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청와대가 2000건에 달하는 각종 규제개혁 작업을 상반기 내 정비하도록 각 부처에 직접 독려하면서 의약분야 규제도 대폭 풀릴 것으로 보인다.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최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주요 규제관련 차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새정부 규제개혁추진 방향과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곽 수석은 "상반기 중 경제단체에서 정부에 건의한 1664건을 포함, 약 2000건의 규제가 개혁 대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현재 등록된 규제 건수가 5116건인 것을 감안하면 약 40%의 규제가 풀리는 셈.
곽 수석은 업계 건의 사항과 현장 점검, 수요자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규제개혁 대상 과제를 발굴해 이달 말까지 세부 개선계획을 마련해 줄 것을 각 부처에 요청했다.
또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복합 규제는 중점관리과제로 선정, 관련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조토록 당부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0월 전경련은 '규제개혁 종합연구' 결과를 국무총리실에 전달, 총 1644건의 규제 중 일부 폐지(516건) 또는 개선(1148건)을 건의했다.
해당보고서는 지난해 5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경련에 정부등록 규제 5000여건에 대한 경제계 입장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청,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이 약 3개월간 검토한 끝에 도출된 내용.
이에 따라 해당 보고서에서 포함된 내용이 대부분 상반기 중 정부가 추진하려는 규제개혁 과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 의료서비스·의약품 관련 151건, 토지이용 관련 120건, 환경규제 117건, 금융관련 112건 등이 방대한 규제개혁 건의안이 들어있다.
◇ 당연지정제 폐지·영리의료법인…'병원 무한경쟁' 임박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는 새정부 초부터 논란이 커지고 있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해당보고서는 의료광고 금지 문제의 '대폭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산업화를 위해서는 의료광고의 촉진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지난해 4월 시행된 사전광고심의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
또 현재 운영되는 의료광고심의기준에 따른 의료광고 금지 대상이 '지나치게 광의적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보수적인 의사협회와 규제적인 정부가 합동으로 의료광고심의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전경련은 의료광고업자를 중심으로 하되 의료전문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운영을 제안했다.
특히 시민단체들로부터 반발이 거센 '요양기관 계약제' 폐지가 포함돼 있다. 전경련은 현재 건강보험 의료기관 강제지정제는 전국민의료보험 조기 달성을 위해 동원된 방법으로 저수가체계를 유지하는 장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료공급자간 경쟁을 배제시켜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의료성과가 높은 의료공급자의 차별성이 없어지는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것. 또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대체적인 가입자 풀(보험자)이 없어 건강보험이 독점적 지위로 공급자에게 압력을 상당히 주는 부작용이 발생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오히려 건강보험이 정한 일정수준 이상 의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요양기관 계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의 서비스 품질향상을 유인할 수 있고 공보험과 계약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생겨 순수하게 자유진료와 고급의료를 지향, 의료기관간 경쟁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요양급여 가감지급제'도 삭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요양기관의 공단부담액의 10% 범위안에서 요양급여비를 가감 조정 지급하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것.
감액조치를 당한 후 건강보험 재정 외에 새로운 재원 조달방법이 없다면 한정된 재원 내 제로섬 게임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요양기관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며, 적정진료와 적정급여기준도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병원협회 등도 주장하는 '영리의료법인'도 규제개혁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영리목적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지 않고 개설허가사항 변경 시·도시자 허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의료로 인한 수익활동을 배제하고 의료가 사회공공재로서 기능을 수행토록 하기 위한 것이나, 현재 각종 의료기관이 영리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에 국가 보건의료시책 상 공공의료시설은 적절히 갖추어나가되 의료기관 설립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고, 진료행위만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면허소지자만 하도록 하는 것이 의학발전과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또 의료인 1인의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 개설을 하길 원한다면, 이는 의료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상당한 조건을 갖췄다고 보고 경쟁촉진을 위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1인 의료인 복수 의료기관 개설 제한'의 폐지를 주장했다.
◇ 의약품 약가, 정부규제 그만할 때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는 주로 정부주도의 약가산정 방식에 대한 규제 개선이 눈에 띈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화제·감기약 등 일반약 슈퍼판매 도입도 포함돼 있다.
우선 개량신약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절차를 없애는 대신 개량신약 건강보험 등재기준에 의거해 산출·고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량신약이 건강보험 등재기준치 이상의 상한금액을 요구할 시에 한해서만 공단과 협상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현재 복지부가 밝힌 국민건강보험법상 개량신약 건강보험 등재기준을 보면, 임상적 유용성이 '향상된' 개량신약은 비용대비 경제성 평가에 의해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대략적으로 오리지널 약가의 80~100%선이 기준이며 임상적 유용성이 월등히 좋다면 오리지널 약가보다 더 높은 기준도 가능하다.
임상적 유용성이 기존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개량신약의 경우, 기존 오리지널 복제의약품이 없을 경우 오리지널 약가의 80%가 비용기준이 되고 복제의약품이 있다면 첫번째 복제의약품 가격수준이 비용기준이 된다.
개량신약은 이같은 등재기준이 있지만 현 제도상에는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절차를 거치게 돼 있어, 이 협상과정을 없앨 경우 협상기일 소요에 따른 보험등재 지연으로 보험재정 절감 기회를 상실할 수 있고 국내 개량신약 개발 촉진 및 지원·R&D투자 확대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란 기대다.
더불어 신규, 신약의 경우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제도'는 사실상 공단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어 폐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심평원에서 보험등재여부를 적정 약가 기준으로 판단함에도 불구 급여결정된 약제를 건보공단이 또다시 약가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거나 등재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한 이중규제라는 것.
또 국가단일 의료보험제도에서 정부의 급여리스트에 등재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판매가 어려워 제약기업은 공단의 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불평등하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약제 사용량-약가 연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신약 협상 당시 예상사용량을 초과(1년후 30%, 2년이후 60%)하거나 또는 효능·효과가 추가되거나 보험 인정범위가 확대돼 사용량이 늘어나면 약가가 인하된다.
사용량이 증가했다고 해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반 시장적 제도로, 국내제약산업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험재정 절감만을 고려한 독소조항이라는 것. 특히 신약의 특허만료시 약가를 20% 인하하는 등 현재 건강보험 중 약제비를 절감하는 방안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한편 새정부 들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일반약 슈퍼판매를 위해 '의약외품의 약국외 판매제한' 개선 내용도 포함돼 있다.
외국의 경우 일반의약품은 드링크류·해열제·소화제 등을 처방전 없이도 약국이 아닌 식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판매 강제는 약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며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이에 가정상비약인 소화제, 지사제,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 처방이나 전문성 필요없이 일반적으로 사용법이 잘 알려진 단순의약품의 의약외품 지정 확대가 필요하며 일반소매점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대국민홍보를 강화해 소비자 안전사고 예방과 제품 오남용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의료서비스·의약품 분야 규제 개혁 제안과 관련, 일부에서는 의료의 산업화를 주장할 수 있다는 주장인 반면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주장이라는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과연 올 상반기 내 얼마나 많은 규제가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