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 기사 관련 곤혹스런 대법원
오늘은 23일,일요일입니다.
좀 바빴습니다.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판결 기사 때문에 좀 바빴습니다.이것 저것 알아보느라 그랬습니다.
기사는 짧은 치마 입은 여성의 다리 촬영 행위는 `무죄'라는 제목으로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의 다리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것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이에 따라 여성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제목에 이어 이런 내용을 접하면,언뜻 여성의 다리를 막 찍어대도 상관없겠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다간 정말 큰일 납니다.
사건 개요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A씨가 있습니다.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앞에 앉아있는 여성을 허락받지 않고 찍습니다.그러고는 그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같은 날 A씨는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 앞에 있는 여성 다리를 찍는 듯한 동작을 취하다 지하철 수사대 등 다른 사람에게 걸린 것 같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으로 보면 에스컬레이터에서 사진을 찍다가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죠.
일단 도촬로 조사를 받습니다. 목격자는 A씨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수상쩍은 행동을 한 것같다는 정황 진술을 합니다.근데 휴대폰을 살펴보니 에스컬레이터에서 찍힌 사진이 없습니다. 더 뒤져 보니 좀 전에 지하철에서 앉아있는 여성을 찍은 사진이 발견됩니다.그래서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벌금 50만원에 약식 기소합니다.
"여성 치마 밑 다리를 찍어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는게 이유입니다.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실제 사진이 찍힌 피해자의 신원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다만 사진만 있을 뿐.
약식기소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하죠.
1심 재판부는 에스컬레이터 건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정황을 진술한 증거 외에 실제 찍힌 사진이 없다.결국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때립니다.또 지하철 앉아 있는 여성을 촬영한 건에 대해서는 실제 찍힌 사진을 보니 이 사진은 여성의 다리를 집중해서 찍은 게 아니라 얼굴을 제외한 목부터 다리 끝까지 거의 전신이 찍혔더랍니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라 검찰이 특정한 '다리 부분'은 실제 사진에는 정말 작게 나왔다는 거죠.그래서 사진 전체로 보면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가 아니라며 이에 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를 때립니다.2심과 3심에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경위야 어쨌든 오늘 하루 짧은치마 입은 여성의 다리 촬영 행위는 무죄'라는 내용의 기사가 확산됐습니다.여기에 덧붙여 여성계의 반발도 곁들여졌습니다.
같은 내용을 읽어도 서로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처음 이런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저도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열심히 법원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특히 대법원이 '다리 부분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체 부위가 아니라.'고 봤는지에 대해서요.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법원이 이런 판단을 했다면 정말 센세이셔널한 일이죠.
하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1심 판단을 인정한 것이지 대법원이 여성 다리 부분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실제 피해자 신원이 확보되서 그 사람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을 하면 사건 전개가 다소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이 사건은 사진 속 피해자는 신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장황하게 떠들었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성들의 다리 부분을 남자들이 무단으로,허락없이 찍은 것을 무죄라고 대법원이 판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죠.고로 '뭬야~ 법원이 이런 싸가지 없는 판결을 내렸어?'라고 화내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법원 판단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많습니다.같은 죄라도 정도나 세부적인 상황 등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증거가 충분한가 아닌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추정과 추측으로 유무죄 판결을 내릴 수가 없는 게 법원 입장이기 때문입니다.나쁜 일을 저질렀다고 충분히 의심이 들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으면 법원은 유죄라고 판결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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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블로그뉴스 펌입니다.
저 사건 관련 기사들의 댓글을 쭉 살펴보니 기자의 의도대로 낚이신 분들이 많더군요.
주요 포탈의 메인에 떴던 기사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의 다리를 찍은 사진'이라고 나왔기 때문이죠.
뭐, 맞는 말입니다. 전신을 찍은 사진도 다리를 찍은 사진이니까요.
이래서 기자들이 욕먹는게 아닌가 싶네요.
출처:
http://icarus.blog.seoul.co.kr/entry/여성의-다리는-성적-수치심을-유발시키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