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가 빠뜨리고 있는
의료문제의 핵심들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문재인정부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문재인케어가 이명박정부 이후 3차례에 걸쳐 발표되고 시행되었던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과 다른 게 있다면,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대중의 지지와 환영을 받는 듯하다.
그렇다면 앞선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질했는지, 그 원인을 조목조목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문재인케어도 표방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문재인케어의 내용에는, 그리고 문재인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제에는 빠져 있거나 놓치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① 과잉진료 해소 방안 부재
첫째, 보험적용이 확대되더라도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비급여항목을 통해 수입을 보전하려는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를 통제하기 위한 기전에 대해 명시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병원비를 지불하는 체계는 진료행위와 약제마다 일일이 수가를 매겨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체계’이다. 이에 따라 의료행위를 추가할 때마다, 병원의 수입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는 과잉진료를 낳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보험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의료행위와 약제를 시행하게 하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보험적용항목이 확대되더라도 비급여 의료행위나 약제가 줄어들지 않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낳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를 입원의 경우 포괄수가제(질병진단명에 따라 병원비가 정해지는 제도)로 바꾸거나, 대형병원의 경우는 ‘총액계약제’방식으로 수가체계를 바꿈으로써, 추가행위가 있더라도 병원이 돈을 벌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매우 미미하거나 구체적인 수준은 아니다.
②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가능성 여전
또한 현재처럼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무한 경쟁하는 의료공급시스템이 아니라 ‘주치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동네의원의 경우 환자등록에 따라 돈을 받는 ‘인두제’로의 개편을 통해 가볍고 만성적인 질환은 동네의원이 담당하고, 대형병원은 중증질환의 입원중심으로 그 역할을 담당케 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재인케어’는 의료전달체계의 개편, 일차의료강화 등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치의 제도 도입’ 등 구체적인 계획은 부재하다. 또한 건강보험적용의 확대에 따라 수도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이용이 증가함으로써, 의료공급체계의 왜곡 또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의료공급체계가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해소될 리는 무망하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은 단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필수적인 조치이다.
③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유예
그리고 ‘비급여의 급여화 방식’으로 도입되는 ‘예비급여’는 노무현정부부터 지속되어온 의료산업화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재인케어에 따르면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모두 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통해 급여화(2017년부터 2022년까지)하고 미용·성형 등 치료와 무관한 경우에만 비급여로 남게 된다. 그리고 효과는 있으나 가격이 높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우선 예비급여로 적용하고 3~5년 후 평가하여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안전성, 유효성도 있고, 비용효과성도 있는데 예비급여로 남을 이유는 없을 것이며, 바로 건강보험적용을 하면 된다. 사실 신의료기술과 약제를 사용하기 전에 안정성, 유효성, 비용효과성은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바로 ‘급여화’하면 된다. 굳이 ‘예비급여’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의료기기, 신의료기술의 대체가능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증을 하기 전에 일단 의료시장으로 진출시켜, 예비급여적용으로 매출도 증가시키고 환자에 대한 임상데이터도 얻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설사 그런 의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신의료기술에 대한 예비급여적용은 위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며, 급여가 적용되는 만큼 건강보험재정에도 부담을 지우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의약·바이오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으로 의료를 산업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④ 민간실손보험의 공적 규제방안 모호
민간실손보험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 문재인케어에서는 “예비급여가 필수급여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실손보험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일부 경감할 수 있으나, 비급여도 보장하는 현행 제도에 비해 실손 의존도를 심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공‧사 의료보험이 서로 조화롭게 발전’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실손보험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사보험 협의체’까지 구성,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민간실손보험이 필요할 정도의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한계를 두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건강보험 비급여가 급여화가 되면, 민간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병원비가 줄어들게 되고, 건강보험적용이 확대되어 병원을 가는 횟수가 늘어나면 본인부담에 대해 민간보험사가 지불하는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민간실손보험 회사의 입장에서는 보험료의 지출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가능성 두 가지 모두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민간보험의 보험료 지출이 늘어나는 경우는 그만큼 의료이용이 많아짐을 의미하며, 의료비가 급격하게 상승됨을 의미한다. 문재인케어에 대해 민간보험사에서는 예비급여의 본인부담률이 여전히 높고, 비급여의 급여화가 점진적으로 행해지므로 민간실손보험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는 듯이 보인다.
⑤ 재원조달방안의 불명확성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재정 문제이다. 문재인케어에 소요되는 재원은 30조 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건강보험누적적립금 20조와 최근 몇 년간의 보험료율 인상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문재인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수가인상’을 할 수밖에 없고, 건강보험적용의 확대와 노인인구의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재정지출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밝힌 재원조달방안 가지고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사회 의료공급구조는 민간위주 공급구조이고 진료비 지불도 ‘행위별 수가제’라서 의료비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건강보험재정추계도 정부기관마다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이란 ‘저수지’를 통해서 ‘병원·의료산업과 자본’에 물을 대는 구조가 현재의 의료생태계라는 진단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문재인케어는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구조가 그대로 유지·존속되는 데에 기여할 가능성을 더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