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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다른 클리앙분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코미디언을 뽑은 이유" 글을 올려주셨는데요,
CLIEN
확실히 금방 이해하기 쉽더군요.
다만 저는 이 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인들에게 실망하게 되었는지, 좀 더 상세하게 보완을 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정치가 친서방 vs 친러파로 나뉘어 대립하는 구도였다는 것은 이전 글에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CLIEN
아래는 2010년 대선 투표 결과 그림입니다.
그리고 2014년 2차 유로마이단 시위로 친러파 정부를 뒤엎고 친서방파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시 대선 후보로 나선 지지율 1위 포로셴코와 2위 티모셴코는 둘 다 친서방파입니다. 그리고 둘 다 재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습니다.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1. 당시 시위대는 티모셴코 사진을 들고 다녔는 데, 어째서 포로셴코가 당선되었는가.
티모셴코의 투옥 혐의가 문제였습니다.
러시아 국영 가스공사 가즈프롬에 뇌물 먹였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받았었거든요.
티모셴코는 원래 평범한 서민 가정 출신인데, 남편과 함께 슈퍼마켓을 차려서 성공했습니다.
슈퍼마켓에 불법 복사본 비디오 테이프를 들여놓고 빌려주는 것으로 히트를 쳐서, 슈퍼마켓 분점을 늘려서 체인화합니다.
(미국이나 해외 유학 가본 적 있는 분들은 이게 뭔지 아실 겁니다)
슈퍼마켓 체인으로 성공한 티모센코는 국영 연합에너지 시스템 사장을 지내며 돈을 모았고, 이후 대박을 하나 터트리는 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가스관 사업에 뛰어들어서 중개 역할을 맡는 데 성공합니다. 이걸로 재벌의 반열에 오릅니다. 티모셴코는 우크라이나내에서 러시아어 사용 지역에서 자랐기 때문에, 대학 입학할 때까지도 러시아어 밖에 말할 줄 몰랐다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원어민처럼 잘 합니다.
그런 티모셴코가 정계에 진출한 이후에는 강경한 친서방파가 되어서 친러파 탄압에 나서게 된 것이 아이러니하죠.
티모셴코가 투옥되었던 이유는 가스관 사업을 중개할 때, 러시아측에 유리하게 계약을 체결하여 자국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입니다.
저는 그것 자체는 일정 부분 사실이겠지만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거래를 하다보면 내가 유리해 질수도, 불리해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승리한 대통령 야누코비치가 그걸로 상대 후보였던 티모셴코를 감옥에 집어넣은 것은 고의적이고 정치적인 숙청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에 ‘징역 7년’ - 한겨레, 2012. 8. 30
"우크라이나 최고특별법원이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티모셴코 총리는 2009년 재직 당시 러시아와 가스수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자국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
(그리고나서 판사 & 가족 3명이 참수된 채로 발견되는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범인은 특정되지 않았으며, 소문으로는 티모셴코 판결에 불만을 가진 지지층이 불특정 판사를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런 사건은 우크라이나의 정치판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숙청, 살해, 망명 등이 종종 일어나는 곳입니다.)
여하튼 친서방 반러를 기치로 내세웠던 티모셴코가, 러시아에 이득을 안겨준 배임행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받았기 때문에 이미지가 손상입을 수 밖에 없었고, 티모셴코는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더욱 강경한 반러 노선을 탔습니다.
그러자 대중들은 친서방 정치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해 보이던 포로셴코를 선택합니다.
포로센코는 제과 산업에서 성공한 재벌출신 정치인으로, 2차 유로마이단 시위에도 참가하여 자금을 댔습니다.
그리고 E.U.와 협력하되 나토에는 가입하지 않겠다는 온건 노선 공약을 걸었습니다.
포로셴코가 53.2% 득표, 티모셴코가 10.1% 득표로 포로셴코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2. 과반 이상 지지로 당선된 포로셴코는 어떻게 인기를 잃게 되었는가.
당선되고 나자 포로셴코 정권에서는 비리가 잇따랐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2016년 2월에 경제개발부 장관이 이 정권은 너무 부패해서 일 못하겠다고 비난 성명을 내면서 사임한 사건이었습니다.
"나와 내 팀은 노골적 부패를 가리는 방패가 되거나 옛 권력의 방식으로 공공 자금을 통제하려는 자들을 위한 꼭두각시가 될 생각이 없다" 고 말하면서, 포로쉔코 대통령 밑에 있는 여당 원내부대표가 압력을 넣고 있다고 지목을 했지요.
파문이 일자 포로셴코는 전면적 내각 개편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4개월뒤 포로셴코는 정신 못차렸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 터지는 데,
부패청산국장에 23세 새내기 여자 변호사를 앉히고, 내무차관에 24세의 여자 (누드) 모델을 앉혔습니다.
신임 우크라이나 내무차관 아나스타시아 데예바 (누드모델 출신)
우크라이나 부패청산청장 대리에 임명된 안나 칼린추크
그 다음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 포로셴코 정부로부터 뇌물 상납 요구를 받았었다고 폭로합니다.
Bags full of bank notes and a plot to bring down a prime minister: Politician makes claims of vast corruption in Ukraine - 인디펜던트, 2016. 12. 2
"야누코비치를 끌어내리고 수립된 신 정부가 거대한 정치, 경제적 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신 정부의 관료가 밝혔습니다.
친서방 포로쉔코 대통령은 이런 혐의를 부정했으나, 런던으로 망명한 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자 재벌인 알렉산드르 오니췐코는 자신이 의회 고위직 의원들에게 6백만 달러를 지불하자,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재정 장관이 될 수 없었던 정부의 장애물들이 갑자기 극복가능해졌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오니췐코는 또한 정부 고위직이 그에게 전 총리 야체뉵을 반대하는 캠패인에 돈을 낼 것을 요구했다면서, 그 캠페인에 매달 3백만 달러는 냈고, 10개월 가까이 지속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야체뉵 총리는 그의 인기가 떨어지자 올해(2016) 4월에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국방비리도 터집니다.
우크라이나는 내전중이었으므로 국방예산을 늘렸는 데,
포로셴코의 사업파트너였던 재벌 아들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밀수한 다음 고가에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팔아넘긴 것이 폭로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방예산으로 러시아 배를 불려준 것이죠.
의원 면책특권 폐지·반부패 전담기구 설치…젤렌스키 ‘반부패 개혁’ 구상 윤곽 - 한겨레, 2019. 4. 24
"이는 대선 기간에 불거진 방산 비리와도 무관치 않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국방 강화를 외치며 국방비를 늘려왔는데, 지난 2월 포로셴코의 사업 파트너였던 올리가르히(구 소련 해체 후 등장한 신흥 재벌)의 아들이 러시아에서 무기를 밀수한 다음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고가에 팔아넘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폭로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추한 모습이 벌어지는 데,
포로셴코와 티모셴코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맞겨루게 되자, 그 둘은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친러파 포섭에 나섭니다.
둘다 친서방파이고 지지율이 팽팽한 상황하에서는, 친러파의 조그마한 지지율을 얻어 올 수 있다면, 자기가 승리한다 이거지요.
러시아를 한참 욕하다가,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 친러파를 꼬드기는 모습을 보이자,
친서방파 지지층은 실망합니다. 이놈 저놈 반러는 다 핑계였다고 느낀 것입니다.
이에 실망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드라마를 보고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를 지지하기 시작합니다.
지지율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로셴코는 강경 반러 노선을 채택하여 인기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대선 한달을 남겨놓고 헌법을 개정해서 우크라이나의 EU가입과 나토 가입을 명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기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달 (2019년 3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젤렌스키 30%, 포로셴코 16%, 티모셴코 13%를 득표하게 됩니다. 2차 결선투표에서는 젤렌스키가 73%를 얻어서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3. 젤렌스키의 당선과 그 이후
원래 포로셴코는 젤렌스키를 매우 싫어했는 데, 젤렌스키를 스타로 만들어준 방송국이 포로셴코와 앙숙 관계인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 소유였기 때문입니다. 이고르는 젤렌스키의 선거운동 자금도 대줬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젤렌스키는 취임후 포로셴코의 비리를 캐기 시작하고, 포로셴코는 폴란드로 도망갑니다.
"문제는 젤렌스키 역시 올리가르히(재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해외 언론은 우크라이나 금융재벌인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와 젤렌스키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콜로모이스키는 금융업과 철강, 미디어가 주요 사업 무대다. 그가 가지고 있는 방송국이 젤렌스키를 스타로 만들어준 채널 ‘1+1’이다.
원래 콜로모이스키는 유로마이단 혁명 때 시위대 쪽에 서서 사재를 털어 지원했던 올리가르히다. 그 공으로 포로셴코 정부가 들어서면서 드니프로페트로스크 주지사 자리를 지냈다. 그런데 대통령과 불화가 생겼고 그가 가진 우크라이나 최대의 상업은행인 프리바트은행은 국유화됐다. 유대인인 콜로모이스키 역시 이스라엘로 망명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 ‘콜로모이스키의 복수극’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대선 캠페인에 드는 막대한 선거 자금, 갑작스러운 출마 전략이 온전히 젤렌스키 머리에서 나왔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올리가르히를 혁파하겠다는 젤렌스키에게 가장 성가신 문제는 콜로모이스키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 짓느냐로 모아진다."
젤렌스키가 취임후, 대통령 비서실장에 뒷배 봐주던 재벌 콜로모이스키의 변호사를 앉히고,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정보국장에 코미디 스튜디오 감독을 앉히고,
수석보좌관은 로맨틴 코미디 작가를 앉혀놓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으니 설명은 패스하겠습니다.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취임 이틀 만에 발표한 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여론 반응은 싸늘했다. 방송계 동료와 지인 등 측근뿐 아니라 자신의 후원자로 거론돼온 재벌 측 인사를 요직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22일 영국 BBC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변호사 출신 안드리 보단을 임명했다. 보단 신임 비서실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금융재벌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의 변호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콜로모이스키는 우크라이나 최대 민영 은행 ‘프리바트방크’의 옛 소유주로, 정부는 2016년 말 프리바트방크를 국유화했다. 이에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의 은행을 정부 소유로 바꾼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에게 보복하려고 젤렌스키를 꼭두각시로 세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선거 기간에 나오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송계 동료들도 고위직에 올랐다. 그는 2003년 자신이 설립했던 희극단 ‘크바르탈95’에서 책임프로듀서를 지낸 세르히 트리피모프를 대통령비서실 부실장에 임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스타’로 만들었던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종’과 크바르탈95 소속 작가였던 유리 코스튜크도 같은 직책을 맡았다.
고향 친구 이반 바카노프는 정보기관 SBU의 부원장에 임명됐다. 바카노프 신임 부원장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희극단을 운영한 인물로 정보기관 업무와는 무관하다. 희극단 공동 창립자인 세르히 셰피르는 수석보좌관에 임명됐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정치 분석가 블라디미르 소코르는 “이번 인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줬지만 국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수 친구와 사업 파트너에게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출처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7004035?type=recomm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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