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4776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 “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 친일문제는 국민화합 차원에서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7대 종단 대표들과 오찬에서 “지금 이런저런 과거청산 위원회 분들이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는데, (위원회를) 정비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일본에 ‘사과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날 오찬에 참석한 김동환 천도교 교령이 “천도교는 항일운동의 본산인데 오늘 명단 발표에 천도교 인사 30여명이 포함돼 교육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만 이 대통령의 발언에 친일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함축돼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울시장 시절 미당 서정주 선생의 친일행적 때문에 후손들이 생가를 매각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며 “그 곳에 빌라를 짓는다고 해서 이를 사들여 복원토록 한 일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서정주 선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라며 “잘못은 잘못대로, 공과를 바로 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단어 한 마디로 (갈등을) 빚었지만, 이제 ‘사과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며 “국내에서는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 내 편이냐 아니냐를 갖고 따진다”고 말했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무용가 최승희, 작곡가 안익태 등 4776명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날 급랭한 남북관계와 관련, “미국, 일본과는 신뢰를 회복했으니 북한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해 신뢰를 회복하면 된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못 만날 일이 뭐가 있느냐”고 대화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정상궤도에 갖다놔야 하며 진정성과 민족애를 갖고 가슴을 열고 만나야 한다”며 “다른 나라도 돕는 데 동족끼리 돕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총리와 올해에만 5번을 만나는데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저쪽에서 욕하면 쫓아가서 욕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원칙을 갖고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육 살리는 것이 인성교육 강화”
아울러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니까 인성·윤리·도덕 교육이 덜 된 느낌’이라는 최근덕 성균관장의 지적에 대해 “우리가 열심히 살다 보니 국민의식이 소홀해 졌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가족관계나 어른을 공경하는 것과 같은 자랑할 만한 우리 정신유산이 좀 어설프게 서양문물에 묻힌 감이 있다”면서도 “공교육을 살리고 강화하겠다는 것의 기본은 인성교육 강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이 우수한 만큼 제자리를 잡으면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 정부가 가정 복원 운동을 벌이려 하는 데 종교계도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식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 종교지도자들께서 해주셔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모범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야권이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해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 “전임 대통령이 ‘임기 내에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인데, 이 대통령이 설거지를 한 격”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자신들의 정권에서 못한 것을 그 다음 대에서 해 주면 고맙다고 해야지 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느냐”라며 “모든 것을 내 편이 하면 로맨스, 남의 편이 하면 스캔들 같이 정치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전 세계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데 우리만 안 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대통령도 방미 기간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았느냐. 나도 먹을 테니 같이 먹자”고 기자들에게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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