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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에 사육하던 캐터피>
<2021 올뉴캐터피, 현재 사육중>
6월의 마지막주 토요일, 너무 오랫동안 도시에서만 지낸 것 같아서 평택의 덕암산을 찾았다.
물론 녹음을 그리워 했지만, 일부러 평택까지 방문한 것에는 평택에 살았던 2011년 겨울부터
2016년 봄까지 덕암산에 서식하지 않았던 장수풍뎅이(Allomyrina dichotoma)가 2020년도에 그 곳에 대량으로 발생한 것이 한 몫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게도 목표했던 장수풍뎅이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참 인연이 없는 종인 것 같다. 그저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평택에 사는 동생(Homo sapiens sapiens)과 식사 후 녹음을 즐기며 그 한적한 시골길을 강아지들과 설렁설렁 거닐었다.
하산하기 직전에 낯익은 키 작은 나무를 발견했다. 산초나무(Zanthoxylum schinifolium S. et Z.)였다. 마침 대화의 주제가 향긋한 숲내음이라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새콤한 냄새를 맡다가 잎에 앉아있는 호랑나비과 (Papilio xuthus, Linnaeus, 1767) 초령의 유충을 발견했다.
<캐터피 첫인상>
<동행한 댕댕이>
인시류에도 관심이 있는데, 항상 동행하는 강아지(Canis Familiaris Lupus)가 겪게되는 진드기(Acarina)문제로 여름에는 보통 산행을 다니지 않아서, 사진으로는 수십년을 봐서 익숙하지만 실제로 본적은 별로 없는, 머릿속에 정보로만 존재하고 경험은 별로 없는 이 종류를 사육하기 위해서 산초나무 잎도 잔뜩 채취해서 돌아왔고, '캐터피'라는 이름도 주었다.
인시류 유충의 먹성은 얼추 알고있는 터라 부족하지 않게 챙겨왔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종령으로 성장한 캐터피의 사육장은 뭔가 휑해졌다. 새콤한 잎사귀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사육통을 열며 캐터피가 후각뿔을 내밀어 집안이 산초향으로 가득차는 일도 있었다. 아무리 천적을 쫒으려 사용하는 강력한 냄새라지만, 추어탕에 다데기로 산초나무열매를 넣어먹는 입장에서 그저 향긋 할 뿐이다.
채집한 날로부터 정확하게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 퇴근하고 자정이 넘어서 숲을 찾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달빛조차 없는 어두운 숲이지만 기분이 참 김옥디(*매우 좋다는 뜻)했다. 그 근처에서 이미 산초나무를 본적이 있던터라, 금방 찾던 나무를 발견했고, 한 뭉탱이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몰랐는데 이 날 챙겨온 산초나무 잎에 호랑나비과 초령과 알이 붙어 있었고, 캐터피 혼자 누리던 넓은 사육장은 살짝 북적북적해졌다.
<캐터피가 먹는 산초나무의 나뭇잎, 추어탕에 넣는 다데기가 이 나무의 열매, 귤처럼 신 냄새가 난다>
캐터피 사육장에 잎을 넣어주고 또 일주일이 흘렀다. 며칠 전부터 캐터피가 벽이랑 천장을 타더니 7월의 둘째 주 금요일, 출근 전에 확인한 사육장에서 캐터피는 번데기가 되기위해 몸을 움츠리고 왜인지 뒤집어져 있었다. 알기로 호랑나비과 유충은 번데기가 될때 물구나무를 서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어서..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사육했던 인시류가 2019년 5월 홍점알락나비(Hestina assimilis)와 같은해 6월 매미나방(Lymantria dispar)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사육장을 청소하고 다시 거꾸로 매달아 주었다.
<거꾸로 매달려서 번데기가 되는 홍점알락나비(*캐터피와 다른종)의 번데기, 2019년 사육개체>
그리고 곤충 커뮤니티에 올리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다가 문득 이전에 사육했던 인시류의 사진을 보려고 방문한 네이버 곤충나라식물나라 카페에서 관찰기록문 공모전을 보고, 망설이다가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러(줄바꿈에 문제)로 어영부영 시간이 들어가고 있는데, 글을 마무리 하라는 뜻인 것 같다. 쓴 김에 미루던 오유에 회원가입하고 사진 첨부해서 글 남겨본다.
마지막으로 사육했던 인시류는 번데기 상태로 반년을 지내서 정말 죽었나 싶을때 우화했다. 캐터피는 기생벌로 부터는 분명 안전하겠지만, 성충이 되기까지 용화하고 우화하는 캐터피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문턱이 남아있다. 부디 캐터피가 무사히 우화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고, 캐터피의 고향인 덕암산에 돌아가는 모습으로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한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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