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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ow_19774
    작성자 : 콜로thㅔ움
    추천 : 3
    조회수 : 741
    IP : 61.38.***.22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3/09/21 18:45:10
    http://todayhumor.com/?wow_19774 모바일
    [와우 소설] 추억 - 번외편 - 티요의 일기 1
    [티요의 일기 - 1]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니, 약간 그렇긴 했는데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마 중 2때 부모님과 생이별하고 머나먼 행성 아제로스로 피난왔을 때부터인 것 같다.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말을 잘 못한다. 말을 재미있고 화려하게 하지 못하는, 그냥 평범한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어눌하고 살짝 더듬기까지 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는 인사말 나눈 후 입이 붙어버린다. 특히나 여자 앞에선 더하다. 여자들은 말 잘하는 남자를 좋아한다던데, 이러면 평생 여친이 안 생길 것 같다. 그럴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습관 고쳐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e0079724_505944f463867.jpg
    뭐라 반박을 못하겠다......
     
     
     내 나이 스물 셋. 당시 막 군대 전역해서 엘레멘티움광석도 떡볶이처럼 씹어 먹을 때였다. 온 세상이 내 발아래 있었고, 이런 패기라면 지긋지긋한 말더듬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난 교회 누나였던 화이트메인에게 푹 빠져 있었고, 이 누나는 재미없는 내 이야기도 웃으면서 잘 들어주었다. 설마 누나도 날 좋아하는 건 아닐까? 힘들게 용기를 내어 신청한 데이트를 누나는 오케이 해줬고, 그렇게 마련된 첫 데이트에서 내 습관을 고침과 동시에 누나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날따라 왜 이리 더 긴장되는지, 인사 몇 마디 나누고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버렸다. 억지로 말을 더 이어보려고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를 꺼내봤는데 내 말이 말인지 발인지, 어지간한 이야기도 다 들어주시던 누나의 얼굴엔 지루함과 억지스러움이 가득한 게,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발냄새를 맡고 있는 듯했다. 당황한 나는 타 부대 아저씨들과 축구했던 이야기를 꺼냈는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나는 갑자기 급한 약속이 있다며 나가버렸다.
     
    i2273440687.jpg
    어장이라구? 너따위를 내가 관리할 줄 알아?
     
     
     이후로 나는 더욱 위축되어 말수도 훨씬 줄어버렸고, 약간의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특히 여자는 저 멀리서 걸어오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래서 몇 없는 친구들, 사회 동료들과의 모임도 가능한 한 피해 다녔고,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자리에서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이러한 내가 만만한 건지 그들은 날보고 더듬이더듬이 하며 놀려댔다. 행여 내가 말이라도 하려 하면 중간에 싹둑 자르고 지들 이야기만 해댔다.
     
     나는 말을 못할 뿐이지 그렇다고 생각까지 없는 건 아니다. 비록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머릿속으론 수 없이 대답하고 생각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장에 적는다. 헤맬까봐 즉석에서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채로 걸러져서, 스스로 만족할 때에야 비로소 글자로 추출된다.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고?
     
     
     조금 쑥스럽지만 어느 특별한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이렇게 소심하고 말도 못하고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내가 그사람을 만나고부터 변하기 시작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이게 다 그분 덕이기 때문이다.
     
     그분을 처음 만난 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고백 차이고, 직장생활 치인 후, 혼자 놀기 좋은 성기사 수련을 하며 용병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만났을 것이다. 그는 유독 말이 많았고, 그의 허풍인지 진담인지 구분 안 가는 경험담을 듣노라면 이렇게 잘나고 위대한 녀석이 왜 나같이 별 볼 일 없는 놈에게 친한 척하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용병생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털릴 돈도 없는 나였기에 이러한 의구심은 더욱 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행동들이었지만 당시의 나로썬 오해했던게 당연할 정도로 그와 나는 모든 면에서 너무 달랐었다.
     
     엘레강스하고 럭셔리하고 딜리셔스한 그의 이름은 몽쉘로그. 노움 도적이며 내 은인이다. 그를 만나 제 2의 인생을 살며 이 글을 쓰는 내 이름은 티요. 성씨는 앙이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출발점이.
     
     
    WoWScrnShot_090513_204209.jpg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콜로thㅔ움의 꼬릿말입니다
    *darkman 님 꼬릿말 무단 불펌

    스님과 동자승이 길을 걷고 있었다.
    여름철이라 찌는듯한 더위에 지쳐 동자승이 힘겨워 하는듯 하자
    스님은 적당한 나무그늘을 찾았다.


    "얘야 좀 쉬어 가자꾸나."


    동자승은 겨우 살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나무그늘에 드러누웠다.
    스님은 가부좌를 틀고 지그시 눈을 감고 이따금씩 부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몇분이 흘렀을까....
    모기 한마리가 동자승의 팔에 앉아 뾰족한 침을 들이밀고 있었다.
    동자승은 다른 쪽 팔을 치켜올려 모기를 내리치려 하자 스님은


    "훠이~ 훠이~"


    하고는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켜 모기를 쫓아냈다.
    동자승은 스님을 쳐다 보았지만 스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을 뿐 아무말이 없었다.


    "이제 다시 슬슬 가보자꾸나"


    라는 말과 함께 스님은 다시 옷을 털며 일어났다.
    동자승도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몇 리를 걸었을까....
    1베충 한마리가 그냥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동자승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가던 길을 가려했으나 스님은 그 벌레에게 다가가


    "이런 육시럴!! 빌어먹을!! 나무관세음보殺!!"


    등을 외치며 1베충을 마구 밟기 시작했다.
    동자승은 스님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스님 아까 저의 피를 빨아 먹으려던 모기는 살려주시더니 그저 가던 길 가는 1베충은
    입에 담지 못할 말과 함께 살생을 하시는 겁니까?"


    격분했던 스님은 양손을 모으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염주를 만지작 거렸다.
    몇분이 흘렀을까 스님은 다시 차분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동자승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해충이지 않느냐"


    동자승은 의아해 했다.


    "아니 스님 모기도 해충이고 1베충도 해충이라면 모기는 왜 죽이지 않으신겁니까?"


    스님은 답을 해주는 대신 오히려 동자승에게 물었다.


    "작년에 너를 특별히 아프게 한 모기가 있느냐?"


    동자승은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모기는 없었다.


    "그냥 모기는 다 똑같은 모기였지 특별히 저를 아프거나 괴롭힌 모기는 없었습니다."

    "그렇다 모기는 다 똑같은 모기고 어차피 그날 지나면 너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해충이다.
    게다가 그 모기도 다 자신들의 종족번식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뱃속에 아이들을 위해
    피를 빠는것이다. 그것이 만물의 이치이니라"


    동자승은 고개를 끄덕이는듯 했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표정을 짓자
    스님은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저 1베충을 보아라.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이유를 대고 사람들의 정신을 갉아 먹는다.
    한번 빨린 피는 다시 재생될 수 있으나, 한번 빼앗긴 정신은 회복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빼앗긴 정신은 하루가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너의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자리잡아 너의 영혼을 빨아먹을 것이다."


    그제서야 동자승의 표정이 밝아지는듯 했다.
    스님은 가볍게 동자승의 머리를 스다듬고 다시 가던 길을 제촉하였다.




    『엮지마 ㅅㅂ (해충연합)』 -땅속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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