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빠, BL동생 1화.
제가 그림을 잘 그려서 그림으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글로 쓰겠습니다.
저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접한 "오늘부터 대마왕" 애니매이션으로 BL에 눈 뜬 동생이죠.
제가 백합에 눈을 뜬건 중학교 2~3 학년때 접한 "그 꽃잎에 입맞춤을" 이라는 어드벤쳐 게임이었죠.
오늘부터 대마왕을 보면서 "요바이" 라던가 하는 불순한 단어들을 배운 추억이 새록새ㄹ... 을 말하려는게 아니라,
제목만 보면 상당히 간단한 문제입니다 - 백합을 좋아하는 오빠 (제 동생은 저를 형이라고 부르지만.) 와 BL을 파는 동생.
하지만 동생도 저도 일코를 상당히 잘 하는 편이기 때문에 제가 애니매이션을 본다고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쪽도
애니매이션을 봅니다.
적정수준의 일코는 좋습니다만, 문제는 제 동생의 일코가 너무 심하단거.
BL좋아하는거 다 알고 있는데 저에게서도 감추려는게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지 방 안에 BL 소설이나 드라마 CD, 만화책이 가득 있는데도 "친구거야" 라면서 ㅋㅋㅋㅋ 일코를 ㅋㅋㅋㅋ 아낰ㅋㅋㅋ
물론 너 BL 좋아하잖아 하면 딱히 부정은 안 하지만요.
지금은 씨엔블루와 임창정 아저씨(...)를 집중으로 파고 있습니다.
아, 바카노 소설도 읽고 있네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와, 동생이 좋아하는 장르가 어떻게 보면 극과 극으로 다르다 보니, 은근히 마찰이 있을것 같기도 하지만
의외로 평범합니다. 동생도 저도 서로의 개인 취미는 터치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볼 뿐, 일절 태클걸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불과 2-3 년 전에, 그 꽃잎에 입맞춤을 ~미카엘의 소녀들~ 이라는 게임과 함께 동인서클 이었던 "ふぐり屋" 가 "ゆりんゆりん" 이라는 메이커로 탈바꿈 하면서 등장!! 당연히 저는 그 게임을 바로 플레이 했습니다.
당시에서 (그 게임) 다뤄지던 커플링은 "미야와 리사". 평소에 시리즈를 즐기던 저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없는
축복과도 같았고, 게임을 플레이 하는게 너무 아까워 매일 조금씩, 조금씩 플레이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평소처럼 제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거의 습관처럼 그 게임을 켜고 플레이 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문을 닫아놓거나 잠궈놓고 하지만, 문을 잠궈놨다가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들키면
뭔가 이상한 짓(??) 을 하고 있다고 의심당할까봐 하루는 문을 잠구지 않고 플레이 했습니다.
그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두 캐릭터, 미야와 리사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미야는 마침내 리사를 쇼파에 눕히고 마는데....!!
그 순간!!!
"찰칵" 하고 들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
뭐뭐뭐 뭥미ㅣㅣㅣㅣㅣ!!!!
동생 : 형(동생이 절 부르는 호칭) 엄마가 과ㅇ....
원래 제 방 구조가 책상이 벽에 달라 붙어 있고, 그 벽에 문이 달려있어서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제가 뭘 하는지는 모릅니다만, 평소에는 문만 열고 얼굴만 빼꼼 내는 뇬이 갑자기 방 안으로 포풍출현...
저의 방 구조.
평소 행동
그날따라 동생의 행동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저는, 그 적나라한 장면을 동생에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마침 새로 산 넓은 화면의 노트북에, 미야는 리사를 잔뜩 사랑해주고 있었고, 동생은 그 장면을 그 모습 그대로 목격한 것이죠...
순간에 스쳐 지나간 동생의 얼굴.
그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동생의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 댔었죠 ㅋㅋㅋㅋ
아마도 미안함 이라던가 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스쳐지나간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냥 어버버 하다가...
기억에 없는 주마등 (출처 : 제목학원)
그 때 당시의 나의 뇌.
영겁이 지난 시간 뒤에 살며시 alt + tab 을 누르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이 alt + tab 을 눌러 창이 최소화 된 이후에도 뭔가를 만지면 바로 다시 튀어나오기 때문에
제 뇌에서는 alt + tab 얼른 눌러야 한다는 제 슈퍼 이고와 이미 늦었으니 단념하라는 이드가 맹렬히 싸우고 있었지만
그것때문에 그런가 처리시간(??)이 지연되어서 이미 동생이 볼거 다 보고(?) 난 다음에야 alt + tab 을 눌렀습니다.
동생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으니 괜찮다 라는 오오라를 풍기면서 "얼른 와" 라면서 방 문을 유유히 빠른걸음으로 빠져 나갔고,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한 저에게 몇번이고 자책하면서 방을 나왔습니다.
동생과 저에게 있어서는 이런거는 묵언의 룰 같은 것이었거든요.
이런거라 함은, 서로 좋아하는거에 대해 노터치 하되, 직접적으로 보여주거나 하지 않기.
하지만 이번 경우는 완전히 동생의 불찰에 의해 생긴거였으므로 뭔가 짜증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제 나이가 19세를 넘어섰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건 없었지만, 친구에게 들키는거랑 동생에게 들키는 거랑 분위기라던가
많이 다르잖아요. (모두들 안다고 해줘요. 제발.)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는 동생이 제 방에 자주 드나들지 않고
괜히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노크하고 씨빨!!!! 더 신경쓰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함을 누구에게 분출하겠습니까..
형? 엄마? 아빠?????
???? 말도 안돼는 소리죠.. 수년이 지난 일이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아이디가 익명이 아닌 이유는, 저는 아직까지도 백합을 사랑하고 있기에...
이미... 감출것은 없습니다.
전부... 보여준듯....
(아래에 2화가 계속됩니다.)
백합오빠, BL동생, 2화.
2편에 걸쳐서 쓰려고 했지만 의미가 없는것 같아서.
이미 지난 이야기고 하니까요.
그 일이 있던 정확히 2개월 후, 동생이 새로운 게임을 찾았다며 잔뜩 싕이 난 상태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 게임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드라마티컬 머더, DMMD.
니트로+ 작품 (최근에 그녀와 나? 그거 때문에 유명해졌죠, 세이브 못하는 게임.) 으로,
상당히 등장했었을 당시에는 인기가 있던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커버도 그렇고 게임 소개도 그렇고 해서 왠지 남정내가 풀풀 나길래
"이거 BL 이지?" 라고 물어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닝데!! 일러스트 보고 산건데!!"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알고 있었죠.
이 게임의 소개 페이지에서 들어간 순간 저는 발견 했으니까요.
- 출처, DMMD 공식 소개 페이지.
보이십니까? 붉디 붉은 18딱지가??
동생은 성인용 게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그 게임을 사서 좋다고 제 면상 앞에
문대고 있었습니다. 지금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묵언의 룰도 있고 하니, 터치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성인용 게임을 한다고 해도, 동생의 일코 수준은 높은 편이었고,
애초에 지향하는 공부가 애니매이션 쪽이라 (최근에 대학 합격 했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일러스트를 본다는 어느정도 일리 있(어 보이는)는 이유를 대가며 플레이 하려고 했으니까요.
이에 더해, 평소에는 불법 다운을 하려던 동생이 이번에 들어서야말로 정직하게 게임을 구매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 그냥
좋아하는거 하게 두기로 생각했었죠.
(일러스트 정말 좋더라구요. 호냐라라? 이 분이 상당히 유명한 분인데 제가 잘 몰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일러 몇장도 호냐라라분 작품...)
아무튼 복합적인 이유로 동생이 하고싶다는거 굳이 말리지 않고 플레이 하게 뒀습니다.
BL 이고, 성인용이면 당연이 그 씬 (??) 이 나올것임에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에게 해가 되어 돌아올 줄은............................................................
그 사건이 있었던 일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6개월 전.(게임을 산건 1년 8개월 전) 야심한 밤에 스산한 소리에 이끌려
(사실 오줌이 마려워서 눈이 떠진것 뿐입니다) 문을 살포시 열고 거실로 나왔더니,
컴퓨터가 켜져 있는지, 밝더군요.
이쯤에서 보여드리는 우리 집 거실의 구조.
거실
저는 저 주황색 루트를 통해 화장실을 가려고 했지만,
어쩐지 모니터에서 너무 밝게 빛나는 빛 때문에
"형이 야동보나?" 하면서 다가갔지만 의외로 형이 아닌 동생이 밤 늦게까지 컴퓨터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당시 새벽3시)
하지만 동생이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는건 흔하게 본 장면이기 때문에 그려러니 넘어가려 했었지만
갑자기 들리는
"우당탕 쿵오아캉광" 소리.
흡사 토르가 닝겐의 유리를 내려치는듯한 강렬함과 다급함이 적절이 조화된 음색과 비트의 빠르기.
분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끄러운 것" 을 들킨 것이었죠.
동생은 빠르게 모니터 정리를 하더니 (미친 클릭) 그저 유유히 지나가는 저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직접 플레이 하는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모니터가 바깥을 향해 있어서.)
최근에 산 동생의 게임. DMMD 를 플레이 하고 있는것이 분명하다고 괜히 혼자 추리하고 뿌듯함을 느낀 저는
조금 이상한 상쾌한 기분으로 (이상하지만 상쾌) 화장실을 다녀오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잠에 들려고 해도 「BL에서의 18금 게임이면 어떤 장면이 있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잠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이렇고 저런게 나오겠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좀처럼 궁금증을 풀기 힘든 저로써는 그저 잠들수만은 상황은 아니었죠.
게다가 동생도 저 때문에 흥이 깨졌는가 (저도 그때는 동생때문에 흥이 깨져서 그날은 플레이를 멈췄지만.) 방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찰칵 하는 방문 소리가 들리고 난 뒤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는진 모르겠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저는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거실로 나왔습니다. (새벽 3시 반경)
인기척은 없었지만, 컴퓨터는 켜진채로 웅웅거리는 낮은 기계음으로 어두운 거실의 공백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모니터를 켰고,
실행표시줄에 있는 DMMD 를 클릭, 구동 후 세이브 데이터를 확인 해보기로 했습니다.
분명, 세이브는 해놨을 터, 그리고 저의 예상은 멋지게 맞아 떨어졌고
세이브 파일 23번째에 두 남정네가 벗고 있는듯한 썸네일이 눈에 들어와 어쩐지 두근두근터질것같은 마음으로 클릭을 하는
순간!!!!!!!!!!!!!
!!!!!!!!!!!!!!!!!!!!!!!!!!!!!!!!!
!!!!!!!!!!!!!!!!!!!!!!!!!!!!!!!!!
"흐아아아앙~~~~~~~~~~!!!!!!!!!!!!!!!!!!!!!!!!!!!♡"
순간, 시간이 멈췄습니다.
아니, 멈추기 보다는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묘한 느낌,
순간,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
비쥬얼보다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흐아아ㅏㅏㅏㅏ앙" 소리가 너무 놀라서 숨이 멎을뻔 했습니다.
분명히 게임을 켜면 BGM 이 나올텐데, 나오라는 BGM은 나오지 않고
높디높은 청산에 남정네 흐느끼는 소리만 고독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저녁이었고, 몰래 보는거였고, 뭔가 하면 안됄 일 을 한다는 자괴감, 자책감 때문인지도 몰라도
그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수도 있었겠죠....
순간, 뒤에서 "벌컥!!!" 열리는 동생 방의 문...
아... 끝났구나...
빠른 생각의 발전.
제가 게임을 하다 들킨것보다 더 많은 생각들과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면서
저의 사고는 그렇게 정지 하고, 사건은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10시, 동생이 학원이 끝나면 돌아오는 시간.
(예체능이라)
저는 동생과 같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생 : 형(여동생이지만 저를 이렇게 부릅니다), 통닭 시켜먹을래?
나 : 어? 그래. 뭔치킨? 저번처럼 치즈눈?
동생 : 그거랑 푸닭이랑...
나 : 어. 그래.
그리고 저는 주문을 했고, 다시 TV 시청을 계속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제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나 : 어, 그러니까... 왜 어제 사람 목소리가 나온거야?
동생 : 아, 그거..? 나 원래 BGM은 꺼놓고 하거든... 이어폰도 빼갔고.
나 : 아항.
네, 바로 그거였습니다. BGM을 꺼놓고 이어폰을 끼어놓고 플레이하던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때는 저녁이었고, 분명히 몰래 하는 컴퓨터 였을 텐데...
저는 미칠듯한 이 정적을 깨부술 힘이 없어 그저 힘 풀린 눈으로 TV 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치킨이 오기까지 약 5분 전. 동생이 다시 정적을 깨고 말했습니다.
동생 : 별로... 안 리얼 하더라. 그냥 소리지르는것 같애.
저는 그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생이 저를 용서 했다는것, 그리고 그 용서 받았다는 안도감,
왠지 같은 걸 들켰다는것에서 느껴지는 안도감, 치킨을 기다리는 기대감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한번에 폭발하며!!!!!!
나 : 어... 그, 그렇긴 하더라. 원래 게임이 그래.
라고, 조금은 답답하지만 시원하게 "난 이런게임 많이 해봤다" 라고 커밍아웃을 하며, 사건은 막을 내립니다.
그 이후, 치킨을 맛있게 즐겼습니다.
그 치킨은 형용할 수 없도록 뜨겁고, 달콤하고, 바삭했습니다.
역시 치킨을 시킬때는 아저씨에게 따로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을 해야 하나 봅니다.
바삭하게 튀겨달라고 하세요. 치즈 더 뿌려달라고 하세요.
백합오빠, BL동생, 애프터 스토리.
그 이후에도, 저의 백합 사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생은 BL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식은듯 보입니다. 이제는 씨엔블루, 임창정 아저씨, 그리고 실황러들을 파고 있습니다.
이미 보여줄거 다 보여준 저와 동생은 이제 굳이 감추지 않고 적정선에서 쉐어하고 싶은게 있다면
적당히 공유도 하고 (일러스트 같은거.) 같이 즐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저도 동생도, 금단의 백합과 금단의 BL을 넘지는 못합니다.
그럴 용기가 없어서?
아니요.
그건 동생과 저의, 영원의 약속입니다.
(존나 개소리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로, 이 글은 95% 의 리얼과 5% 의 허구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직접 겪은 스토리.)
동생과 합의 하에 5% 부풀려진 스토리 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