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어제 총선결과가 서서히 윤곽이 잡혔을 때 개인적으로 상당한 멘붕이었습니다.
MB정권 끝나기도 전에 터지는 각종 비리와 잘못을 보고, 총선결과가 야권연대에 큰 승리를 안겨주리라 생각했고, 그걸 확인하는 일이 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이 나 버렸네요.
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처음에는 왜 그럴까, 이게 정말 제대로 된 결과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남을 투표함 사건, 그리고 그동안 MB정부의 민간인 사찰 등 기본적인 신뢰 문제가 무너진 상태이므로 무언가 조작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이 단순 음모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가장 두려운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음모론은 음모론이란 것 자체가 증명할 수 없는 그저 의혹에 불과한 것이기에 제쳐두고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생각해보고 다른 분들의 글도 읽어보고 해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올립니다.
이번 총선을 평가하자면 저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거름이라 생각합니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보이지만 결과만을 보지 말고 그 안의 내면을 보면 서서히 변화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의 과반수 이상의 의석 차지
분명 MB정권의 비리와 나는 꼼수다의 영향,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저는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의 과반수 이상의 의석 차지가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은 주로 젊은 층,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밀집하여 사는 곳이지요. 당연히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정보취득에 유리하며, 또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현재 언론이 장악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안의 사실여부, 어떤 것이 부풀려지고 어떤 것이 축소되어지는지 어느정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렇기에 총선에서 새누리당보다는 야권연대에 힘을 실어준 결과를 보여주는 거겠지요.
2.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에서의 여당의 승리
이 부분은 저한테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수도권에서의 결과처럼 지방권에서도 같은 결과를 기대했었거든요.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언론이 미치는 정도와 야권연대 공약의 부재 및 안일한 전략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저의 막연한 생각일 수 있는데 지방권은 나는 꼼수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 들기가 다소 어렵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수도권과 달리 투표연령층도 노인분들의 비율이 높고, 노인분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신문, 뉴스 등이 전부임을 감안하면 나꼼수에서 외치던 MB정권 심판론보다는 언론에 의해 노출된 정보에 의해 투표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또한 다른 분들이 쓰신 글 중에 있는 야권연대의 지방권에 대한 공약의 부재와 안일한 전략이 충분히 야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표들마저 새누리당에 넘겨버린 것이 지방권에서의 여당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 부분은 야권에서 전략만 잘 짰어도 충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이 정말 아쉽습니다. 경상도에서는 경북은 여당의 압도적 당선이 많았지만 경남에서 비등비등한 비율이 많았다는 점은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단적인 예로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 투표율 54.3%의 의미
투표율 54.3%의 의미,, 최근 들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의식이 많이 깨어나고 있어 사실 투표율 60% 중반까지도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투표율 결과를 통해 내린 개인적 결론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여전히 관심이 없다입니다. 이것은 절대 단시간에 바꿀 수 없다 생각합니다. 왜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행사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투표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외침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때 흔히 말하는 일진, 언어를 순화해서 비행청소년들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옵니다. 그들은 놀고 먹고 즐기는데 관심이 있죠. 공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정치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애들이 커서 투표권을 얻으면 투표를 할까요? 원래 관심이 없었기에 투표하는 것에 대한 관심조차 없겠지요. 이렇게 투표를 행사하지 않는 이들은 아예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나중에 나라가 망하는 현실이 눈앞에 직접 보이지 않는다면 모를까 아예 다른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당장 먹고 살기 빠듯한 사람들은 투표 행사하는 것을 사치로 여길 수도 있겠죠. 투표 하나 행사하는 것보다 당장 오늘하루 일해서 돈버는 것이 낫기에 선거에 관심이 가지지 않는 거겠죠. 그런 분들의 경우에는 정치는 내 삶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투표하라고 하는 말은 잘 들리지 않겠죠. 그런 분들에게는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이유로 투표는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투표해라 해도 사람이 한번 무관심한 것에는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 법입니다.
투표율 54.3%라는 것은 결국 정치에 관심 갖는 사람만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투표율 54.3%인 결과를 보니 MB정권 심판한다더니 정치를 바꾸자더니 하더니 결국 그것은 말뿐이었느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보면 18대 총선 한나라 37.5%, 친박연대 13.2%, 자유선진 6.8% 총 57.5%, 통합민주 25.2%, 민주노동당 5.7% 등 대략 30% 조금 넘는 비율에서
이번 19대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 42.8%, 자유선진 3.2%, 총 46%, 민주통합당 36.5%, 통합진보당 10.3%, 총 46.8%로 야권연대쪽에서의 득표율의 증가로 비슷한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투표한 54.3% 안에서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야당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번 총선의 결과가 우리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한 정당에 대한 국민의 충고가 되어야 했지만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거름은 될 수 있을거라 봅니다. 야권연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MB정권 심판론에만 의존하며 안일한 전략을 세워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뤄내지 못한 것을 교훈삼아 앞으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좀 더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야하겠지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들은 결과만을 보고 낙심하면 안됩니다. 그 안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분명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습니다. 여기서 낙심하면 변화도 이대로 멈추고 말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모두 정치 역시 일상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저는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지극히 주관적으로 야권입장에서 글을 썼습니다. 사람들을 보면 중도를 취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라고 하는데 저는 그 생각과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저는 회색분자가 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흑백논리로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것보다 어설프게 중도를 흉내내려고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확실한 주장이 있을 때 다른 이와의 의견조율 과정도 의미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여당을 보면 딱 한가지 부러운 것이 있습니다. 자기편은 무슨 잘못을 해도 다 감싸주지요. 성희롱 발언이든, 비리든, 논문 표절이든 말입니다. 그에 비해 야당은 같은 편의 조그마한 문제만 생기면 여당보다 먼저 쳐내리기 바쁩니다. 어찌보면 여당에 비해 내세울 것이 도덕적, 자신은 깨끗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싶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또한 같은 진영의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에게까지 그 불똥이 튈까 염려되어 피하는 비겁함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자신이 어떤 당을 지지한다면 그 당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 무조건 감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큰 틀을 봐야한다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이번에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그만 나무보다 현 정권이 과연 나라를 잘 운영했는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는가와 같은 좀 더 큰 숲을 보았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명확했으리라 봅니다.
오유를 보면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 잘못을 하면 쳐내리기 바쁜데 저는 그래도 지지할 수 있으면 지지해주고 잘못을 감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당과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느냐, 흔히 말하는 수꼴과 다를게 무엇이겠느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소리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당장 제일 크게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이고, 그 큰 그림을 위해서라면 작은 잘못은 당장은 감싸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눈앞에 구정물이 있고 깨끗한 물을 부어 깨끗한 물로 만들어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구정물이 계속 구정물이었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짠 하고 깨끗한 물로 변할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천천히 천천히 까만 색이었던 물이 조금씩 희게 변하면서 깨끗한 물로 변해갈 겁니다.
정치판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국민들 기대에 못 미치고 비리도 많고 깨끗하지만은 않은 상태라 할 때 그러한 정치판이 깨끗해지려면 구정물과 깨끗한 물의 중간인 회색물의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는 분명 자신이 지지하는 당 역시 비리를 저지르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보고 당장의 잘못은 감싸줄 줄도 아는 융통성 아닌 융통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지난 5년간의 국정 운영을 잘못해온 것에 대한 대가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큰 틀이기에 그 과정에서 제가 지지하는 당이 설혹 잘못을 한다 하더라도 일단 큰 틀을 위해 잘못을 덮어두었으면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한 잘못은 큰 틀이 이뤄지고 나서 따지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s 부분은 제가 정치를 바라보는 입장에 대해 쓴 것입니다. 제 입장과 다른 의견을 말씀하고 싶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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