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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9981
    작성자 : 피터제길슨
    추천 : 15
    조회수 : 4393
    IP : 218.232.***.19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5/03/11 22:43:43
    http://todayhumor.com/?history_19981 모바일
    괴짜 사위와 괴짜 장인-권율과 이항복의 에피소드들
    임진왜란 NO.2의 명장 권율.
    500년 조선 왕조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명재상인 이항복.

    두 사람은 장인과 사위 관계인 것에서 더 나아가 서로를 마치 큰형님과 동생으로 여겼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가까운 관계를 가졌습니다.
    게다가 권율은 백수 생활 때문인지 장인으로서의 권위 의식에서 비교적 벗어난 편이고, 이항복은 아예 조선왕조실록에서 그를 '농담정승'이라고 부를 정도로 해학을 즐긴 사람이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두사람 사이에서 터진(?) 일들은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항복이 남긴 글들을 모은 '백사집'이나, 이후 이들의 이야기를 모은 야사들을 보면 한편의 역사 시트콤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참고로 아래의 내용은 야사의 각색이 많이 섞여 있으므로 모두 사실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냥 '이런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이 재미있게 지냈구나'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 '옷은 벗고 가시지요?'
    어느 더운 한여름, 상당히 해결하기 어려운 국정 과제 때문에 조정의 관료들은 매일 궁에서 열리는 조회에 등청해야 했습니다.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긴 관복과 관모를 갖추고 정좌해 있어야 하니 참 죽을 맛이었죠. 당시에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어느날 궁에 들어갈 준비를 하던 권율에게 이항복이 이렇게 권유했습니다.
    "어차피 모두 관복을 입고 있으니 그 안에 뭘 입었는지 알게 뭡니까? 날씨도 더운데 관복 안에 입을 바지저고리는 벗고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권율 본인도 더위 때문에 괴로웠던 참이라 그게 좋겠다 싶어 관복'만' 입고 안의입을 바지저고리는 벗은 채 등청했죠. 확실히 옷을 덜 입으니 더위도 견딜 만 해서 권율은 "과연 똑똑한 우리 사위~"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장인과 함께 등청했던 이항복이 갑자기 (권율에게는)충격적인 발언을 꺼냅니다.
    "주상전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신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옵니다. 이대로는 회의를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청컨대 관복을 벗도록, 아니면 관모만이라도 벗고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마침 임금인 선조도 곤룡포 차림에 익선관까지 쓰고 용상에 앉아 있어야 하니 신하들만큼이이나 더워 죽을 노릇이었고, 따라서 이항복의 제안을 순순히 허락했지요. 다른 대신들도 더운 참에 잘되었다 싶어 기꺼이 관복과 관모를 벗고 바지저고리 차림으로 앉아 있는데.....오직 한사람만이 관복을 벗지 못하고 있었죠. 당연히 그  한 사람은 권율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선조가 "권 대감은 덥지도 않으시오? 어서 관복을 벗지 않고 뭐하시는 것이오?"라고 말하자 우물쭈물하던 권율이 결국 관복을 벗었죠. 네. 관복만 입고 왔었으니 권율은 속옷 차림으로 회의장에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현대로 비유하면 다른 관료들은 수트와 넥타이를 벗어 놓고 있는데 혼자서 러닝셔츠 차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충격적인(?) 광경에 다들 할 말을 잊은 가운데 이항복이 마지막 카운터를 날립니다.

    "주상 전하. 권율은 평소 백성들이 헐벗은 채 생활하는 것을 보고 두껍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이 부끄럽다며 이렇게 다닌다고 하옵니다. 그러니 권율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소서."
    사실 이항복은 권율을 이용해서 '백성들은 가난해서 옷 한벌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데,  이렇게 사치스러운 옷 입고 다니는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를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제서야 이 모든게 이항복의 장난질이라는 것을 눈치챈 선조는 웃으면서 "이항복의 말이 옳다. 내 상으로 권율에게 비단을 내릴 테니 그것으로 옷을 해 입도록 하시오."며 사건(?)을 마무리합니다.


    2. '저는 앞으로 되고 싶은게 없어요'
    어린이용 위인전에도 항상 나와서 유명한  '이 손은 누구 손입니까' 사건 후 이항복의 품행을 더 알고 싶어진 권율은, 이항복이 다닌다는 서당을 찾아갑니다.
    권율이 왔다는 것을 눈치챈 서당의 학동들은 옷차림과 몸가짐을 정돈하고 낭랑하게 글을 읽고 있는데, 오직 한 학동만은 권율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않고 옷매무새도 평상시처럼 흐트러진 채 편한 자세로 글을 읽고 있더랍니다.

    품행을 알기 위해 권율은 학동들에게 평생의 소원을 물어봅니다. 그러자 고관대작이 되어 영예를 누리고 싶다, 큰 부자가 되어서 주지육림를 해보고 싶다, 일대의 문장가가 되어 보고 싶다, 천군만마를 단기로 무찌르는 대장군이 되고 싶다 등등의 대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직 한 명, 위의 그 편하게 글을 읽던 학동은 아무런 소원이 없다고만 말합니다. 이상하게 여긴 권율이 거듭 물어보지만 계속해서 아무 소원이 없다고 하더니, 계속해서 권율이 말해 보라고 매달리자 그제서야 대답하는데 참 황당합니다.
    그 학동은 달리 원하는 것은 없고 쇠짚신 한 짝이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농사지을 때 소의 발에 신겨 주는 짚신 말입니다. 황당해한 권율이 하필 왜 쇠짚신이냐고 묻자 더욱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그걸 지금 제 앞에 있는 어른의 입에 넣어서 입좀 다물게 하겠습니다."

    이 학동의 말이 뭔 뜻이냐면 이렇습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려 하는 소원은 다 다르기 마련인데 남의 소원을 안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안다고 해서 당신이 그것을 이뤄줄 수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이상은 당신이 안다고 한들 무의미할 정도로 크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학동의 대범함에 감탄한 권율은 이 학동을 자신의 사위로 삼았다는 이야기. 당연히 이 학동이 누군지는 뻔하죠?


    3. "사람의 겉과 속은 다 중요하지 않겠나?"
    이항복을 사위로 들이기로 한뒤 , 권율의 아버지인 권철 또한 이항복의 품행을 알아보기 위해 이항복의 집을 방문합니다.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이항복이 "어르신께선 사람의 겉만 보십니까, 아니면 겉과 속을 모두 보려 하십니까?"라고 질문하지요. 이에 권철은 "물론 사람의 겉과 속을 모두 보는게 좋겠지만, 어찌 사람의 속을 볼 수 있겠나?" 라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을 들은 이항복은 갑자기 바지를 휙 벗어 던지곤 자신의 '그것'을 권철에게 보여주며 당당하게 말합니다.
    "제 속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속이 이만하면 매우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에 권철은 이항복의 그것과 대범함에 크게 감탄하고 즉시 혼사를 추진했다는 이야기.
    (참고로 권철은 영의정까지 지낸 고관이고, 이항복도 가난하긴 하지만 아버지인 이몽량이 형조판서를 지낸 양반집 자제였습니다. 영의정 앞에서 '그것'을 보여준 양반집 자제라니 이 무슨......)


    4. 이항복이 권율의 뺨을 날리다

    이항복에겐 특이한 장난질이 있었는데, 권율이 소변을 눌 때마다 그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권율이 하루는 자신의 '그것'을 가리키며 "이 것 또한 자네의 장인일세. 어찌하여 무례하게 쳐다보려 하는 건가?"라고 말하였습니다.
    며칠 후 권율이 소변을 다 보고 나자 그 모습을 보던 이항복이 갑자기 권율에게 싸대기를 날려버립니다. 황당해한 권율이 쳐다보자 이항복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어르신께서 제 장인의 목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시니 사위인 제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해가 안되시는 분은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오세요. 단 남성 한정. 여성은 알아서 상상하시길.)

    그러자 권율은 "네놈은 정말이지 '그것'의 사위라고 해도 화를 내지 않을 놈이구나!"하며 폭소를 터뜨렸다고 합니다.

    5. 이항복의 닭짓(?).
    위의 권율이 옷벗고 골탕을 먹은 사건이 끝난 뒤, 복수를 하기 위해 묘책을 만듭니다. 여기에 왕과 다른 신하들도 참여했지요. 마침 오성이 집에서 하루 쉬게 되자, 선조는 신하들에게 다음 번의 조회 때 계란을 하나씩 가져오라고 하고, 이를 오성에게는 아무도 알려주지 마라고 명을 내립니다. 당연히 권율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죠.

    다음 번의 조회날, 권율을 비롯한 다른 신하들은 계란을 가져왔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이항복은 당연히 빈손으로 등장했습니다. (초등학생 애들이나 하는 장난질을 일국의 대신들과 국왕이 하고 있어요 준비물 안 가져온 애 놀려먹기) 그런데 다른 대신들이 모두 계란을 꺼내든 것을 보고 눈치챈 이항복은 갑자기 닭 울음소리를 내고 날개를 퍼덕이는 흉내를 냅니다.

    이상하게 여긴 선조가 이항복에게 왜 닭 흉내를 내냐고 묻자 이항복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암탉이 아니라 수탉입니다. 수탉이 어떻게 계란을 낳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계란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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