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수도권 아파트에 관한 글로 베오베를 갔었습니다. 전에 썼던 글에는 제가 평소에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빼놓았던 것 같아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땐 명쾌한 메시지를 주려다보니 하락 가능성에 강하게 무게를 두고 얘기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미래는 누구도 알수 없으며, 경제를 예측한다는 건 어제의 예상이 오늘 틀렸다는 사실을 내일 알게되는 되는 행위라는 것은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단지 가격이 오른다 떨어진다는 단순한 얘기가 아닌 좀 다른 측면에서 논의해보고자 글을 씁니다.
저는 최근 아파트 가격의 전국적 상승은 저금리 기조도 한몫 했지만, 밑바닥엔 역설적으로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가 낮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적어지면서, 다주택자가 손해를 보면서 굳이 전세를 유지할 없어진 것이죠.. 게다가 은행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받아놔도, 굴릴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전세금을 올리거나 속속들이 월세로 전환했었죠. 아마 최근 집을 알아보시는 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세 가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없어지는 전세 매물 사이에서 매우 혼동스런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 겁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전환은 은행 이자율 대비 과도한 비용이 되었고, 당연한 얘기지만 매매가에 근접하는 전세금은 불안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세입자들은 이럴바엔 차라리 은행에서 대출을 얻어서 내집마련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들어 LTV, DTI 규제 완화가 계속되었죠.. 그래서 얼마전까진 저금리(물론 지금 시중엔 확정금리 상품은 없습니다만..) 주택담보 대출이 주택 매수를 제촉하는 원인이 되어, 중소형 아파트와 신규분양이 인기를 견인했다고 봅니다. 물론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건설사가 공급 하고 있는 아파트의 90% 정도는 실수요를 타겟으로한 중소형 아파트입니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에 줄었던 공급을 해소 하는 과정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분양이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수도권만 놓고본다면 미분양 물량들은 어떻게든 해결이 되고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시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위험성은 공급이 이례적으로 많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2014년까지는 1년에 대략 30만호 정도를 공급했었는데, 2015년 준공된 아파트가 2배에 달합니다. 여기에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까지 합하면 대략 70만호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좀 뜨악했던게 건설사들입니다. 저는 과연 이분들은 정말 분양에 자신이 있으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현재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습니다. 분명 분양이 제대로 안되면, 할인을 하거나 미수금으로 남을 것인데, 기업 입장에서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동시에 깎아먹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전공이 건축이라 대학동기들이 건설사로 많이 나가 있는데, 입사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 이 친구들이 최근 더욱 걱정되는군요..
물론 올해만 놓고보면, 건설투자가 내수를 어느정도 견인한것도 사실이지만, 과연 저 많은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가 안되면 어쩌려고 저러지? 라는 우려를 가질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 머릿속에 먼저 든 생각은 부채비율이었습니다. 실거주 입장에서 부채비율이 높지 않고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분들이야 매매를 일부러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집값이 계속 오르고 이사비용은 2년마다 지출이 되고 있으며, 전세가가 매매가에 접근 하고 있으니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계신 분들에겐 부채비율을 1순위로 고려하시길 당부드리고 싶었습니다.
전에 썼던 글에서도 밝힌 바 앞으로 대한민국은 고용이 안정되기 어렵습니다.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매매가가 하락하게 된다면, 자산기반이 없는 쉽게 말해 물고 태어난 수저가 부실한 사람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은 상상이상일 것 같습니다.
사실 국내 주택시장을 보면서, 정부 정책문제 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GDP 성장률 올리고 싶은 것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가 서민 경제의 핵심인 전월세 가격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지 묻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건설 경기 때문에라도 공급은 늘려야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집값은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결국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권유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LTV, DTI 규제만 적절히 했더라도 12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돈을 무리하게 빌리게 해서라도 주택가격을 유지시키겠다는 계획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낼 겁니다. 천조국 미국도 결국 빚으로 성장해온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한국정부가 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이 과연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지금도 정부가 서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니네가 돈빌려서 전세값을 올리든지 아쉬우면 집사라" 뭐 이런건데 이런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 생각할수록 몹시 분하고 불쾌합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땡겨서 집을 샀다가 혹시 가격이 떨어지면 원리금 상환으로 돌아설 것인데, 그 땐 자칫하면 파산으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개개인의 경제 상황은 워낙 천차 만별이며, 미래의 경제 사정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집값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개인이 알아서들 하라며 정부가 서민들을 등떠미는 건 책임있는 정부가 해야할 기본 자세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은 나라입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도 잡을 수 있었고, 집을 여러채 가진 사람들의 탐욕을 잠재울 수 있었다면 지금의 전세대란의 비극을 잠재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MB정부도 그랬고, 박근혜 정부도 그랬고 집값 상승을 적어도 완화 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집값이 확 떨어지면, 가계 기업도 같이 힘들어질 수 있지만 서서히 연착륙 시켜 빠져나갈 기회를 줄 수는 있었을 텐데.. 결국 지금의 불안정성이 야기할지 모르는 비극이 내집마련의 단꿈으로 오늘도 일터에 달려갈 우리같은 서민들에게 가장 큰 위험을 떠넘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대단히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