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46&article_id=4194 [총수성명]이명박, 책임이다.
2008.5.10.(토)
딴지총수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흥미로웠던 100분 토론이 어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정부의 논리를 공략하느냐 보다 정부 쪽 인사들이 대체 그 불리한 조건에서 어떻게 방어를 해 낼 것인가가 더 궁금했다.
그 관점에서의 결론적인 총평을 하자면, 정부 쪽 인사들이 실제 그들이 협상 과정에서 저지른 과오의 내용과 규모를 감안한다면, 논점이탈 신공과 전문용어 화법으로 적어도 최악은 모면한 토론이었다 하겠다. 정상적으로 공략되었더라면 토론이 끝난 후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어야 마땅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말이다.
꼼꼼한 시청자들에겐 정부 쪽 인사들이 방어하는 과정에서 공중파에 대고 직접 언급한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 예를 들어 국내 검수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3퍼센트 샘플만 한다 - 오히려 그 해명을 듣기 이 전보다 더 걱정스럽게 만드는 토론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이 비록 시청자들을 설득해 자기 편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반대로 듣고 있던 모두의 분노를 폭발케 할 지경까지 가는 건 막아냈단 점에서, 절반의 선방은 한 셈이다. 정부 측 인사들 주장에 상당한 오류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민사회 진영의 전문성은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 전달력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측 인사의 논리적 오류들을 여기서 일일이 다시 지적하는 건 생략하자. 대부분 이미 여러 매체들에 의해 거론되어 왔던 것들이기도 하거니와 정작 최종결정권자는 따로 있는데 직업관료들의 변명만 지적해봐야 사실은 변죽만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긴 마지막에 다시 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어제 토론에서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두 가지의 큰 성과가 있었다. 그 하나는 미국교포 이선영 주부가 미국 교포들도 미국 쇠고기 다들 안전하게 먹고 있는데 무슨 문제냐는, 정부측의 가장 중요한 방어논리 중 하나를 일거에 허문 점이다.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지적에 대해 이태호 외교부 국장이 처음 듣는 소리라며 당신은 미국 쇠고기 안 먹느냐고, 타국서 나라 걱정하고 있는 교민을 정부의 관료라는 자가 오히려 공격하는 대목이, 전체 토론을 통해 가장 비열한 장면이었고.
이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또 한 가지 성과는, 송기호 변호사의 미연방 식품의약국(FDA) 사료정책 공시관보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는 그 동안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던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였으며, 이것만 백분토론을 통해 제대로 설명되고 전달되었더라도 이번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졸속이었고 정부의 논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로 전문적인 영역을 다룬 것이고 게다가 워낙 속 뜻을 숨기려 작정하고 만든 문장이기에 즉석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던데다, 엉뚱한 문구에서 논란이 일어 그나마 논점을 완전히 빗나간 채 넘어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토론 전체를 통 털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교포주부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2편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송변호사의 문제제기가 왜 결정적인 지를 따져보자.
FDA 사료정책의 의미
먼저 송기호 변호사가 제기했던 문장부터 보자. 이 내용은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4월 25일자로 게재된 미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처에 관한 문건 중 일부다.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해석 이전에 이 내용의 성격부터 말하자면, 한 마디로 말해 동물사료로 뭐가 안 되고 뭐가 되는 지 그 허용의 범주를 정한 거다.
송변호사가 이 걸 문제 삼은 이유는, 지난 5월 2일, 아래 우리 정부가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자료>의 밑줄 친 부분이, 이 FDA 관보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2면)
정부는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도축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소의 사료사용 금지라는, 소위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이걸 정부가 성과라고 내세운 이유는, 유럽과 일본에선 모든 동물사료 자체를 금지하는 반면, 미국에선 죽은 소를 갈아 돼지나 닭과 같은 비반추동물의 사료로 쓰고 있었고, 이를 통한 교차감염의 위험성이 국제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을 통해 검사에 불합격한 소는 사료로 못 쓰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러한 <강화된 사료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30개월 이상의 미국소도 수입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문구의 해석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가 협상 타결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게 바로 이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과연 그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게 어떤 건 지 FDA 관보의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not inspected
백분토론에서 이상길단장과 송변호사는 이 문장의 첫 구절,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에서 'not inspected' 라는 문구를 두고 갑론을박을 했다. 이단장은 이게 합격되지 않았다는 소가 아니라 아예 검사장에 오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고 송변호사는 그게 아니라 검사는 했는데 합격되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했다.
영어 문장으로만 본다면 not은 and로 연결된 inspected와 passed, 둘 다를 제한하기에 그렇게 따로 떼서 해석하면 안 된다. 이상길단장이 틀리고 송변호사가 맞다.
하지만 사실은 그건 사료용 소의 허용 범주를 따지는데 있어선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이 대목에서 엉뚱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정작 사료 허용의 범주를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뜬금없이 영어 독해 논란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일단 우리는 이 대목을 건너뛰자. 왜 그래도 되는 지는 다음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문장의 숨은 뜻
FDA 문구는 구조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를 A와 B로 나누면,
A :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also prohibited,
(carcass of cattle은 도살된 소의 사체)
B : unless 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the brains and spinal have been removed.
이 되는데 해석이 헷갈리는 건 unless 때문이다. 이 unless 를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 하지 않는다면.. 이라고 번역하기 시작하면 말이 꼬인다.
이건 우리 어감에 맞게 그 직관적 의미를 풀면,
A는 안 되는데
단, B는 예외다
라는 말이다. 즉,
A : 식용검사를 받고 통과하지 못한 모든 소는 안 되는데
B :단,30개월 미만이거나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예외다.
이런 규정이다.
사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문장 전반부 A의 '뭐가 안 된다'가 아니다. 안 되는 건 사료로 안 쓴다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정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그럼 뭐가 허용 되느냐 하는, 문장 후반부 B다. 결국 바로 이 B가 사료에 들어가는 거니까.
그런데 이게 참 절묘한 문장이다. 왜냐.
이 문장은 A - '식용검사를 통과 못한 모든 소가 안 된다'라고 하면서 굉장히 강력하고 광범위한 범주의 금지를 한 것처럼 시작된다. 그런데 이게 페인트모션이다. 왜냐. A 의 예외조항인 B를 뜯어보자.
B의 첫 번째, <30개월 미만의 소는 예외>라는 부분.
이 말은 30개월 미만 모든 소는 다 사료가 된다는 거다. 즉,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뇌와 척수가 포함한 전체가 다 사료가 된다. 더구나 unless로 인해 앞의 A - 식용검사를 받고 통과되지 못한 소 - 라는 조건으로부터도 예외가 된다.
그러므로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를 다 포함해도 되고 그리고 식용검사 통과 못해도 된단 소리다. 왜 이게 중요하냐.
생각해 보라. 식용으로 통과된 소는 사료로 안 쓴다. 식용검사 통과했는데 비싸게 식용으로 팔 지 그 아까운 고기를 왜 갈아서 헐값인 사료로 넘기나. 식용으로 통과된 소는 사람한테 팔 수 없는 혹은 안 팔리는 찌꺼기 부위만 나중에 갈아서 사료로 넘기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이 문구는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소를 굳이 사료로 쓰려는 업자들이 있을 때나 적용되는데 그런 업자는 없다. 그러므로 A는 실질적으로는 금지할 게 없는 페인트 모션이란 거다.
즉, A는 얼핏 아, 식용으로 통과된 소만 사료로 쓰는구나 .. 하고 굉장히 강력한 규정이란 착각을 일으키나, 실제로 <무엇을 사료로 쓰는가>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무의미한 문구다.
정작 <무엇을 사료로 쓰는가>에서 중요한 건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가 아니라 통과하지 못하는 소다. 미국에선 한 해 평균 100만두가 자연 폐사한다고 한다.(강기갑의원이 공개한 2007년 9월 -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의 대비 전문가 회의' 자료 및 결과보고 정부 문건)
그러니까 100만에 이르는 식용검사를 통과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폐사한 소와 다우너 소처럼 병든 소, 바로 이런 소들을 사료로는 쓸 수 있는 거냐 아니면 몇 십 개월 들어간 축산비용을 뽑지 못하고 그냥 소각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인 거다.
그런데 <30개월 미만의 소는 예외>라고 정함으로 해서, 30개월 미만이기만 하면 자연폐사 하거나 병이 들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소도 전부 다 사료로 활용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게 바로 숨어 있는 뜻이다. 미 축산농가와 사료업체 그리고 육가공업체 등 관련산업전반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미 정부의 배려 되겠다.
B의 두 번째,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예외>라는 부분.
B의 첫 번째에서 30개월 미만을 전부 허용했으니 당연히 남는 건 30개월 이상이다.
즉, 30개월 이상의 소는 뇌와 척수가 제거되기만 하면 다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 역시 unless에 걸려서 뇌와 척수만 제거하기만 하면 식용검사와도 무관하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30개월 이상 된, 폐사되었거나 병들었거나 식용검사 불합격한 소라도 뇌와 척수만 제거한다면 전부 다, 버릴 필요 없이,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게 FDA 공시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다.
A를 통해 뭐가 안 되는 지를 정한 것처럼 페인트 모션을 쓰고, 실제론 B를 통해 뭐가 사료로 되는 지를 정한 것이다.
정리
결국 이 강화됐다는 규정을 정리하면 사료로 쓰일 수 있는 부위는,
1)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팔지 못한 모든 찌꺼기 부위
2) 식용검사와 상관없이 폐사하거나 병든 소를 포함하는, 30개월 미만 모든 소의 모든 부위
3) 식용검사와 상관없이 폐사하거나 병든 소를 포함하는, 30개월 이상 모든 소의 뇌와 척수만 제외한 모든 부위
가 된다. 그러므로, 사료에서 빠지는 것은 단 두 가지다.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
그러니까 논란을 일으킨 FDA의 원문을 페인트모션 없이 쓰면 이렇게 된다.
모든 걸 다 사료로 쓸 수 있다. 단,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예외다.
장담하건 데, 미국 정부관료들이 미국 업자들에게 강화된 사료조치의 내용을 설명할 때는 관보처럼 복잡하게 안 한다.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소는 업자들이 알아서 식용으로 팔 테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 업자들이 궁금해하는 식용으로 쓰지 못하는 소에 대해서는,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게다.
폐사했든 병들었든 식용검사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전부 다 사료로 사용하세요. 한국에는 우리가 뭔가 했다는 표시는 내야 하니까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 척수만 제거하시구요.
그런데 광우병 위험물질, 소위 SRM이 뇌와 척수만 있는 건가. 무슨 소린가. 다음은 캐나다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의 SRM으로 정의한 부위들이다.
뇌와 척수 외에도 일곱 개 부위가 더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아래 공식 답변,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1)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2)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
중에 (1)번 부분은, 정부가 요즘 그렇게 떠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장으로 바꾸자면 이렇다.
"광우병 위험물질 중 뇌와 척수만을 제거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머리뼈, 척추, 편도, 내장, 장간막 등은 사료에 그대로 포함됩니다. "
그리고 (2)번 밑줄 부분은 그냥 문장 전체가 다 삭제되어야 한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니까.
이런 걸 협상으로 얻어낸 거라고 내세우는 염치도 가관이지만, (1)의 문장처럼 어떻게든 그 위험을 숨기려는 태도는 정부가 자기나라 국민을 기만하는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것이고,
나아가 (2)의 문장처럼 국민의 건강을 건 국가협상의 중요한 내용을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모르고 그랬다면 도저히 국가간 협상을 맡길 수 없는 무능인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지금처럼 확률이나 씨부릴 게 아니라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국민에게 낱낱이 보고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가 유럽과 일본 수준의 동물성사료 전면금지를 이끌어 내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기만 하면, 연령 불문하고 검사 상관없이 병든 소든 폐사된 소든 위험물질까지 포함되더라도, 전부 다 사료로 허용되어도 좋다는 조건을 수용할 줄은 몰랐다. 더더욱 놀라운 건 이걸 성과로 내세운다는 거다.
이게 바로 30개월 이상 소의 모든 부위를 수입하면서 우리 정부가 협상으로 얻어냈다며, 근거로 제시한 <강화된 사료조치>의 정체다.
등신들.
이번 협상의 의미
여기까지가 강화된 사료조치의 숨은 의미다. 그럼 이번 협상의 숨은 의미는 무엇이냐. 그건 이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걸 들여다 봄으로써 역으로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위에서 정리한 사료로 쓸 수 있는 부위를 다시 보자. 그 첫 번째가
1)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팔지 못한 찌거기 부위
다. 바로 이 부위가 그들의 관심사다. 무슨 소리냐.
산업의 관점에서 생산성이란 결국 적게 투입해 많이 남기는 거다. 동물성사료로 인한 대재앙인 광우병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병든 소까지 동물성사료로 허용하는 건, 바로 이 생산성이란 가치를 광우병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고자 하는 정책목표 보다 우위에 둔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공공보다 산업의 논리가 세다는 거다.
유럽이나 일본이 그 리스크를 제로로 만든다는 정책적 목표를 위해 모든 동물성사료를 금지했다면, 미국은 최대의 이윤을 목표로 하는 업계의 생산성을 위해 동물성 사료를 허용하고, 그걸 확률의 문제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그걸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미국식 자본주의란 게 이런 거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바로 이 논리를 앵무새처럼 자국민들에게 읊어대고 있는 거고.
그 관점에서 미국의 한 업자를 상정해 보자.
병이 들어 사료로 쓸 수 밖에 없는 소의 생산성은 대단히 낮다. 비용과 시간을 몇 십 개월 인풋했더니 전부 갈아서 사료로 저가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형편없는 아웃풋이 나온 거다. 그의 입장에선 완전 실패한 장사다. 그게 하도 아까워 병이 들어 쓰러지는 소까지 몰래 식용으로 통과시키다 들켜서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쇠고기 리콜로 난리가 난 게 바로 다우너소 사태고.
만약 미 정부가 그걸 사료로조차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면 업자들, 가만 있지 않는다. 미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고 전부 다 사료로 허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축산업자의 입장에선 결국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로 생산성 증대를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합법적으로 하려면 말이다. 그런데 식용검사를 통과한 소도 미국 내에선 매우 저가로 팔리거나 식용으로는 팔리지 않아 사료 처분 해야하는 찌꺼기 부위가 있다. 식용검사까지 통과했지만 이 부위는 아주 저가이거나 아예 병든 소와 마찬가지로 헐값에 사료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 부위를 고가의 식용으로 팔 수 있다고 해보자. 가축이 먹는 사료와 사람이 먹는 식용의 킬로그램당 단가 차는 엄청나다. 식용검사 통과한 소의 부위 중 미국 내에선 팔 수 없어서 500원에 사료 처리했어야 하는 걸, 식용으로 5만원에 팔 수도 있다고 해보자. 얼마나 욕심이 나겠는가.
바로 그 버리는 부위 중 내장, 사골, 우족 같은 상당부분을 실제로 먹는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광우병 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하겠다고 버틴다.
딱 이 제한만 없어져 준다면 갈비는 물론이거니와, 아예 사료 처분될 부위가 최소한 몇 십 배 이익을 남길 고가 식용으로 바뀐다. 이 이상의 생산성 증대가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살코기만 아니라 모든 부위를 수입하라고 지난 몇 년간 그 지랄을 한 진짜 이유다. 생산성. 미국 내에서 쇠고기가 안 팔리고 남아돌아서 축산농가 다 죽게 생겼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자신들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한국 니들이 그걸 사가라는 거다.
미국 도축 소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30개월 이상까지도 모두 개방하라고 집착하는 건, 미국 내에선 광우병 우려로 인해 고가식용으로 팔 수 없는 30개월 이상을 한국에다 내다 팔겠다는 거고, 나머지 찌꺼지 부위로는 위에 설명한 대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거고, 그리고 그 수입조건을 수용하는 한국을 다른 나라의 압박수단으로 삼겠다는 거다.
예언 하나 하자.
본 총수 장담 하건데, 수입 재개되면 미국이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수출할 분량은 갈비 + 바로 이들 저가 혹은 사료로 처분했던 내장, 사골, 우족 같은 찌꺼기 부위가 될 것이다. 이건 사실 예언도 못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장 이윤이 크게 남으니까. 너무나 당연한 경제논리다.
그러니까 이 관점에서 이번 협상의 숨은 의미를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동물사료를 우리가 식용으로 소비해줌으로써 미국 축산관련산업의 생산성 증대에 최대한 기여하고, 한국이 선도적으로 30개월 이상을 먹어줌으로써 다른 나라를 압박할 수 있도록 미국 축산관련 사업의 지렛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미국 육우협회(NCBA)가 협상타결 직후 즉각적인 환영성명을, 어찌 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누구의 책임인가
그렇다면 이런 협상의 결과는 누구의 책임인가. 먼저 이런 결정이 내려진 과정부터 되짚어보자. 아래 도표를 보자. 살다 보니 조선일보가 이런 착한 일도 한다.
- 5월8일자, 조선일보3면ⓒ조선일보
이 도표는 한미 양국이 지난 몇 년간 맞서 왔던 쇠고기 협상이 어떻게 이명박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의 정상회담 바로 전날 전격 타결되었는가를 시간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위 표에 따르면, 11일부터 17일까지 7일째 전진이 없다가, 정상회담 바로 전날 이명박대통령 주재 긴급회의 직후 협상이 타결된다. 그런데 위에 나온 모든 시간은 전부 한국 시각이다.
무슨 소리냐. 이명박대통령이 회의를 끝낸 현지의 시각은 정상회담 바로 전날 새벽 2시였다. 그만큼 긴급했단 말이다. 발표는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11시간 전에 이뤄졌고. 부시 만나러 떠나기 직전이란 소리다.
이런 정황을 두고, 혹자는 이번 협상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불한 캠프 데이비드의 숙박료였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런 주장은 위 도표만 보더라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그게 숙박료였네 아니었네를 지금 따지는 건, 개인적으로 관심 없다. 그게 사실이었다 한들 그 회의에 참여한 누가 인정을 하겠는가. 그리고 그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누가 그걸 입증해 낼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이명박대통령이 자신은 캠프 데이비드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론 최초로 초대 받을 만한 사람이란 걸 보여주려고 국민건강을 숙박료로 지불했단 식의 주장에 매달리는 건, 개연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증할 방도가 없어서 관심 없을 뿐 아니라, 내 나라 대통령이 그 수준의 찌질이라고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논란이 큰 국가간 사안은 결국 대통령이 최종결정하는 거다. 그러라고 대통령 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사안 중엔 정말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 있다. 정상회담 전날 새벽에 결정했다고 그 자체만으로 잘못은 아니란 거다. 정상회담 직전이니 선물이라 단정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논리적 비약이다. 우리 쪽이 그 대가로 받은 것과 비교해야 한다. 그 대차대조 없인 단정할 수 없다. 그러니 선물 주장은 일단 접어두자.
내가 정말 문제 삼고 싶은 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건강을 걸고 자신이 최종 결정한 국가간 협상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긴 있었느냐 하는 거다. 그 내용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말로 알고서,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아서 그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뽑아먹을 것도 별로 없는 끝물 부시한테 그런 협상결과를 안겨 줬느냐 하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화된 사료조치>라는 게 결국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가. 그 외의 모든 위험부위가 그대로 사료로 쓰인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가. 교차감염의 의미와 위험을 알고는 있었는가. 미국이 그렇게 모든 부위를 밀어부친 게 결국 자신들 생산성 증대를 위해 사료처분 할 부위를 한국사람들한테 식용으로 팔려고 했던 거라는 걸 그리고 30개월 이상을 밀어부쳐 한국을 다른 나라의 압박수단으로 삼으려 했단 걸, 그런 그들의 의도는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는가. 그걸 알고서 이용을 당해도 당하겠다고 결정을 한 건가.
그리고 그런데도 오케이 사인을 줬는가. 그걸 알고서도 그렇게 사인주고 부시랑 카트 타고 그렇게 좋아했느냐 말이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바로 이거다.
만약 이명박대통령이 그걸 모르고서 그런 결정을 했다면, 우리는 그만한 결정을 내릴 자격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 된다. 자기가 하는 국가적 결정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졌다는 건 국가적 불행이며 국제적 웃음거리다.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 않는다.
만약 그게 아니라 그 모든 걸 다 알고도 그런 결정을 내린 거라면, 나로선 다음의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뭘 받아 냈는가. 이만한 국민적 불안을 대가로 지불하고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혜택이 되는 건가.
그걸 알아야 우리 국민들도 각자 광우병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지 아닌지 따져볼 수가 있는 거다. 여기서 확률이 낮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건, 조슬 까도 아주 그랜드하게 까는 소리다. 적든 크든 왜 부담하지 않았어도 되는 리스크를 국민들이 앞으로 지고 살아야 하는 건 지, 그걸 모르는데 국민들이 왜 확률이나 따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그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정부에는 너무나 당연히 있는 거다.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렇게 우리가 얻게 될 이득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대국민 설득에 나선다면, 설혹 그 논리에 당장 동의할 수 없더라도, 난 그 설명을 경청할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얻고자 했다는 것이 정말 얻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기 전까지는. 그게 얻어질 수 있는 거라면 그럼 다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게 국민건강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거냐고. 개인적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만, 이 사태는 확률이 아니라, 최소한 그렇게 가치 논쟁이라도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한인회장 불러다 기자회견 시키고, 우리 국민세금으로 다른 나라 쇠고기 안전하다고 광고나 하고, 확률은 과학이라고 국민들을 무식한 자 만들고, 학생들 촛불집회 못 가게 겁 주고, 집회가 불법이라고 윽박지르고, PD수첩을 고소하더니 결국 이 모든 건 불순분자들의 선동이라고 선전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 쏟고 있다. 봉창을 두드려도 이만한 규모로 두드리기도 어렵다. 이러니 어느 누가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대가란 게 도대체 있기나 한 건지 말이다.
정부가 이 모든 상황을 그저 홍보의 실패라고 여긴다면 국민 분노의 본질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거다.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다 보니 이런 멍청한 대응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나.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불러들인 건,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다. 대통령이니까 그에 따르는 상징적인 책임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큰 일만 생기면 죄다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거, 웃기는 소리라 여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본인의 최종 결정에 따른 직접 결과다.
다른 누가, 대통령의 직접 결정을, 어떻게 책임질 수가 있나. 대통령이 실무자와 장관의 설명만 듣고 결정한 거다? 몰라서 미국에게 당한 거다? 미국이 알아서 잘 해줄 줄 알았다?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경우라도 하더라도, 그 날 새벽 최종 결정한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안 먹으면 된다.
아, 씨바.... 내가 국민으로 사는 나라의 대통령이, 본인이 결정해 촉발시킨 이 정도 규모의 국민 불안에 대해 할 말이 겨우 그거 밖에 없는 건가. 나는 이 대목에서 절망한다. 그리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목 놓아서 외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책임이다.
1편은 여기까지다.
오랜만에 딴지총수가 글을 썼다. 그 답다. 왜! 우린 이 토록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가?
누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가?
히틀러는 국민 투표에 의해 합법적으로 독일의 수장이 되었다. 그당시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경제가 중요했다. 그리고 시름 가득한 독일 국민을 이끌어 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필요 했다. 그리고 히틀러를 뽑았다. 모두 잘살게 될 줄 알았으며, 강한 독일이 될 줄 알았다. 히틀러도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아 시파~ 똥이나 싸러 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