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9세 남아를 가장한 비글군을 키우는 애엄마입니다.
어제 오랫만에 비글군을 픽업하러 갔어요.
아빠가 아니라 쬐금 실망했지만 엄마를 반갑게 안아주네요.
음.. 저희집은 집안에서 고기요리를 거의 하지 않아요. 왜냐문... 제가 고기를 먹지 않는것도 있지만 요리를... 엄청나게 못해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요리 곶아라서 비글군도 남편사마도 저에게 제발 요리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특히 육류는 절대 못하게 해요.
아. 그렇다고 비글군도 고기를 안먹이는건 아닙니다.
비글군이 좋아하는 장조림이나 함박스테이크, 목살 스테이크, 수육 등등 다양한 고기요리를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취향대로 데워줍니다.
물론 요리는 시댁, 친정, 동생, 큰형님 등등 다양한 공급처에서 해주십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비글군을 픽업해서 동네
큰 마트를 갔어요. 여기저기 시식코너가 있었구요. 그 중에 불고기였던가? 암튼 고기시식코너가 있었어요.
비글이가 먹고싶대서 갔죠.
시식코너 직원분이 비글군에게 권하네요.
아유 이쁘게도 생겼네. 이거 먹어봐~ 맛있으면 엄마한테 사달라구해~
비글군이 맛나게 먹으며 대답했어요.
어? 엄마는 고기 안사. 엄마는 고기 안먹어. 근데 나는 고기가 좋은데... 그리고선 고기에 시선 고정.... 헐.. 이런 메소드연기를 보았나..
갑자기 시식코너 직원분 표정이 좀 싸해지네요. 옆에서 시식하려던 할줌마도 표정이 싸해지네요.
어버버하는 사이에 할줌마가 그럽니다.
요즘 젊은이들 웰빙이다 뭐다해서 풀때기만 먹고 애들한테도 풀때기만 먹으라 하고.. ㅉㅉ 새댁 그러는거 아니야. 그거 아동학대야. ㅉㅉ
어...음...그게.. 변명을 하려했으나..
시식코너 직원분과 할줌마가 비글군한테 계속 고기를 줍니다.
아이구 고기를 못먹으니 이리 말랐네.. 잘먹는거좀 봐.. 여기 이것도 먹어라. ㅉㅉㅉ 아휴..내가 고기 살테니까 내꺼 좀 덜어서 얘좀 주셔.
시식코너 직원분은 아녜요. 시식용 조금 더 주죠. 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할줌마는 끝끝내 본인이 담은 고기를 시식판에 좀 덜어놓으시고.. 안쓰럽게 쳐다보시고..
저는 벙쪄서 옆에서 어버버하고 있었.ㅜㅜ
.... ㅅㅂ.. 요리는 안해도 고기는 먹인다고..
결국 장은 대충보고 비글군은 고기를 많이 먹고 왔습니다.
집에 오니 스테이크 데워달라네요. 써글.. 이놈의 시키... 제발 사람들 많은데서 애매하게 말하지 말라고..ㅜㅜ
p.s. 비글군은 머리와 마음이 조금 아픈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예요. 근데요~ 치료 일환으로 미술이랑 태권도를 하거든요. 최근에 빨간띠가 되었어요~ 첨 갔을떈 한달동안 구석에 앉아있기만 했었는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