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스물세살 여자 대학생이예요. 최근에 힘든 일을 겪고 참 정서적으로 괴로워했어요. 끼니도 거의 거르고 밤늦게까지 혼자 힘들어하다가 약을 먹어야 겨우 잠들곤 할 정도로 혼자 괴로워하다보니까 생활도 엉망이되고 몸도 안 좋아지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같은 학과에 친한 남자선배가 있어요. 알기는 일년 전부터 알았는데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고 몇번 밥을 같이 먹고 전화나 카톡으로 대화하는 정도인 선배인데요. 제가 카톡으로 던지는 말로 요새 많이 힘들다고 생활도 엉망이라고 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힘든 일이 있다고 그런걸 다 털어놓긴 뭐해서 얼버무렸는데... 그 선배가 그럼 자기가 생활관리를 해줄까 하고 묻더라고요; 그땐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했는데 다음날 어찌어찌 학교 앞 커피숍에서 만나는 약속을 잡았어요.
거기서 선배가 하는 말이 너 너무 나태하고 자기관리가 안 되는 거 같다고, 힘든일이 있어도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관리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대요. 그러면서 자기가 과제 같은거 내주면서 검사받는 형태로 생활을 챙겨주고 싶대요. 전 첨엔 그냥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그 분이 자기 아는 남자 후배 하나도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괴로워했는데 자기가 관리해줘서 고마워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거에요.
계속 이야기하다보니 제가 정말 엉망진창으로 사는 건 사실이고 혼자사니까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챙겨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고마워서 하겠다고 했어요. 선배는 이왕 하는거 대충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한다면서 다짐 같은 걸 써서 서명까지 받더라구요... 그리고 그때 쓰라고 하셔서 어기면 무슨 벌이든 받겠다고도 썼어요.
관리라는 게 별 건 아니고 전공이 같으니까 과 공부 조금이랑 제가 토플공부 하는 거 아시니까 교재 푸는거랑... 일어나고 자는 시간 그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과제로 내주고 매일 결과를 짧게 적어서 내는거에요. 그래서 며칠 그렇게 하다보니까 끼니 거르고 잠 못자는 일은 거의 없어졌어요. 공부도 매일매일 하게됐고요. 대신 보고하러 사는 곳이 가까우니까 그분이 자취하는곳 앞에 있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매일 만났어요.
여기까진 서론인데 너무 길었네요 ㅠ. 근데 제가 일주일쯤 전에 그분이 내주신 과제를 잘 못하게 됐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뭐 하고있다고 자취하는 방으로 올라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전에도 컴퓨터로 뭐 작업하신다고 그래서 한번 보고;하러 간 적이 있어서 그냥 올라갔는데요. 약속한 걸 못지켰으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거에요; 그러더니 얇은 책을 한권 주시더라구요.
그리고 그걸 들고 방에 벽쪽을 가리키면서 저기 가서 이거 들고 무릎꿇고 있으래요. 근데 전 놀라고 어이가 좀 없어서 장난이냐고 물으니까 네가 벌 받기로 동의한 거라고 장난으로 보이냐고 막 그러시는거에요; 저도 성인이고 이런 건 좀 그렇지 않냐고 하니까 이런 것도 못할거라면 당장 그만두래요. 그리고 네가 약속하지 않았냐고 이정도도 못하고 포기해버리면 나중에 아무것도 못할거라고 막 그러셨어요.
그냥 그땐 분위기에 눌리기도 하고 사실 관리를 받으면서 생활패턴도 건전(?)해진건 사실이니까 알겠다고...해버리고 그날 10분간 책들고 무릎꿇고 있어어요. 근데 한 7분쯤 넘기니까 팔이 조금 후들거리고 아파서 팔을 머리에 기댔어요. 근데 그분이 막 이정도도 힘들어하냐고 다음에 또 이러면 더 힘든거 시킨다구 말했어요.
그날 벌받고 집에 돌아와서 이걸 계속해야하나 생각했는데...그렇게 한다고해놓고 안한다고 할 용기도 없고 확실히 생활이 나아지는 건 있으니까 그냥 계속 하게 됐어요.
그렇게 관리를 받다가 어제 또 과제를 미흡하게 해서 벌을...받았는데 자로..종아리를 맞았어요;; 아파서 문지르는데도 손 떼라고 하고 때리셨어요.
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도 어른이니까 그런 벌..같은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데 역시그만둔다고 말해야할까요? 근데 그분 말대로 전 혼자선...관리가 안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서 그 선배가 의지가 되는 것도 같고 혼란스러워요. 창피한 고민이지만 익명게시판이니까 용기내서 올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