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은 세탁소를 하였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니까 89년도...
난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방에서 놀고 있었다.. 사실 머하고 있었는지는 생각안남...
내 방에서 정면으로 우리 아버지의 다림질 하는 뒷모습이 보이고 가게가 훤히 보였다.
세탁소는 다 똑같은 구조다..-_- 다른 세탁소 가도 다 이렇다..
근데 갑자기 이쁘게 생긴 누나가 후다닥 집에 우리집에 뛰어 오는 것이었다.
옷 맡기러 온건 아닌거 같았다... 다급하게 그리고 떨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기 저 좀 숨겨주세요...
아버지가 벙쪄 있다가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내가 있는 방을 가르키는 순간
정말 정말 정말 무섭게 생긴 2명... 이 집으로 들어왔다 가죽잠바를 입고...
그리고 다짜고짜 우리 아버지와 그 이쁜 누나를 때렸다...
그 이쁜 누나랑 아버지는 잡혀 갔고 우리 아버지는 파출소에서 다행히 옷맡기러 자주 오시던 목사님때문에 풀려났다...
그 때 나도 내 동생도 너무 울어서 눈이 탱탱 부었다... 그 때 잠깐 그 누나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고생 했다고 생각하여 잠깐 원망했지만...
당시 난 형 누나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왜 저 꽃다운 나이에 가장 이쁘고 좋은 나이에 가장 좋은 나이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막연히 그 누나가 기억이 났다...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그 누나를 기억했다... 아 왜 그 때 누나와 형들은...
그리고 정말 멋진 사람들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용기가 없었다... 난 가진것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민주주의... 그 막연한 것을 위해서... 인권...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때.... 그런걸 느낄 틈도 없었다 지독한 입시 전쟁... 그리고 IMF
대학생이 되었다... 정권은 처음으로 보수주의에서 진보주의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대 놓고 정부를 욕했다. 바로 그것이 민주주의였다.
그 이쁜 누나를 잡아 가던 무서운 경찰들은 사라진것처럼 보였다.
가끔 학교에서나 거리를 걸어가면 총학생회에서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이 있었지만...
얼굴은 절대 비장함이나 그런거랑은 거리가 멀었다... 웃는 학생도 여럿 보였다...
거기에 참여할 시간이나 필요성은 잘 못느꼈다.
군대를 다녀오고 시간을 질질 끌고... 대학 4년차가 된 나는...
사실 무섭다... 옛날 그 누나의 얼굴이 다시 기억나게 된다...
누나는 끌려 갈때 나를 봤다... 그 누나는 왜 모든것을 포기했는가...
지금 쉬는 날 학교에 오는 꼬꼬마들 꼬마들 너무 귀여운 애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난다...
내가 눈감고 모른척 하고 현재로써는 외국으로 도망가고 싶다...하여 도망간다면...
이 아이들은... 신문이라 해봤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밖에 모르시는 국민학교 밖에 나오시지 않은 우리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는 박정희가 왕인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광주 사태때 무장 공비들이 온 줄 알았다더라... 언론이란 무서운거다...
현재로써 집에 전화해서 엄마... 절대 쇠고기 먹지 말라 설득 밖에 못 시킨 상태지만...
그게 끝이 아닌듯 하였다...
가장 중요한건 민주주의... 그것을 다시 뺏어간다는 것...
나는 너무 후회스럽다... 민주주의를 뺏긴다.. 뺏긴다... 그게 이명박때문이겠는가...
투표를 하지 않은 나의 탓으로 민주주의를 뺏긴다...
집이 너무 멀어서 부재자 선거 하기 귀찮아서... 나의 이런 뻔뻔함때문에 민주주의를 뺏긴다...
그 누나의 봄날을 희생하여 만들어준 민주주의를...
난 참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고... 대학 4학년... 집안을 책임져야할 장남...
하지만 한 번 해보기로 결심한다... 쉽게 착하게 살긴 쉬우나 올바르게 살긴 참 힘든듯 하다...
하지만 하지만 또 즐겁다 이것이야말로 대학생의 로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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