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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82962
    작성자 : 우가가
    추천 : 16
    조회수 : 2497
    IP : 39.118.***.74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23/04/06 00:54:44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82962 모바일
    소련으로 팔려간 어느 코끼리의 인생(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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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대, 인도에서 잡힌 1살짜리 어린 코끼리가 중앙아시아를 통해 소련에 판매되었다. 아기 코끼리는 화물열차를 타고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원래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새로 지어질 동물원에 수용되어야 했으나 공사가 늦어졌고, 그나마 소련에서 코끼리를 다룰 줄 아는 단체인 우크라이나 서부의 어느 서커스 극단에 맡겨졌다.



    코끼리는 거기서 보바(Вова)라는 이름을 얻었고 서커스 극단에서 일하게 됐다. 보바는 다른 코끼리들에 비해 조금 멍청해서 사람말을 못 알아들었고 공연은 커녕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야가다 업무만 맡았다. 핮디만 조련사 이반 셰르반(Иван Щербань)은 보바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줬다. 심지어 경영진이 쓸모없다며 다른 국가에 팔아버리자고 하는 걸 설득하여 계속 키우게 했다.



    그러다가 1941년, 전쟁이 일어났다. 나치독일군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했고 사람들은 피난을 가야만 했다. 다른 동물들은 트럭이나 수레에 실려 갔지만 보바를 태울만한 운송수단은 없었다. 화물열차는 애초에 전방으로 징발되었다. 이반은 그날부터 보바를 데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아르메니아 예레반까지 수천km를 걸어갔다.



    인도코끼리는 당연히 큰 이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전쟁통에 먹을 것도 부족해서 보바는 항상 굶주려야 했다. 하지만 이반은 어떻게든 항상 먹을것을 구해 먹이며 보바를 데리고 동쪽으로 걸어갔다. 한번은 독일군 비행기가 보바를 전차로 착각하고 기관총 세례를 퍼붇고 갔다. 그 때 보바는 이반을 자신의 배 아래로 숨겨주며 다치지 않게 보호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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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1년 가을, 이반과 보바는 스텝초원과 돈 강을 건너고 카프카스 산맥을 넘고 넘어 드디어 예레반에 도착했다. 아르메니아에는 전쟁의 참화가 미치진 않았지만 이곳은 모든게 열악했다. 보바가 지낼 동물원 우리는 전쟁 때문에 물자부족으로 완공이 미뤄지고 있었다.



    보바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평일에는 동물원 건축현장에서 자재를 옮기는 일을 맡게 됐다. 잠은 그냥 아무데서나 잤다. 보바는 이반과 함께 아침마다 예레반 시내를 걸어서 공사현장으로 출근했다. 예레반은 고산지대에 지어진 도시라서 언덕길이 매우 많았는데, 가끔씩 소련제 자동차들은 이 언덕을 오르다 퍼지는 일이 생겼다. 보바는 그때마다 자동차를 머리로 받치고 뒤에서 밀어주었다. 예레반 시민들은 보바를 좋아했다. 코끼리가 빨리 달리는 자동차를 무서워한다는 이반의 말에 예레반의 모든 운전수들은 규정속도보다 한참 느린 속력으로 운전을 했다. 보바는 주말에는 이반의 두 딸들을 등에 태우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동물원은 1950년이 되어서야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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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동물원은 오히려 보바에게 감옥이 되어버렸다. 이제 보바는 매일 예레반 시내를 거닐 수 없게 됐다. 공산주의식 관료주의 행정착오로 인해 보바의 우리는 아성체일 때의 몸집을 기준으로 지어져서 보바에게 너무 비좁았다. 거기다 동물들에게도 배급이 적용되어 보바는 일일 최소 칼로리에 한참 못 미치는 식사를 해야했다. 이반은 여기서도 보바를 최선을 다해 돌봐줬다. 보바는 매일같이 굶주리고 피곤했지만 이반 덕분에 꽤 장수했다. 짝을 지어주기 위해 인도에서 들여 온 암컷 코끼리와도 잘 지냈지만 그 암컷은 10년도 못 살고 죽어버렸다.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다.




    하지만 배고픔은 어쩔 수 없었는지 한번은 축사 뒤편의 벽을 부수고 목초지로 나가서 풀을 뜯어먹게 됐다. 그걸 본 이반과 동물원 측은 아예 그 벽을 보바가 나갈 수 있게 일부러 조금만 보수했다. 보바는 매일마다 배가 고프면 벽을 넘어가서 풀을 뜯다가 돌아왔다.




    1970년 6월 27일, 보바가 풀을 뜯으러 나가서 밤 늦게서야 돌아왔다. 하필 당직이었떤 다른 조련사들은 보바를 제대로 돌보지도, 찾으려 하지도 않고 보드카만 마시고 있었다. 보바는 심지어 매일 오던 길로 돌아온 것도 아니고 관람객용 출구로 들어왔다. 이반은 보바를 다시 우리에 집어넣느라 진땀을 뺐다. 조련사들은 보바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증언에 의하면 보바는 가로등을 껴안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다음날 이반은 과로로 몸살이 나서 병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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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8일, 보바는 조련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조련사들은 보바의 다리에 쇠사슬을 채우로 물탱크 수송용 트럭을 동원하여 보바를 다시 우리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보바는 쇠사슬을 끊어버린 뒤 우리를 탈출하여 동물원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거의 20년만에 나온 예레반 시내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특히 자동차들이 더 많아졌다. 수많은 소음에 흥분한 보바는 길가의 상점들을 박살내며 돌아다녔다. 예레반 시민들은 그 착한 코끼리가 왜 저러는지 몰라서 당황했다. 보바는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노면전차를 만나자 고장난줄 알고 옛날처럼 머리로 밀어주었다. 하지만 노면전차는 탈선하였고 언덕아래로 굴러가버렸다.



    경찰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군중들을 대피 시키기만 했다.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들이 왔지만 이들도 역시 어쩔 방법이 없었다. 보바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이반은 집에 누워있느라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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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군은 보바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무언가를 보면 겁을 먹고 우리로 돌아갈거라고 생각하여, 근처 공사장에서 트랙터로 개조되어 쓰이고 있던 T-34/85를 빌려왔다. 하지만 보바는 오히려 T-34와 싸우려고 했고, 500마력의 전차엔진으로도 코끼리는 밀리지가 않았다. 궤도에 앞발이 밟혀서 다쳤을 뿐이다.



    동물원 측과 예레반 시청, 그리고 소련군은 보바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보바는 예레반에서 매우 유명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오후 이 소식을 전해들은 모스크바에서 보바를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이반은 급하게 달려와서 총을 쏘려는 소련군들을 제지하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동물원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독일제 맹수 마취총을 줄테니 이걸 써서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사정했으나 소련군들은 당의 명령이니 사살해야 된다고 거절했다. AK-47 탄환이 보바의 머리에 몇발 명중했다. 하지만 보바는 피를 흘릴 뿐 쓰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고통 때문에 겁을 먹었는지 이번에는 전차가 다가오자 뒷걸음질쳤다. 보바는 동물원 입구까지 몰렸다. 하지만 보바는 다시는 우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지 또다시 끈질기게 버텼다. 하지만 아까 다친 다리 때문에 힘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보바는 전차에 밀려서 벽에 부딪혔고 짖눌렸다. 코끼리는 괴성을 지르며 피를 흘렸고 이윽고 쓰러졌다. 그 후로 몇시간 동안 보바는 살아있었으나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소련인민들을 기쁘게 해줬던 인도 코끼리는 카프카스 산맥에서 비참하게 죽었다.




    다음날 아르메니아 중앙신문을 비롯하여 소련 각국의 신문에는 '동물원에서 탈출한 코끼리가 다시 우리로 돌아갔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가 실렸다. 코끼리가 잔인하게 살해 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예레반 시민들은 항의를 해댔지만, 신문사들은 당의 명령이라고만 반복할 뿐이었다. 소련 전역에 보바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그 후로 2개월 뒤였다. 보바를 자식처럼 아꼈던 이반은 그 후로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1974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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