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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9600
    작성자 : EXIFEEDI
    추천 : 7/15
    조회수 : 648
    IP : 143.248.***.14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06/01/18 21:57:26
    http://todayhumor.com/?sisa_19600 모바일
    어제 PD수첩을 보고
    어제 PD수첩(2006년 1월 17일자)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요즘 다른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이곳 오유에도 사람들이 황우석 교수 사건과 관련된 글을 많이 올린다.
    하지만 그런 글 가운데 대부분은 그냥 툭 입밖으로 내던지고 마는 것들이다.
    그냥 "이런 이런 소리가 있던데?" "이거 음모 아냐?" "아님 말고" 이런 식이다.
    글을 쓴 사람이 과연 신문 기사는 제대로 읽고 그런 글을 쓴 것인지,
    문제의 시발점이 된 PD수첩은 한 번이라도 보고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글이 태반이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 보도를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관한 문제도 포함된다.
    흔히 우리들은 한국인은 문맹률이 0%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단순 문맹률을 일컫는 말로서, 순전히 눈에 보이는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솔직히 탁 터놓고 얘기해 보자.
    단순 문맹률만 따진다면 0%가 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많을 것인지.
    영어가 그렇게 읽기 힘든 언어였던가?
    물론 한글만큼의 규칙성을 가지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만 익히면 영어도 보이는대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어나 프랑스어와 같은 기타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언어는 어떤가?
    그런 문자도 알파벳만 제대로 알면 큰 불편 없이 읽을 수 있는 언어다.

    핵심은 실질 문맹률이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 이용되는 수많은 문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이를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 보는 척도이다.
    2005년 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실질 문맹률은 OECD 가입국 가운데 최하 수준이다.
    이에 따르면 의약품 복용량 설명서 같은 생활 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 사람 비율은
    전체의 38%에 달하며, 일상적인 문서를 겨우 해석해 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힘든 사람도 37.8%에 이른다.
    ('실질문맹률'로 검색한 2005년 4월 7일 기사)
    이는 성인 전체를 대상으로 했으니 연령이 낮아진다고 고려하면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건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건대, 국민이 각종 언론에서 이른바 '흘리는' 정보를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으며,
    각종 매체의 정보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다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고 나니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논문을 조작한 사람들, 이러한 조작에 휘말려 여론을 동요시키도록 앞장선 언론,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눈먼 돈을 남발한 정부, 이 모든 사람들에 잘못이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나는 이번 사건에서 몇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1. 과잉된 국가주의 혹은 애국주의
    2. 과학적 태도의 부재(不在)

    과학이나 과학 기술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선악 개념을 가지지 않는다.
    그 기술을 어떻게 이용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는 도덕이나 윤리의 개념에 해당한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거나 경험점인 방법으로 검증을 하여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객관적인 사실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한 방법 가운데에는 출판도 있겠고, 학회나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는 방법도 있으며,
    특허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 나가는 방법도 있다.
    더러는 자신의 기술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이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이 포함되기도 한다.

    방금 설명한 바와 같이,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또다른 객관적인 사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이 결과물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실수가 없으라는 법이 없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 실수가 생길 수도 있고, 그 결과 잘못된 결과물이 도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 전혀 아무런 검증 과정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논문의 경우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논문을 작성하면 곧 다른 사람들이 이와 관련된 논문을 작성한다.
    논문은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따라서 논문에는 자신의 연구 과정을 모두 공개하게 된다.
    이들 정보가 그 다음 연구의 밑바탕이 되는 객관적 사실로 인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논문을 작성하려면 이전 논문을 참조하기도 하고 이들과 자신의 연구를 비교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논문에 작성된 내용은 새로운 연구에 많은 참조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후에 연구한 사람이 예전 연구 결과를 살펴 보다가 잘못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원래 연구 결과의 저자 본인이 오류를 발견하고 정오표를 사후에 게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이 쓴 논문은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연구 수행 도중 오류가 생겨서 나중에 그 사실을 시인하게 되더라도
    그 연구자에게 비난이 쏟아지지는 않는다.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객관적 방식으로 검증하여 객관적 사실을 유도했다면,
    그것이 과학적인 접근 방법임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사후에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자신의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제대로 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이는 '조작'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만약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굳이 들추어 내지 않았다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금 설명한 논문 저술 과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러한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특허의 예를 들어 보자.
    특허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나중에 수익성 사업을 할 때 그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이는 논문과는 또다른 방식이다.
    내가 논문을 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내 연구 결과와 관련된 다른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다.
    다만 원래 저자에게 인정되는 것은 후속 연구를 수행할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문으로 공표했다는 사실은
    그와 관련된 연구를 다른 곳에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특허의 경우에는 그러한 방법으로 돈을 벌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다만 특허의 경우에는 포괄적인 특허권을 청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포함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관한 것까지 특허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실험을 다수 수행하는 연구의 경우에는 논문보다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특허를 내더라도 그 중 상당분의 정보는 공개된다.
    특허를 내려면 먼저 기존에 관련 특허가 출원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특허를 검색하던 과정에서 자신이 출원하고자 하는 정보와 중복되는 부분이 생기면
    그와 관련되는 부분을 수정해서 출원하기도 한다.
    즉, 단순히 특허를 내는 것만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허권 분쟁으로도 말이 많은데 그 특허로 인해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논쟁은 의미가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2004년과 2005년 논문의 조작은 객관적 사실이다.
    남은 문제는 논문과 관련해서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황우석 교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면 괜찮지 않겠냐는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황우석 교수의 인터뷰에서 인간적인 실망을 상당히 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원 연구실의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도 안되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만 급급하는 그를 본 대학원생들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몇 가지 말이 안되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서울대의 최종 보고가 나온 뒤 기자 회견에서 황우석 교수는
    "저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에게는 줄기세포를배양해 본 경험이 없었고
    배양과정에 대한 중간단계의 진실성을 진단할 만큼 안목이 없었습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아주 재미있는 발언이다.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한 연구실에서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의 세미나가 있다.
    많은 경우에는 하루에 두 세 번의 세미나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지도 교수가 세미나에 참석하고 연구 목적과 방법론, 결과 모두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
    따라서 저러한 발언은 자신은 대학 교수이지만 교수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국립대학교 교수가, 세금으로 봉급을 받으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그나마 이 발언도 이전 발언을 뒤집는 말이었다.
    예전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모든 연구를 총괄했으며 일일이 감독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워낙 유명세를 타고 바빠서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그렇다면 자신이 두 번이나 논문에 제 1 저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보통의 정상적인 연구실이라면 논문의 제 1 저자는 교수가 아닌 연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연구원(대학원생)이 되고, 교수는 맨 뒤에 교신 저자로서 이름이 들어간다.
    나중에 연구 성과를 평가할 때에 첫 번째에 이름이 들어가느냐 두 번째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비중을
    달리하기 때문에,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이는 제자의 연구 성과를 자신이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물론 가끔은 지도 교수가 논문을 주도하여 제 1 저자가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특이한 경우이다.
    황우석 교수의 경우 예전에 했던 발언처럼 자신이 연구를 주도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자신의 연구가 완전히 허위임을 공표하는 것이 되며,
    자신은 연구에 대해 직접 관여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자기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챈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된다.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지도 교수의 책임있는 발언이라 할 수 있는가?

    또, 동일한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제자들을 병풍처럼 둘러 서게 한 것도 아주 몹쓸 행동이다.
    왜 자신의 책임을 제자들에게 전가하려 하는 것인가?
    게다가 아주 이중적인 태도마저 보였다.
    자신의 제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제자들에 피해가 가지 않기를 원했다면 애시당초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발언도 한다.
    제자들이 이번 자리를 자청했다며
    "선생님이 가시는 길이 지옥이라면 그곳까지도 마지막... 같이 하겠습니다"라고 읊었다.
    제대로 된 지도 교수라면 제자들이 그런 소리를 해도 막아야 한다.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광경 아닌가?
    예전에 황우석 교수는 연구원이 난자 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
    자신은 앞길 창창한 젊은 연구원의 미래를 생각해서 극구 만류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차에 연구원을 태워 난자를 채취했던 것이다.
    과연 책임있는 지도 교수가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앞서 얘기했던 과학적 태도와 과잉된 국가주의를 잘 연결해 보면,
    이러한 부분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국익이라는 명분 하에 과학을 그릇되게 이용한 결과가 어떤 것인가는 많은 예에서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평생 가장 후회스러운 일로 꼽았다는 원자탄 투하 계획과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으킨 이라크 전 등은 그 예가 될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심장부에 태극기를 꽂는다"던지
    "대한민국의 기술"이라는 표현 등에서 그러한 면을 살필 수 있다.



    뭐, 텔레비전 프로그램 한 편을 보다가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는데,
    어제 방송을 본 내 심경은 한 마디로 착잡하다 그 자체였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다른 분야 연구원들의 열악한 환경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찢어진다.
    이공계 대학원을 거쳐간 사람들이 아니라면 어제 방송에서의 대학원 분위기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법도 할 것이지만, 막상 그에 속한 사람들 심정은 말이 아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은 국내 대학 가운데에서 가장 재정이 투명하게 처리되는 곳 가운데
    하나라고는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가끔 연구비 유용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많은 이공계 연구원은 안전 사고와 관련한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실제로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공계 연구원들이 희생 정신을 발휘하여 "월화수목금금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공계 연구원들도 주말에는 쉬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야외로도 놀러 가고 영화도 보고 싶다.
    다만, 이렇게 일해도 생존해 나가기 힘들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 마디의 말을 하더라도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여 함부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나중에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판명되는 경우에도
    만약 내가 그러한 주장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방법을 적용했다면
    절대 후회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판명날 경우에는 자신의 판단 착오를 시인하고
    왜 그러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으며, 좀더 과학적인 판단력을 기르도록 노력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과학적인 사고이자 생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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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8 22:16:25  222.235.***.181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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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01/19 09:08:51  219.254.***.165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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