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무엇인가'라는 걸 알고 싶으면 홍준표만한 답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홍준표... 그 유명한 '모래시계' 검사, '나 떨고 있냐?'고 말하며 부들부들 떠는 최민식 앞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개를 젓던 박상원이 바로 그였다. 대쪽같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았던 정의 그 자체였던, 적어도 그렇게 보였던 홍준표는 김영삼의 초대를 받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을 한다. '검사 홍준표'가 아닌, '정치인 홍준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정치인 홍준표는 검사시절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정권 시절, "야당은 경제 잘 되게 하는데 신경 쓸 필요 없다. 경제가 나빠야 여당 표가 떨어지고 야당이 잘 된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하고, 2007년 12월 13일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김경준씨를 둘러싼 범여권의 '기획입국설'과 관련, "(기획입국을 입증할 수 있는) 편지와 각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란 정치인들의 18번 멘트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2008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귀국시점'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고승덕 변호사는 "이명박 후보의 귀국시기를 증명할 중대한 자료가 있다"면서 김경준 씨와 이 후보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와 자필 메모 등을 공개했다.고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이 후보와 김경준은 (BBK 설립 이후에는) 2000년에 만났다"고 주장하다가 "그럼 만난 지 불과 한두 달 만에 회사(LKe뱅크)를 설립했다는 말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사실 이건 오늘 '양념'으로 가져 온 것이고…"라며 피해 갔다. 홍준표 의원도 당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식사했어요?"라는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은 더 많이 알 정도로 그렇게 홍준표는 대권에 도전하려는 이명박 당시 후보자의 선봉에 서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들은 의혹과 논란, 거짓말과 뻔뻔함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 보상은 실로 달콤했다. '친이' 홍준표는 과반수를 거뜬히 차지한 제 1 여당의 원내대표가 되었다. 홍준표는 의기양양했다.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그의 뒤를 봐주었고, 자신의 밑은 투닥거리긴 하지만 자신과 각자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 구두를 핣던 의원들이 있었다. 그렇게 홍준표는 호랑이 위에 올라탄 여우처럼 온갖 권세를 누리며 4년을 보냈다.
화무는 십일홍이라는 말은 어디를 가도 통하는 말이라고 그 누가 그랬던가, 임기 말 온갖 비리들이 줄줄이 터져나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이 아닌 '정치적 식물인간'이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한나라당 안의 '친이계'는 그 위세를 빠른 속도로 잃어가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 빈자리는 박근혜를 위시한 '친박계'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홍준표로서도 이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음이라.
개인적으로 내가 보는 '새누리당 창당'은 단순히 한나라당의 허물들을 벗겨내려는 것만이 아닌, '친박계'의 새로운 권력쟁탈을 의미한다고 본다. 박근혜 세력이 분연히 들고일어나 이명박 정부와 그 여당의 때를 벗긴다는 '새로움', '혁신' 등의 문구들은 확실히 언론의 다양성이 별로 없는 외곽지역에서는 개혁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의 내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일어났었고, '젊은이'의 표심을 잡는다는 미명하에 우리의 홍준표씨, 결국 자신으로선 듣도보도 못한 왠 게임의 캐릭터탈을 쓰고 커다란 손가락에 의해 손가락에 튕겨져나간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 광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다. 그 광고야말로 새누리당 내 친이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사람이 이상한 탈이나 쓰고 웃긴 포즈를 취하면서 팅-하고 날려졌다. 친이계내 제 1인자인 홍준표도 이런 수모를 당하는데 다른 친이계 한나라당 인사들은 오죽할까. 비대위를 운영하면서 이미 권력은 박근혜에게 옮겨졌고, 추락할대로 추락한 친이계 인사들과 홍준표는 그렇게 '혁신'의 미명아래 말 그대로 '숙청'을 당한 것이다. '홍그리버드', '젊은이들의 표심을 잡는 원내대표의 혁신'따위는 겉치레에 불과했다. 만일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젊은이의 표심을 잡고 싶었다면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그 탈을 쓰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공주님은 개혁, 혁신의 이미지만 안은 채 고고하게 앉아 있었고, 몰락한 '친이계' 홍준표가 대신 '튕겨져나갔다'. 박근혜의 무서움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준표 의원은 결국 정계에서 은퇴한다. 솔직히 나라도 그 수모를 겪는다면 그냥 다 때려치워도 진작에 때려쳤을 것이다. 신문에 글자 몇줄로 짤막하게 써진 그의 쓸쓸한 뒷모습은 나로 하여금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었다.
홍준표... 부조리에 대항하는 정의의 대명사로 불린 사람, 권력의 맛에 취해 호랑이 등에 탄 것 마냥 거침없이 대한민국을 휘젓던 사람, 그리고 마지막엔 '홍그리버드'가 된 사람. 권력이 얼마나 달콤했으면 대쪽같았던 사람이 그것에 취해 사방팔방 큰 칼을 휘두르다가 마지막엔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그것에 집착했을까. 서서히 끓고 있는 냄비 안 개구리처럼, 권력이란건 서서히 한 인간을 파괴로 이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홍준표의 뒷모습은 소름끼치도록 초라했다.
지금 새벽 2시 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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