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옵션 |
|
한국 요리들 중에는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된 종류가 많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는 새우젓이나 창난젓 같이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젓갈류도 있는데, 한국에 오래 살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서양인들도 젓갈의 냄새 때문에 차마 먹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대 서양에서도 한국의 젓갈과 비슷한 요리가 있었는데, 바로 가룸(garum)입니다.
가룸은 고대 서양 문명의 뿌리였던 로마인들이 먹었는데, 항아리 안에 생선들을 넣고 소금을 뿌린 후에 두 달 정도 발효시켜서 만들었습니다.
대체로 가룸은 멸치의 일종인 앤초비를 넣은 것을 최고로 쳤고, 그 다음이 고등어의 피나 다랑어로 만든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잡힌 지 오래되었거나 폐사한 생선의 창자로 만든 가룸은 가장 품질이 떨어지는 3등급 취급을 받았었죠.
가룸의 맛은 생선 창자와 물고기 피의 양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창자와 피가 많이 들어가면 맛이 자극적이었고 적게 들어가면 그만큼 밋밋하고 싱거웠을 것입니다.
로마인들은 이런 가룸을 매우 좋아했는데, 당시 로마인들이 먹었던 요리에 관한 기록들을 보면 비싸고 호화스러운 요리에도 짜디짠 가룸을 마구 뿌리는 바람에 원래 음식의 맛을 찾을 수 없다고 탄식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요리마다 매운 맛이 나는 고추장이나 캡사이신을 마구 뿌리는 일과 비슷한데, 원래 발효 식품들은 한 번 중독이 되면 그 맛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법입니다.
로마가 망하고 나서 그 후계국가인 동로마(비잔티움)에서도 가룸은 계속 이어졌는데, 968년 신성로마제국(독일) 황제의 대사로 동로마에 파견된 주교인 리우트프란드는 동로마 황제 니케포루스한테 영접받는 자리에 나온 음식들마다 '역겨운 냄새가 나는 생선 소스'가 잔뜩 뿌려져 있어서 도저히 먹지 못했다고 기록을 남긴 바 있습니다.
여기서 리우트프란드가 언급한 '생선 소스'가 바로 가룸이었습니다. 젓갈의 독특한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아마 그의 입맛에도 가룸이 맞지 않았나 봅니다.
1453년 동로마가 오스만 제국(터키)에 멸망당하고 나서 가룸은 그 제조법이 끊겨 오랫동안 잊혀졌으나, 20세기에 들어서 로마 문화의 애호가들이 다시 가룸의 제조법을 연구하여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스페인 같은 지역에 가보면 당시 로마 시절의 가룸을 복원하여 판매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시면 한 번 가보셔서 맛을 보시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합니다.
출처 |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도현신 지음/ 시대의창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