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명박은 최고의 지도자”
입력: 2008년 04월 30일 17:50:17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임기말 대외정책 점검을 위해 백악관으로 외교안보팀을 부른 적이 있다. 마침 한·미정상회담도 했고, 7월중 아시아 순방길에 서울방문도 예정된 터라 한·미관계가 잠시 화제로 올랐다. 이 자리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데니스 와일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 보좌관, 성 김 한국과장이 참석했다.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했고, 이 메모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NSC 간부에게 전달되면서 워싱턴의 한국문제 전문가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이로부터 입수한 이 메모의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진심으로 미국을 위해 일할 분”
“여러분들도 느꼈겠지만, 나는 정말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오랜 친구처럼 극진히 대접했어요. 로라도 식탁 등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썼고. 왜 그랬겠어요. 솔직히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을 두고 일방주의한다고 비난하는 나라는 많아도 앞장서 지지해주는 나라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아시아의 한 지도자가 전폭적 협력을 자처했어요. 왜 내가 그를 반기지 않겠어요. 그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비교가 안돼요. 두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내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려고 했고, 특히 한 사람은 내가 요청한 것은 다 들어주면서도 내 속을 긁어 놓는 말을 자주 했지요. 그 때문에 그가 미국에 엄청나게 기여했으면서도 좋은 평판을 못얻었어요.
하지만, 이대통령은 달라요. 그는 말과 행동, 겉과 속이 일치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말하기 전에 알아서 다해요. 쇠고기 개방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내가 환대했지요. 공짜 점심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그가 뭐랬는지 알아요. 전세계 미국이 가는 곳이면 달려가겠다, 전략동맹하자 그랬어요. 믿을 수 있겠어요. 우리가 전쟁하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라도 가겠다는 겁니다. 그는 진심으로 미국을 위해서 일 할 지도자입니다. 내가 장담해요. 그래서 내가 내친김에 기자회견 말미에 중국 견제도 미국·한국이 함께하자 그런 뜻으로 한 마디 덧붙였지요. 대북정책? 그것도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콘디가 내게 보고했지만, 그가 ‘위협적인 발언 때문에 북한을 도와주고 협상하는 일은 없다’ ‘과거 북핵보다 남북관계를 중시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했다면서요? 내가 그동안 수없이 해왔던 말과 이렇게 같을 수가 있을까요. 사실 북핵이 중요하지, 남북관계가 경색되든 말든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해요. 나는 이 대통령을 믿어요. 정치·경제·군사·문화 모든 부문에 걸쳐 한국을 미국으로 만들어놓을 겁니다. 내가 그 증거를 대볼까요. 우리가 광우병에 걸리면 그들도 걸리고, 우리가 안 걸리면 그들도 안 걸립니다. 놀랍지 않아요? 그들은 이미 미국인입니다.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해요.
한국인들은 내가 자기네 대통령을 예우해줬다고 이번 회담을 성공이라고 한다면서요. 기분은 좋지만, 솔직히 난 그런 문화에 적응이 잘 안돼요. 내가 환대하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 무슨 그런 일방적인 관계가 있어요? 스티브, 말해봐요. 나도 정상회담을 수없이 해봤지만, 갈등할 때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갈등은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내가 굳은 얼굴만 해도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가 자책하고는 자기 지도자를 두들겨대지. 내가 2006년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고 주요 국가에 전화하면서 노 대통령에게는 일부러 전화 안한 일 기억하죠. 그때 어땠어요. 관계 악화니 하면서 한국언론이 요란했잖아요. 그만큼 한국인은 이중적이에요. 겉으로는 미국이 거만하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인이 되고 싶어 얼마나 애써요. 사실 그들은 미국인보다 더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너무 앞서나가 역풍 불까 걱정”
내가 7월 2차 한·미정상회담을 걱정하는 것도 그 이중성 때문이에요. 이 대통령이 나를 위해서 너무 앞서가거나, 북핵문제가 진전될 경우 한국은 돈만 대고 뭐하는 거냐면서 반미 역풍이 불 수 있거든요. 이 대통령이 잘해야 할 텐데, 너무 미국만 생각하고 밀어붙일까 걱정이에요.”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감을 잡으셨겠지만, 이 글은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이대근|정치·국제에디터>
- 내손안의 모바일 경향 “상상” 1223+NATE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4301750175&code=990339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