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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01633
    작성자 : @피오나@
    추천 : 6
    조회수 : 663
    IP : 112.173.***.12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23/01/18 06:51:02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01633 모바일
    새벽 4시반
    오늘은 아니 어제는 모처럼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침마다 아 오늘 저녁은 안마셔야지… 해놓고
    밤에 야무지게 닭날개조림을 한다던지
    도토리묵 무침에 동그랑땡을 굽는다던지
    그럴싸한 밥상…술상을 차린다.

    알콜중독자구나!! 하시겠지만 아니라곤 못하겠다.
    약 부작용중 불면이 있다는 핑계도 썩 그럴듯하진 못하지

    암튼 새벽5시반 눈이 반짝 떠져서 커피한잔하며 여명을 기다린다.
    거실이 너무 조용해서 햇님이라도 와주시길 기다린다.

    갑자기 어릴때 생각이 난다.
    아마5살쯤 이었을꺼다.
    나는 보통의 어린이처럼 밥을 잘 안먹었고
    좀 마르고, 코피도 잘 쏟는 어린이였다.

    할아버지는 그런 내가 항상 걱정이셨지만
    낮에는 일을 나가셔야했고, 나는 그냥 홀로 남겨져야 했기에 
    극단의 조취로 새벽 4시반에 날 깨워 약수터에 가셨다.

    지금 생각하면 생업으로 지친몸을 4시반에 일으킨다는게 
    대단하시구나 생각되지만

    나는 다섯살이다.
    4시반에 일어 난다니 청천벽력이다.
    울기도 하고 때도 써봤지만, 기억엔 수일내로 좀 포기한듯하다.
    저노인네…내가 이길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새벽에 산 중턱? 아니 그보다 못미쳐 약수터에 도착하면
    천근같던 다리도 가벼워지고 새벽의 짙은 산냄새도
    어린나이엔 좀 신기했다.
    아직도 코끝이 향기롭다.

    그시간 제법 사람이 많았고 그렇게 줄까지 서가며, 그깟 검사도 제대로 안된 약수랍시고 들통에 두통을 받아와 마셨다.
    어린나이에 물맛이 무엇이냐, 요쿠르트도 아니고…

    제법 나온 주둥이가 들어갈 무렵 집에 도착하면 한 7시쯤? 
    그러면 할머니가 아침을 차려주셨다.
    따스운 국… 없는 형편에 내기억엔 반찬이 5가지 이하로 먹어본 적이없다.
    그럼 그 아침은 어김없이 밥을 잘먹을수 밖에 없었다.
    콩만한게 2시간 반 행군아닌 행군을 하니 
    제깟게 투정부릴 기운이 어딧냐.

    그렇게 아침을 먹고 나면 골목에 언니오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뛰쳐나가야한다.
    한달에서 길면 한달반 주기로 유행하던 놀이를 해야한다.
    엄청 재밌었던 기억이다.
    아마 내 첫 사회화였었지…

    그렇게 한 3년을 약수터를 다녔지만 나는 별 달라진게 없었다.
    할아버지 입장에선 여간 애석하셨겠지만…

    결국 나는 태권도 학원이 해결해줬다.
    그래 암만 생각해도 새벽 4시반은…웃음이 난다.
    그래도 할아버지 입장에선 최선이셨겠지 생각하면
    몇십년이 지나 코끝이 맵다.

    거참… 노인네 새벽4시반은 좀 아니잖나요 하고 이야기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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