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제 배후 세력은 정부입니다.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에 나선 것이고, 누가 시켰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다른 청소년들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게 폭발한 것이지요.”
‘안단테’라는 아이디로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황모(17)군은 14일 본보 기자와 만나 “잘못된 걸 인식하고 신념이 있었기에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자신이나 10대 청소년들의 배후에 특정세력이 있다는 관측은 억지라고 강조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 청원운동을 처음 시작한 황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비판적인 여론과 맞물리면서 인터넷상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다. 경찰이 탄핵서명과 촛불집회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황군도 수사대상에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내가 안단테다”는 등의 글을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 올리며 대대적인 ‘구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린 이날 저녁 8시30분, 서울시청 앞 광장 근처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황군은 131만명의 대통령 탄핵 서명을 이끌어낸 ‘이슈 메이커’였지만 외양은 역시 웃는 모습이 해맑은 평범한 17살 소년이었다. 그는 현재 경기도 모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황군은 직접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을 받고 당황스러웠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자신은 그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방법을 찾은 것일뿐 인터뷰 대상이 될만한 대단한 일을 한 적이은 없다고 했다. 황군은 그러나 경찰 조사에 대해 “나는 당당하다. 죄 지은 것 없다”며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탄핵 서명도 그만둘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명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통념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황군은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이 분명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국가외 가업은 엄연히 다른 존재”라며 “그런데도 지금 대통령은 국가를 자신의 기업으로 알고 경제 발전만 외치고 있다. 국민 건강권 등 기본권을 우선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고등학생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황군은 “프랑스에서는 (청소년 발언을) 권장한다는데…”라며 “우리나라는 유교적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학생들이 어른에게 대들거나하는 걸 참고 보지 못한다. 학생도 국민인데 자기주장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황군은 특히 배후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 “나와 청소년들을 부추긴 건 정부”라며 “정부에 신뢰가 안 가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미국산 쇠고기 개방이 불을 질렀을 뿐”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국가가 무슨 권리로 날 처벌하겠느냐. 난 처벌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성의를 다하지 않은 졸속협상이었다. 최근에 드러난 ‘영어 오역’ 등을 보면 사실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황군은 그러나 자신의 구체적 신원이 노출되는 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래서 주변에도 자신이 ‘안단테’임을 알리지 않았으며 같은 학교 친구 단 3명만 이 사실을 안다고 한다. 부모님에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엄청 혼냈다. 네가 안 해도 다른 사람이 할 텐데라며. 그러나 난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느냐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느냐고. 그랬더니 조금 이해하시더라”고 소개했다.
황군의 일상은 여느 고교생과 별 다를 바 없다. 아침 7시30분에 집에서 나와 등교해서 자정까지 학원에 있다 귀가한다. 다만 요즘 인터넷 활동 때문에 공부에 다소 지장이 있다고 한다. 2시간의 인터뷰 끝무렵에 “내년에 고3 아니냐”는 묻자 황군은 “광우병이라도 막아야 미래가 보이지요”라고 답하고 “배후세력이 없다는 점을 꼭 써 달라”고 재차 당부한 뒤 집회 장소로 돌아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강창욱 기자
[email protected] 인터뷰 전문
-‘안단테’란 아이디는 어디서 나왔나?
=평소 음악 듣다가 ‘천천히 살자’는 뜻으로 지었다. 어감도 좋고.
-경찰이 조사 시작했다. 일선 학교 다니면서 분위기나 시위 참가자 조사한다는데 어떤가?
=하라고 해라. 당당하니까. 죄 지은 거 없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거다. 싫은 건 싫다.
-본인 등 집회 주모자 조사하는 경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안이 부활했다. 바른 말 하는 사람 잡아가려 하다니. 대체 어느 나라가 정부 비판한다고 국민을 잡아가나.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태도 바꾸거나 탄핵될 때까지 계속해야죠. 여기서 멈추면 갈 데도 없고. 이미 저지른 일이니 끝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다는 건?
=국민이 원하는 정치,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는 거다. 이 대통령은 국가가 자기 기업인 줄 안다. 국가와 기업은 엄연히 다른 존재 아닌가. 기업은 사장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국가를 자기 기업으로 알고 경제 발전만 외친다. 이런 부분에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 건강권 등 기본권을 보장한 다음 경제성장하는 것을 바란다. 소수가 아닌 다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FTA 시작한 건 노무현 정부 아니냐?
=노무현 정부는 적어도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소로 한정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 내줬다. 이건 FTA가 아니라 조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 인터넷에선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 많은데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 반응은?
=조용하다. 제가 무슨 짓하는지, 누군지도 잘 모른다.
-안단테와 황군이 같은 인물이란 사실을 아는 친구가 있나?
=3명 있다. 같은 학교 친구다.
-배후세력이 있다는 말에 대해
= 내 배후 세력은 정부다. 정부가 잘못했기에 나섰다. 결국 날 부추긴 건 정부다. 누가 시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른 청소년들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게 폭발한 것이다. 다 자발적으로 온 거다. 여기에 배후세력이 어디 있나. 잘못된 걸 인식하고 신념이 있기에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배후에 좌파세력이 있다거나 내가 선동했다는 건 억지다.
-청소년이라도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말이 나온다.
=프랑스는 (청소년 발언을) 권장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유교적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학생들이 어른에게 대들거나하는 걸 참고 보지 못한다. 학생도 국민인데 자기주장 못할 이유가 어딨나,
-본인 정보를 경찰이 포털에서 넘겨받았다. 어떤가?
=다음이랑 네이버가 내 동의 없이 넘겼다. 기분 나쁘다. 어떻게 보면 개인 정보 침해다. 내가 동의 안 했는데 왜 마음대로 주나. 이건 옥션 해킹 사건보다 심하다. 압수수색영장이라도 받은건가.
-경찰로부터 연락 없었나?
=아직은 없다. 부모님도 연락받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경찰에게 연락받은 적) 없다.
-오늘 블로그에 올린 ‘난 당당합니다’를 읽었다. 경찰에게 연락하라고 했더라.
=우리 집에 오면 다 알려준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더라. 이메일 알렸더니 오라는 경찰에선 연락 없고 오히려 인터뷰 제안이나 응원 메일이 왔다. 많이 왔는데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얼굴도 공개하나? 언론이나 인터넷에.
=그렇게는 안 한다. (부모님께) 얼굴 노출 안 한다는 조건 걸고 이 일 한다.
-아고라를 알게 된 건?
=2년 전인 중3 때부터다. 우리나라 교육이 대학 서열화 때문에 잘못 되지 않았나. 그런 것에 불만과 회의 갖고 시작했다. 교육에 대한 이런 비판의식을 갖고 토해낼 곳을 찾던 중 아고라 들어가 보고 ‘어 이게 뭐야’ 했다. 아고라는 아테네 폴리스와 같은 곳이다. 정치적 의견을 마음껏 토해낼 수 있고. 찬성쪽과 반대쪽 의견을 모두 볼 수 있고.
-서명운동을 기획하고 시작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에 신뢰가 안 가서 했다.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번 미국산 소 수입 개방이 불을 붙였다.
-서명운동을 처음 제안할 때 경찰조사 같은 일을 다 각오했다고 들었다. 그런가?
=각오했다. 그런 생각 안 하고 어떻게 하겠나. ‘올 테면 와라’라는 생각으로 했다. 국가가 무슨 권리로 날 처벌하겠느냐는. 국가 모욕죄 없어지지 않았느냐. 난 처벌 받을 이유가 없다. FTA 이상하게 체결했다. 성의 다하지 않은 졸속협상이다. 최근에 드러난 영어 오역 등을 보면 사실이지 않나.
-서명운동 시작한 걸 아신 부모님은 뭐라던가?
=아버지가 엄청 혼냈다. 네가 안 해도 다른 사람이 할 텐데라며. 난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느냐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느냐고. 조금 이해하시더라. 어머니도 많이 혼내셨다. 지금도 뭐라고 한다. 나가지 말라고, 오늘도 겨우 나왔다.
-하루 일과가 어떤가?
=오전 8시까지 학교 가서 오후 9시에 돌아오면 다시 학원 갔다가 12시에 집에 온다. 새벽에 글 써서 올린다. 아침에 집에서 7시반에 나간다. 빛을 볼 수 없는 거죠. (학교가) 감옥이죠, 감옥. 이걸 바꿔보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이번 일로 앞서 나가버린 것이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인터넷에) 글 쓰면서 공부까지 하려니 시간이 부족하다. 일단 중간고사 끝났으니 이번 주까진 괜찮은데, 공부도 글쓰기도 다 열심히 할 생각이다.
-황군은 정치할 마음이 있나?
=난 기자가 되고 싶다. 잘못 된 걸 딱 꼬집어서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 기자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글쓰기 좋아하나?
=글 쓰면 속이 시원하다. 생각하는 대로 다 쓸 수 있으니까.
-기자가 되겠다는 꿈은 언제 어떻게?
=고1 때 조중동 보고 생각했다.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왜곡을 해버리니. 내가 직접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게임 좋아하나?
=요즘은 게임 안 한다. 바빠서도 그렇지만 게임하다보면 가끔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못하게 돼서 끊었다. ‘글 써야 하는 시간에 뭐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연예인이나 좋아하는 사람은?
=강기갑, 진중권 좋아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다. 여자에도 별 관심 없다.
-내년에 고3이다.
=광우병이라도 막아야 미래가 보이지요.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