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수능을 70여일 정도 밖에 남겨두지 않은 고3 여고생이예요.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기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네요.
제게는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 갓 스무살이 된 대학생 오빠가 있답니다.
오빠랑 저는 정말 친해요. 사람들이 오빠가 아니라 친구나 애인으로 알 정도로 서로 맘도 잘 통하고 취미도 잘 맞아요.
오빠랑은 남녀공학이라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가 올해에 오빠가 졸업을 하고 풋풋한(^^) 대학생이 되었는데요.
오빠가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머리는 꽤 좋은 것 같지만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부모님하고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공부 하기 싫다고 여러 번 말했었거든요. 하겠다, 하겠다 늘 야단 맞을 때만 말하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린 듯이 저하고 놀려고 하구요. 저도 맨 처음엔 그런 오빠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버럭 소리 지르기도 했어요. 도대체 엄마 아빠가 오빠만 믿고 있는데 정신을 왜 못 차리느냐구요. 그럴 때면 아무리 친해도 엄청 들고 일어나서 싸웠었죠.
전 정말 오빠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깟 공부 조금만 하면, 조금만 더 했더라면 오빠가, 부모님이 바라는 대학 갈 수 있었는데 왜 그걸 못 해서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을까 하구요.
그러다가 대학생이 된 오빠는 부모님하고 성적 때문에 다투는 일이 좀 줄었어요. 대학교가 고등학교 때보다는 조금 편해서 그런걸까요? 그렇지만, 여전히 대학 생활에서도 공부를 그리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다시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일이 종종 생기더라구요.
그러다 제가 오유를 하다가 오빠 아이디의 리플을 보게 되었어요.
스트레스를 잔뜩 받으면 일주일에 두 세번쯤은 오유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웃고 가는 게 제 일상 생활이었거든요. 오빠도 함께 오유를 하는 편이지만 댓글의 아이디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아서 오빠인지 아닌지도 몰랐는데 어떤 게시물을 보니 오빠가 댓글을 단 게 있더라구요.
오빠랑 같이 살지 않아서 이런 오빠의 흔적이 반가웠던 저는 호기심에 오빠의 리플들을 읽어보게 되었어요. 추천도 많이 받고 반대도 많이 받고, 내가 재미있어했던 댓글이 오빠가 쓴 거였다니 하면서 놀라기도 했는데 갑자기 몇 개월 전의 댓글을 보게 되었어요.
"전 노력을 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진심을 담아서 노력을 한적이 없는것 같아요.
하지만 전 부모님에게 언제나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려요.
속으로는 '어차피 못할테지만..'이라고 생각 하면서 말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런다고 바뀌는게 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스무살 어린나이에 벌써 세상에 질린걸까요.
공부도 싫고 대학도 솔직히 다니기 싫습니다.
그냥 취직이라도 해서 돈좀 벌면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고싶은데
부모님이 실망하실까봐 말씀을 못드리고있어요.
동생도 오유를 하는데 이 댓글을 볼까 두렵네요.
그래도 왠지 이 글을 쓰면서 후련한게 있는것 같아요.
다른분들의 댓글에 용기를 얻어 적어봤습니다."
순간... 울컥하더라구요. 아 오빠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늘 옆에 있고 비밀 얘기도 곧잘 하곤 했는데 정작 오빠 맘은 어떤지 하나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갑자기 너무 막막한거예요. 오빠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루고 싶은 직업이 있다면서. 자기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생각 가지면 안 될텐데...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오빠가 마음을 바꿀지 모르겠어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정말 제발, 오빠를 도와주고싶어요.
제발 제게 오빠를 돕고 모두가 행복한 방향으로 설득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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