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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현장에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잠수사 600명을 투입하고 조명탄 1000발을 쏘네 어쩌네 하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조용하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와는 완전 딴판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이후 사랑하는 가족을 차디찬 바다속에 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계속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 공식발표와 언론 보도와 달리 해경이 구조활동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매일 잠수사 600여명, 선박 170여척, 항공기 29대 등을 동원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해경은 조류가 빠르고 부유물 등으로 시야가 20cm 정도 밖에 안돼 구조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민중의소리가 접촉한 민간잠수부 ㄱ씨는 사고 직후 2일간의 구조활동은 ‘구조’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증언했다. 16일과 17일은 침몰한 세월호 내에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던 때다. 민간구조업체 언딘과 계약을 맺고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ㄱ씨의 증언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할 때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는 사실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16일부터 현장을 하나하나 복기해보자.
구조를 위해 가장 중요했던 16~17일 해경은 ‘없었다'
실종자는 바닷속에 갇혔는데 선박, 항공기가 무슨 소용
정작 중요한 수중 수색은 못해...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였을 뿐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작성한 '여객선 세월호 침수·전복사고 조치사항 및 계획'에는 사건 초기 구조활동 내역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16일 20:30 현재, 선박 155척, 항공기 17대 동원 해상 수색, 해군·경 구조대 수중수색(3차/총 16명 투입)
-17일 01:10 현재, 해수부장관 밤샘수색 지시, 선박 및 항공기 동원 해상수색, 해군·해경 구조대 수중수색 중
-17일 06:00 현재, 선박 169척 및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12명(해경 283·해군 229) 동원, 해수부 장관 밤샘수색 지시.
*17(목) 새벽 해경 잠수요원 수중수색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저시정·강조류로 불가
-17일 14:00 현재, 선박 171척 및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12명 동원 수색 지속 실시
정부의 발표만 보면 이 시간 현장에서는 대대적인 구조 작업이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이 바닷속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기와 선박은 ‘지원’에 그칠 뿐 실제 구조활동은 아니다.
SSU(해군 해난구조대)출신으로 현재 산업 잠수사로 일하고 있는 ㄱ씨가 동료 6명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17일이었다. ㄱ씨는 2010년 천안함 인양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수상에서 수중으로 공기를 공급하는 후까(표면 공기공급방식 장비) 등 잠수 장비도 챙겨갔다.
"해군에서 해난 구조를 했고 제대하고 수중공사업체에서 일을 했다. 천안함 때 내가 일하던 업체로 해군이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2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맺고 천안함 인양 작업을 했다. 정부와 바지선, 크레인 사용 계약을 맺고 한 작업인 만큼 정부에서 대가도 받았다."
ㄱ씨는 출발 전에 청와대 민원실에도 전화를 넣었다. "빨리 바지선을 확보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얘기 했어요.”
ㄱ씨가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역시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피정(경비정)을 타고 사고 해역에 나갔는데 피정에서 후까 다이빙을 하면 위험해요. 그래서 해경에 바지선을 요청했어요." 등에 산소통을 매고 바다에 들어가는 스쿠버 방식은 바닷속에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보다 오래 잠수를 하려면 수상에서 수중으로 공기를 공급하는 후까가 유리했다. 그러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ㄱ씨는 이 대목에서 충격적인 말을 했다.
"당시 산소통을 메고는 바다 속으로 못 들어갈 상황이었어요. 정부가 수중수색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건 다 거짓말이었어요."
잠깐씩 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배 안에 갇힌 실종자들을 구할 수가 없는 것은 물론 의미있는 수색이나 선체 진입을 위한 준비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 해경은 16~17일간 선체에는 전혀 진입하지 못했다. 당연히 구조한 생존자도 없었다.
이런 사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정을 타고 사고현장으로 이동해 수색구조상황을 점검한 17일 오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구조 활동은 없었던 현장을 대통령이 ‘점검'하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은 오후 4시경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던 진도체육관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해경 등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은 전부 시행이 되도록 지시하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언딘에게 책임 넘긴 해경과 정부?
언딘, 인양 목적으로 현장 투입
해경은 실종자들의 생환을 위한 골든 타임인 16~17일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대신 해경은 급하게 민간구난업체를 찾았다. 해경은 세월호의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에게 책임을 물어 민간 구난업체를 들여보낼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이것도 순조롭지 않았다.
16일 해경의 종용을 받은 청해진해운이 접촉한 업체는 부산에 소재한 A사였다. 그러나 A사는 세월호 ‘인양’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절했다. A사를 대신해 현장에 참여한 업체는 ‘언딘’이다. 언딘과 청해진해운이 계약을 한 시점은 17일 오전이다. 언딘은 계약 직후인 18일부터는 현장에 도착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7일 오후 정부가 발표한 잠수요원 명단 520명에 처음으로 민간잠수사 8명이 포함됐다. 민간잠수사들이 세월호 선체에 첫번째 라이프 가드(인도줄)을 연결했다. 수중 수색이 겨우 한 발 나아간 것이다. 17일 자정 기준으로 투입된 민간잠수사는 20명으로 늘어났다. 21일까지 순차적으로 세월호에 설치된 라이프가드 6개 중 5개는 민간잠수사들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선내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해 온 것도 민간잠수사들이었다.
민간잠수사들이 성과를 내자 해경은 "인명구조에서는 민간잠수사들이 해경보다 더 뛰어나다"고 공개적으로 칭찬을 했다. 언딘 투입 후 수색 작업이 한 발 앞으로 나간 건 분명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경과 언딘이 여전히 제한적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다이빙벨을 싣고 현장을 찾았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구조활동을 보고 "바람이 안 불고 파도가 안 세고 자연조건이 가능할 때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리스크 없는 구조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현장을 찾은 민간잠수사들은 "바지선을 한 척 더 갖다 놓으면 더 많은 잠수사들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왜 그걸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언딘은 왜 소극적으로 구조에 나섰을까? 그 해답은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상황보고 문건에서 찾을 수 있다.
16일 20:30분 기준으로 작성된 해양수산부의 상황보고 문건인 '세월호 침수·전복사고 조치사항 및 계획'을 보면, 향후 조치 계획으로 '인양 작업 관련, 구난업체 A사와 계약'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다. 또 17일 01:10 기준으로 작성된 해당 문건을 보면 '인양작업 관련, 구난업체 언딘사 계약'이라고 쓰여 있다. 처음부터 언딘의 임무는 인양이었던 셈이다.
언딘이 인양을 목적으로 청해진해운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리스크 회피적 구조활동도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다. 언딘의 기업 성격도 살펴봐야 한다. 언딘의 기업소개 브로셔를 보면, 언딘은 수중구조보다는 그린에너지, 수중공사, 토목공사 등 해양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둔 기업이다.
"언딘 소속 아니면 민간 구조 활동 불가능하다"
언딘 투입되면서 민간 빠지고, 일부는 언딘과 계약 맺고 계속 참여
언딘이 현장에 투입된 17일부터 수색 현장에서 제기된 '언딘 소속 잠수부가 아니면 구조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사실로 확인됐다.
'민중의소리’가 접촉한 ㄱ씨도 처음에는 자원하여 동료들과 현장에 왔다가 언딘에 픽업된 경우다. 언딘은 현지에서 민간잠수부들과 개별 계약을 통해 인력을 충원했다. ㄱ씨는 언딘에 참여한 잠수부가 몇 명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20명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장에서 언딘에 픽업된 인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중구난 업체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아 선사와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되면 프리랜서 잠수부들을 추가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언딘 관계자 역시 언딘에서 평상시 유지하는 수중구난 전문인력 규모에 대해 "확인이 안 된다.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함부로 말해줄 수 없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민간잠수부들이 구조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은 비용 문제와도 연관된다. 급박한 해난 구조에서 해경을 도와 참여한 민간인들에 대해 정부는 실비 차원의 보상을 해왔다. 한국해양구조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어선 기관 고장 등으로 해경의 요청을 받고 출동할 경우 실비 보상을 해준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번처럼 해난구조 업체가 선사와의 계약을 통해 현장에 참여할 경우 이 비용은 해난구조 업체가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해경이 자원하여 참여한 민간잠수부 대신 언딘을 통한 구조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구조 작업이 가능하게 된 것은 수난구호법이 2012년에 개정되면서다. 이때 수난구호협력기관 및 수난구호민간단체가 해경과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뒤집어 말하면 해경이 자신의 임무 중 상당부분을 민간업체에 떠넘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언딘이 현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해양사고 발생시 선박소유자는 해사안전법 등 관련법규에 따라 군·경의 구조작업과 함께 효과적인 구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http://www.vop.co.kr/A000007481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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