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 시내서 진행된 '떡값' 퍼포먼스 [프레시안 사진=조경민,강이현/기자]
17일 오전 10시경.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 '돈다발'을 가득 실은 트럭 8대가 줄줄이 도착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물론 삼성 본관을 드나들던 이들까지 순간 걸음을 멈추고 이 행렬을 지켜봤다.
트럭에 실린 '돈다발'은 다름 아닌 냉동차 벽면에 붙어있는 '인쇄된 돈다발'이었다. 미술가 오종선 작가는 이날 8명의 화물 운전사들과 함께 삼성 본관 앞에서 시작해 풍자 퍼포먼스'떡값'전(展)을 서울 전역에서 벌였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이 검찰, 국회의원 등에 정기적으로 '떡값(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을 풍자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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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10시가 약간 넘은 시간, 8대의 트럭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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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미술을 하자" 오종선 작가는 "검찰은 삼성에서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의 BBK 소유 의혹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일흔이 넘은 아버지도 퍼포먼스에 반대하시기는커녕 잘한다고 응원해 주시더라"며 "일반적인 상식을 갖고 있는 국민이라면 퍼포먼스의 의미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현실참여적인 작품 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오종선 작가는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이다.
전국민족미술인연합 회원이기도 한 그는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통일미술제>(1997 5.18묘역), 통일미술제 <
매향리> (2000 전국순회) 등에 참여해 왔다.
오 작가는 "오늘 퍼포먼스는 '거리미술', 그 중에서도 '행동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갤러리 밖으로 나가서 진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술'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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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떡값'展은 서울시 전역에서 이뤄졌다. ⓒ조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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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면 삼성이 좀 찔리겠죠?" 오종선 작가는 이날 퍼포먼스가 이뤄질 수 있었던 공은 사실상 냉동차 운전사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소속 회원인 이들은 오종선 작가의 퍼포먼스에 참여하기 위해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와 집결했다.
운전사 각 개인이 소유한 냉동차는 곧 이들이 하루 15시간 이상씩 일을 하는 '작업장'이기도 하다. 일당 10만 원 정도를 버는 이들이 하루 수입을 포기하고 자신의 '작업장'을 퍼포먼스를 위해 기꺼이 내준 것이다.
운전사 중 한 명인 임석진 씨는 "작품의 취지가 좋았기 때문에 몇 번의 토론을 거쳐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일제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임 씨는 "삼성이 노동자들에게 너무 못 대한다"며 "(비자금 조성하고 로비를 했다는) 그 돈을 노동자들에게 쓰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 "우리가 가면 삼성이 좀 찔리겠죠?"라고 기자에게 물으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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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5시 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으로 진입하는 차량들. ⓒ조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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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퍼포먼스는 오후 5시경,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마무리됐다. 오종선 작가는 "한 개인 예술가로서 소기의 목적을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보람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루 종일 서울을 누빈 오 작가와 운전사들이 느꼈던 보람만큼 '알차고 값진' 검찰의 삼성 비리 수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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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퍼포먼스를 위해 8명의 운전사와 오종선 작가는 하루 전날부터 차량 외벽에 '돈다발'을 붙이는 등 준비에 나섰다. ⓒ조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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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종선 작가는 이날 퍼포먼스가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보람만큼 '알차고 값진' 검찰의 삼성 비리 수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조경민 |
사진=조경민,강이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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