고 생각한다. ㅡㅗㅡ;;
뜬금없이 WASP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스튜어트의 노력이 빛을 발하며 극의 진행상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벤트가 바로 요트 레이스다. 스튜어트는 우연히 조지ㅡ스튜어트를 거부하는 리틀부부의 외아들ㅡ의 공작실에 들어가 조지가 만들다만 요트를 발견하곤 자기가 완성시킨 후, 요트대회에서 이 배에 자신을 태워달라고 조지에게 부탁하게 된다. 결국 스튜어트의 도움으로 조지는 센트럴파크의 요트대회에서 우승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조지가 스튜어트를 동생으로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요트의 이름이 WASP이라는 것이다. 정말 잠깐잠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요트의 뱃머리에 WASP이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고도 당당하게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차마 믿기지 않아서 몇번씩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 인간쓰레기처럼 나오는 스튜어트 친아버지가 이탈리안 액센트를 사용했던 것 역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늦게 미국에 대량으로 이민해왔던 가난했던 이탈리아계에 대한 미국 주류백인사회의 멸시가 느껴지는 듯한 대목이다. (미국영화보면 자주 나온다. 이런 장면.) 쉽게 말해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이 아니라는거지.
이쯤되면 스튜어트가 리틀가문의 일원이 되기가 그토록 힘들었던게 실은 '생쥐'였기 때문이 아니라 '2류 백인' 출신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WASP이라는 요트로 우승하는게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조건이 되는 스튜어트리틀.. 이쯤되면, 스튜어트 리틀이 인종주의 영화라는 주장이 음모론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2편의 새침떼기 노란새 마갈로는 정체가 뭐냐고? 짧게 말하면 백인애들의 동양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쯤 되지 않을까? 루시리우를 실사로 출연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영화에서 거슬리는 또 다른 부분은 시도때도 없이 주문처럼 반복되는 '난 자랑스런 리틀이니까'라는 대사다. 이 시대착오적인 가족주의는 난잡한 집안 출신이라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리틀가문으로 편입되려는 스튜어트의 정체성 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런 컴플렉스를 아동용으로 포장한게 '쥐'라는 장치가 아닐까?)
성실해보이는 아버지,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의 어머니, 아버지의 미니미같은 똘망똘망한 아들. 여기에 복고스런 인테리어의 교외의 단독주택. 항상 변치않는 가식적 미소. 듣기평가에나 나올 법한 지나치게 단정한 말투와 엑센트들. 마치 심슨가족의 플랜더스를 보는 것 같은 답답함과 위화감이 느껴진달까.
리틀家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백인 가정을 상징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기 할 일에 충실하고 자식은 말 잘듣고 일요일엔 교회가고 정원가꾸고 매일 사랑으로 넘치며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자동차에서 가구소품까지 모두 너무나도 백인, 백인, 백인스럽다. (애초에 요트클럽이라는 것 자체가 'as WASP as it gets'한 취미다.) 여기 유색인종은 물론 2류 백인이 끼어들 틈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걸 잊지 말자. 아무리 당신이 스튜어트의 팬이라도, 아님 백인 'wannabe'일지라도 절대 안끼워준다. WASP이라는 요트로 우승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수출'한 입양아들의 처지가 겹쳐진다..)
예전부터 주위에 스튜어트 리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대부분 너무 실사같다는 감탄과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뿐이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우선 헐리우드라면 아동용이라도 재밋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취향이긴 하지만.) 뿐만 아니라 1편과 2편이 개봉되고 있을때, 어떤 비평가나 영화잡지도 이 영화의 노골적인 이분법적 인종주의를 지적하지 않아서 정말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이 인종주의 쓰레기는 '멍청한 한국인'들을 완벽하게 우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백인들이 자기 아이들한테 이런 영화를 보여주는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들의 이상적인 세계관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무슨 이유로 스스로를 멸시하는 이딴 쓰레기를 보며 자라야 하는가? 실사랑 너무 비슷해서? 귀여우니까? 그런 가벼움과 우리 아이들의 가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잘 생각해보자.
아직도 내 조카는 나온지 10년도 더 된 인어공주나 라이온킹과 같은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고 있다. 아마도 스튜어트리틀 시리즈 역시 10년 이상 DVD쇼핑몰의 한켠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우리는 모르고 봤더라도,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스튜어트 리틀 시리즈를 그깟 알량한 '영어공부' 시킨다고, 혹은 '명작 애니메이션'이라며 보여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애니메이션은 애들 입닥치게 하려고 틀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인종차별은 정말이지 끔찍한 경험이다.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간이 할 짓이 아닌건 확실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더더욱. 하지만 한때 말갈인 등 수많은 북방민족들을 포용하며 대제국을 형성했던 선조들과는 달리 항상 섬나라(?)에서 안전한 다수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지금의 쫌스런 한국인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이런 반응이더라. '인종차별? 나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거 아냐? 인종차별 없는 나라는 없지 않아?' 그래, 평생 여기 갇혀 살자.
M. 나이트 샤말란, 인도녀석이 왜 이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을까? 미친거 아닐까? 아님 단순히 식민지 근성? 아마 일제때 친일파를 바라보는 기분이 이와 비슷했을까? 암튼 기분 더러운 녀석이다.
여담이지만 역시 인종주의자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 열렬한 매니아들을 거느린 Guns n' Roses를 보는 것 역시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Police and Niggers, Immigrants and faggots이라면서 흔들어대는데도 좋단다. 그러고보면 참 자존심도 없다.. 맨날 성조기 흔들면서 마초짓하는 이런 놈들이 좋다고 그 난리들었으니.
에필로그: 결국 그 WASP 선생은 몇 달 후에 인종차별 혐의로 해고됐다. 이런걸 쌤통이라 하는거다.
by 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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