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4년째... 드디어 가입을 하고 첫 글을 쓰게 됐습니다.
동게 첫 글에 냥님 자랑이면 충분할 텐데 구구절절 굳이 많은 테그를 붙이게 돼 오해를 불러오는 건 아닌지... 걱정도 앞섭니다.
만약 공지에 어긋나는 부분이나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 부드럽게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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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년 전인 12월 4일, 오유 동게를 통해 첫 묘연을 맺었다.
길냥이들의 조리원으로 간택당해 강제 출산당한 한 회원님의 글.
집냥이와 캣맘으로 돌보는 냥이까지 17마리가 된다던가, 꼬물냥들이 9마리나 탄생하는 바람에 급히 입양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치즈냥이가 로망 of 로망냥이로, 첫 묘연은 반드시 치즈와 맺겠다 결심했지만
지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새끼가 된 콩이의 사진 한 장에 입양 문의 메일을 보냈다.
완벽한 좌우대칭 턱시도 무늬에 분홍분홍한 코, 딸기와 초코가 섞인 젤리까지
내겐 너무나 완벽한 냥님.
혼자면 외로울까, 콩이의 외할미냥이가 낳은 삼이까지 함께 데려오기로 하고
2015년 12월 4일 저녁.
김천까지 기차를 타고 가 두 아이를 데려왔다. 첫 눈과 함께.
콩이가 10월 9일생, 삼이가 10월 31일 즈음이라던,
그렇게 10월은 내 새끼 둘의 생일이 함께 있는 뜻깊은 달이 됐다.
3년간의 사연은...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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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의 4번째 생일을 보내고 삼이의 4번째 생일을 기다리던 올 10월,
나에겐 '묘연의 달'인가?
딱 일주일 전, 10월 14일 일요일.
나는 예기치 않게 '그 녀석'을 만났다.
처음으로 당직 근무 중이던 그날.
다양한 민원 전화를 받으며... 정신 없는 오전을 보내고 점심식사 후 숨 돌릴 즈음!
"델렐렐레~델렐렐레~"
"다친 고양이가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여기 XX아파트 앞 공원가는 길인데... 꼬리가 이상하고 다리를 다쳐서 잘 못 걷는 고양이가 있어요."
앳된(많아봐야 초등학교 고학년생일 듯한) 남학생의 목소리. 말투도, 상황을 전하는 태도도... 그랬다.
가장 흔한 전화 중 하나가 전화번호 문의, 로드킬, 유기견(묘) 신고 전화다. 그 전화도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매뉴얼대로 관할 지역으로 문의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어려보였던 탓에 연락처를 받아두고 내가 직접 관할 지역에 연락을 했다.
어느 지역, XX아파트 근처 유기묘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고. 민원인이 근처서 보호를 하고 있는 듯하니 빠른 구조를 부탁한다고.
로드킬 신고는 많지만, 유기묘(추정) 특히 다친 길냥이 신고는 드물었던지... 구조 방법을 확인 후 연락주기로 했고
나는 급한 마음에 지역 길고양이 보호협회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 번호는 단체 번호가 아닌 대표의 핸드폰 번호... 쉽게 수신이 되지 않았고
최초의 민원인은 다친 유기묘를 따라가며 상황을 계속 전해 오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다친 듯 잘 걷지 못하고 질질 끌며 이동 중이며... 그 와중에 사람을 경계하기는 커녕 만지거나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손을 탄 녀석이란 소리.
아... 마음이 급하다. 다친 아이가 살아가기 힘든 길생활인데... 사람을 무서워하기는 커녕 다리를 다친 채로도 사람을 피하지 않는 녀석이
구조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날씨는 추워지고... 이 동넨 먹을 것도 별로 없는데... 걔는 며칠을 버틴 걸까... 따위의 온갖 생각이 두서없이 지배한다.
집요할 정도로 길고양이 보호협회로 전화를 걸고, 또다른 동물보호센터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한쪽은 계속 받지 않았고, 다른 한쪽은 유기견 전문센터라 했다
처음 전화를 건 민원인(초등학생?)은 친구와 함께 기다리는 중이란다, 자기들은 시간이 괜찮으니... 구조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빨리 연락만 해 달라는... 그렇지만 보채거나 화내거나 하지 않는 오로지 '측은지심'만 가득한 목소리.
그렇게 4시간이 흘렀다 ㅜㅜ
마침내 5시 30분. 협회 대표와 통화가 됐다. 이러이러한 곳에 이러이러한 냥이가 이러이러한 상태로 있다, 그리고 초등학생 둘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 구조를 바란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반응.
안타깝지만... 여력이 없다는 말. 몇몇의 뜻있는 사람의 모임일 뿐, 지원금 한 푼 받지 못하는 단체로...기존의 아이들도 버거워 더 이상 구조와 치료, 보
호가 어렵다고 했다. 거기엔 지자체에 대한 서운함과 책임 회피에 대한 원망도 깃들어 있었다.
'아! 큰일났다. 기다린다는 민원인에게... 구조의 손길이 갈 거라고 했는데.... 아무도 가지 않는다. 과연 학생들의 여력으로 그 다친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냥 두고 가라고 해야 하나... 다친 아이는 그렇게 살다갈 운명이라고? 나의 책임과 임무는 사실 관할 지역으로 인계하는 것에서 끝나는 건데...?'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다친 냥이가 걱정되는 마음과 그 냥이를 보호해 온 두 학생의 마음에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천사와 악마까진 아니었지만... 그날 그 시간, 내 마음 속에서 2개의 목소리를 처절하게 싸웠다.
"신경 꺼!"
"가 보기만 해!"
옛날 사람 인증일 수도 있지만...
예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였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이 떠올랐다. 두 개의 결심이 초래할 결과를 예상하며.
민원인에게 전화를 했다... 6시 20분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구조협회는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 내가 가보긴 하겠다... 다만 시간이 한 시간쯤 더 걸린다고. 양해를 구하는 사이, 전화를 바꿔받는 누군가.
자기가 기다릴테니... 천천이라도 괜찮으니 와주면 좋겠다는 다른 여성분의 목소리.
이미 다친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고 며칠 전 구조협회에 연락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엔 잡을 수만 있다면 구조를 약속했었다는 말과 함께.
보호단체의 구조가 어렵단 소식을 전하고... 일단 상황을 알아야겠기에 기다려 달라고 했다.
6시가 되고... 인수인계를 한 후... 내 발걸음은 고뇌하던 머릿속과 다르게 집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다친 냥이가 있다는 그곳... 보호하고 있다는 여성분이 있다는 곳으로.
몇 번의 전화통화 끝에... 구조자를 따라 간 곳에... '그 녀석' 있었다.
엉거주춤 주저 앉은 자세... 불안한 눈빛...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나를 도와주세요' 애처롭게 울어대는 소리.
지켜보는 몇몇 주민들.
한눈에도 깡마르고 비실비실했으며, 외상은 없었으나 힘없이 끌려가는 왼쪽 뒷다리.
불편한 몸에도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손길을 기다리는 듯한...
그러나 쉽사리 기대하지 않는다는 눈빛 ㅠㅠ
적어도 내 눈엔 그랬다, '구원의 손길과 포기의 익숙함이 공존하는 몸짓'
길 생활은 녀석을 그렇게 길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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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일주일의 일인데 감정이 복잡했었기 때문인지 이야기가 늘어지네요 ㅠㅠ
정리할 부분도 필요하고, 자꾸 사실보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 같아... 좀 나눠서 전하려 합니다.
아직 글 올리는 게 익숙치 않아... '그 녀석'의 사진은 댓글로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