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주인공인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은 커녕 슬퍼하지도 않았으며(심지어 어머니의 나이도 모른다), 그 장례식날 새로운 여자친구인 마리를 만나 데이트를 하였다. 정부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레몽을 위해 목격하지도 않은 유리한 증언을 하였으며, 총으로 한 아랍인을 쏴죽이고도 그 시체에 4발의 총을 난사하였다. 나의 시선으로는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며 부적응자이며 살인자이며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을 주는 자이다.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연행되어 재판을 받는 2부에 돌입하자 알수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좀 혼나야 했다.
하지만 2부에 돌입하면서 그렇게 싫어했던 주인공을 동정하게 되었다. 그는 살인을 저질러 재판을 받으러 갔지만, 그 사건 주변의 것들을 근거로 판결을 받게 된다. 재판은 그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냉담했던 것, 장례식날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났던 것, 평판이 좋지 않은 레몽과 친하게 지냈던 것, 시체에 총질을 했던 것, 기독교를 믿지 않는 것을 조합하여 그를 세상에 더 없을 악마로 만든다. 사형선고를 받는다. 살인이 극악무도한 죄이지만 상대방이 칼을 들고 있었던 것 등을 감안하면 사형선고는 과하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기가 막혔던 것은 재판이 그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냉담했던 것을 가지고 존속살인과 동일한 패륜으로 단정 지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그의 재판이 끝나고 난 다음에 존속살인범의 재판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어이가 없지만 묘하게 현실감이 있다. 카뮈는 이 소설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가 있다고 하는데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카뮈는 자신에게 노벨문학상을 선사한 이 작품에 애착이 많은지 주인공에 대해서 이런 저런 평가를 많이한 듯 한다.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이 "뫼르소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거짓을 말하기 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택하였다" 등의 뉘앙스이다. 심지어 그리스도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뉘앙스가 불편하다. 뫼르소는 이미 레몽을 위하여 거짓 편지를 대신 써주었으며, 그를 위하여 거짓증언도 거리낌 없이 하였다. 어찌되었든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다. 물론 뫼르소가 처한 상황이 그가 저지른 댓가치고는 혹독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를 무고한 시민이라고 착각하는 일은 피하고 싶다. 어찌 되었든 오랜만에 보기 드문 수작을 읽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무언가 어긋나는 느낌이 드는 번역이 오히려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를 선사 해주었다. 여러모로 읽어볼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