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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63598
    작성자 : 청소노동자
    추천 : 23
    조회수 : 2668
    IP : 183.97.***.178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22/09/24 03:46:4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63598 모바일
    모터사이클은 타는거고, 내 인생사이클은 타들어가는 중이다.

     

    디아블로2를 존내 열심히 했다.

    진짜 내일이 없을 것처럼 했다. 일하는 시간 자는시간 빼고는.

    그냥 디아블로2는 바탕화면처럼 켜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 시원하게 때려쳤다. 아이템이야 좀 안나올 수는 있는데

    이게 시즌제라서, 새로운 시즌이 열리면 전시즌은 쓸모가 없어지거든.

     

    시즌2가 10월 초에 열린다는 말을 듣고 '에라이 싯팔'

    외마디 비명을 지른 채 그냥 디아블로를 껐다.

     

    디아블로는 꺼졌고, 나는 낮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밤의 방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다죽어가는 사람처럼 신음을

    흘린 채 나는 한동안 앉아있었다.

     

     

     

    #

     

    사업시작하고 고정 빚이 생겼다.

    망할놈의 고정수입이 아니라 홀리뻐킹 고정빚은 또 처음들어본다.

    식당다닐 때하고 비교도 안되게 버는데 나는 왜 집세도 못내고 있을까.

    월요일엔 하루매출 최고점을 찍고 광란의 치킨을 먹었다. 근데 돈이 없다.

    차 기름넣고 엔진오일 갈고, 월급주고 장비사고 하니까 옘병 인건비도 안남는다.

    아니, 흔히 말하는 '야야 나 돈없어 진짜야(광대승천)' 이게 아니고

    진짜 리얼로 돈이 없다. 통장에 오천삼백원있다.

     

    저저번주에 직원이 사고쳐서 ㅋㅋ 백만원 토했다 ㅋ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ㅏㅇ아ㅏ아악!!!!

     

    월급주는데 오만원이 부족해서 돈빌려서 채웠다.

    뭐 고정빚은 3개월만 더 나가면 처리되니까, 그때가 되면

    웃을 수 있겠지.

     

     

    ...웃을 수 있겠지? 제발 님아.


     

    (은행대출*부가세미납분 : 님 ㅎㅇ(대기중))

     

     

    꺄아아아아아악!!!

     

     

    보험설계사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님... 요새 많이 힘드신가봐요... 보험료가 2개월 미납되어 있어서..."

     

     

    "휴. 알아요 저도... 미안합니다..."

     

    "사업하다보면 이런일 저런일 많죠. 그래도 새벽이 가장 어둡고 춥다잖아요.

    버티다보면 아침이 와요! 힘내세요!"

     

     

    야 이 아줌... 아니... 설계사님... 누가 그걸 모르나요 그니까 아침 언제오냐고...

    어설픈 관용은 참극을 부른다고 하지. 어설픈 위로는 날 더 옥죄일 뿐이야...

     

     

     

    #

     

     

    그래서 쿠팡 야간알바를 시작했다.

    존나힘든데, 어쩔 수 없다. 오뚜기 순후추라면이라도 사먹으려면 이 길밖엔 없다.

    자 그래서 사이클은 이렇게 되었다.

     

    아침 9시-종료시까지 본업

     

    디아블로(또는 스타크래프트)

    취침

     

    새벽 1시 30분까지 쿠팡 출근 8시 30분 종료.

     

    아침 9시-종료시까지 본업

     

    낮술

     

    취침

     

    새벽 1시 30분까지 쿠팡 출근 8시 30분 종료

     

    본업시작

     

     

    에라이 시벌.

     


     

     

    야 잠깐만. 누가 오함마좀 가져와. 셀프로 내려찍고 뒤져버리게.

     

     

     

    #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 칠순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남매니까

    사이좋게 백만원씩 내자고 한다. 사이좋게... 음...

    너 오랫만에 사이좋게 주먹다짐 한번 할래? 물론 넌 쳐맞는 쪽이고.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너 진짜 내 사정 모르냐?

     

    "야 근데, 내가 요새 좀 힘들어서 그렇게까진..."

     

    "오빠, 다 힘들어. 나도 힘든데 하는거야. 돈 많이 벌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어."

     

    진짜 이인간 최근에 좀 안좋은 일이 있어서 내가 심한말은 못하겠고

    열불은 터지는데 "그래 내가 마련해보마" 하고 이악물고 전화를 끊었다.

     

    ...저번에 전단지 알바 하라고 전화왔던게... 통화목록에 어디있더라...


    그래서 다음주부터는 전단지 알바도 추가되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으하하하하!!! 아아아아악!!!

     

     

    다 때려쳐!!!

     

     

     

     

     

    #

     

    진짜로 때려칠 수는 없고, 그래 이건 시련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는 중인거다. 다만 시지프스는 죽지도 못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했다는데 적어도 3개월이 지나면 이거보다는 훨씬 나을거 아냐.

     

    병신 시지프스 ㅋㅋ 난 3개월이면 끝나는데 넌 ㅋㅋ

     

    ...

     

     

    #


    사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같이 사업을 시작했던 씨ㅂ 아니 친구들이

    모종의 계략을 짜고 날 엿맥이고 있던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 일로 인해

    경찰 부르기 직전의 상황까지 갔었고, "늬들은 ㅆ발놈들아. 내가 감옥가기 싫어서

    여기서 접는다. 길가다 마주치면 죽는다 진짜." 하고 의절을 선언했다.

    그대로만 진행되었어도 별 문제 없었는데 나를 제외한 수익플랜을 짜고 날 배제중이였고

    주요 수익이 날 만한 일은 모두 자신들이, 나는 돈이 안되는 일에만 집중하도록 배치했다.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다.

    힘든일은 누구나 하기 싫기 때문에 내가 자처해서 한다고 했고,

    그시점에서 나는 호구가 된거다. 이 일이 처음이였던 터라 잘 몰랐지만

    1개월째에는 의심이, 2개월째에는 확신이 되었고 3개월째에는 분쟁이 되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서로 멱살잡는 것으로 엔딩이 확정지어졌다.

    그래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상태다. 고정빚만 없어도 먹고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그놈의 고정빚때문에 이런 처지일 뿐.

     

    괜찮다. 괜찮아야 한다. 괜찮지 않으면 그나마 쥐고 있는것도 다 사라진다.

    괜찮아야, 불씨가 모닥불이 되고, 모닥불이 큰 불이 된다.

    괜찮지 않으면, 불씨는 꺼지고 나는 새벽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잿더미가

    되어버린다.

     

     

     

    #

     

    고정빚을 모두 처치... 아니 처리하면 하고싶은 일이 있다.

    일단 현금을 좀 쥔 상태에서 새 차를 살 것이다. 초릿대를 새로 갈아낀 낚싯대

    두개를 들고 논산으로 가서 배스낚시를 할 것이다. 제이레빗 노래를 들으며

    어느 한 날은 낮잠을 자고 싶다. 새벽에 일나가야 해서 억지로 자는 잠 말고.

     

    빚 다 갚는날 미나미에 가서 초밥에 좋은 술을 먹고 싶다.

    이 거지같은 옷도 좀 몇벌 더 사고. 잊었던 캠핑도 다시 갈 것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일단 이번달에는 오백칠십만원이 필요하니까...아. 월급까지 구백이 좀 넘게

    필요하구나 ^^...

     

    하하.

     

     

    하하ㅏ핳.

     

     

    오함마 든 엄석대 데려와.

    나 좀 쳐죽이라고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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