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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diablo3_194068
    작성자 : 성성2
    추천 : 29
    조회수 : 2525
    IP : 121.182.***.203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6/02/24 10:52:49
    http://todayhumor.com/?diablo3_194068 모바일
    처녀 귀신 만든 이야기
    옵션
    • 창작글
    22일 월요일
     
    평소대로 사무실에서 주변을 살피며 오유를 눈팅하며 있었다. "뽁..뽁. 뽁.." 익숙한 슬리퍼 소리 부장님이다! 나는 능숙하게 ALT + TAB을 누르고
    열심히 기획안을 작성 중인 회사의 매출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부장님의 발걸음이 내 뒤에서 멈췄다.
     
    "성과장.. 미안한 부탁 하나 해야겠는데, 혹시 내일 대구 출장 가능하겠어? 1박 2일로 다녀와야 할 거 같은데.."
     
    낯선 곳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웬만하면 내게 부탁을 하지 않는 착한 케인 같은 부장님이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1박 2일 대구 출장을 가기로 했다. 와이프에게 출장 이야기를 했을 때 그녀는 내게
     
    "회사에서 가라고 하는 건데 어쩔 수 없지.. 오빠 밤에 게임 실컷 할 수 있어서 좋겠네~" 라고 했다.
     
    게임은 전혀 생각 못 했는데.. 2월 22일... 오후 머릿속에 한동안 봉인했던 외침이 울렸다.
     
    "외쳐 EE!!!!" 
     
    23일 화요일
     
    부푼 꿈을 안고 디아블로의 새로운 성지가 될 거라 예감한 대구에 내려왔다. 예상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대구에서 일 때문에 만난 분이 저녁을 먹자 했지만, 그는 내가 멀리 서울에서 왔기에 "예의상" 밥 이야기를 꺼낸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그와 헤어진 뒤 숙소를 잡은 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대구하면 역시 막창이지.. 하면서 막창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혼자 막창을 구워 먹은 지 얼마 만인가.. 아... 처음이구나.. 해낼 수 있을 거야..
    식당의 모든 사람이 혼자 막창을 구워 먹는 나를 한 번씩 바라봤다. 그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태국 아저씨가 혼자 대구 여행 와서 막창
    구워 먹는구나..'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오래간만에 먹는 막창과 서울에서 보지 못한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은 괜찮았다. 하지만 막창 특유의
    기름기가 약간 느끼했다. '1병 정도는 괜찮겠지..' 느끼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소주 반병을 마셨다. 이런 최고의 안주에 소주를 반 병 밖에
    마시지 않는 건 고대 전설 아즈 주먹을 생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잊힌 영혼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와 같은 큰 결례와 같았지만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더 강해지고 싶은 대머리 수도사 때문에 참았다. 하지만 이게 모든 일의 화근이 될 줄이야...
     
    배를 어느 정도 채운 뒤 기분 좋게 피시방으로 달려갔다. 나의 대머리 수도사는 '오늘은 아즈 주먹 주실 건가요?'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내가 꼭 자네한테 아즈 주먹을 챙겨줄게..' 라고 다짐했다.
    차원균열 공개방에서 남들은 뛰어다니는데 혼자 도도하게 말 타고 다니는 디아블로의 금수저 성기사와 저렇게 굴러다니다 멀미나는 거 아니야..
    라고 걱정될 만큼 쉴 새 없이 굴러다니는 악마사냥꾼, 그리고 방금 눈앞에 뭐가 휙 하고 지나갔는데.. 아! 법사였구나..  그들 사이에서 나의 대머리
    수도사는 묵묵히 달렸다. 나의 컨트롤이 시원찮은지 진격타로는 그들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1시간 넘게 그들 사이에서
    건진 거라고는 없었다. 조금씩 지쳐가고 아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예전 오유에 썼던 글의 댓글 중에 하드코어가 진정한 디아블로를 즐기는 것이라는 댓글이 기억났다.
     
    "그래 나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디아블로의 꽃 하드코어로!"
     
    하드코어라는 단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야동 때문인지 약간 거부감은 들었지만 큰 고민 없이 평소 해보고 싶었던 부두술사 여성을
    클릭했다. 이름을 뭐로 지을까.. 비욘세? 학창시절 내 심장을 벌렁이게 하던 나오미 캠벨? 생긴 거 답지 않게 말도 잘하는 타이라 뱅크스?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하다 '예쁜이' 라고 지어줬다.
    사람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그리고 가지지 않고 태어나는데, 예쁜이는 적어도 주요 부위는 가리고 (굳이 가리지 않아도 되는데...) 빨대 하나는
    들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녀는 처음 만난 좀비들을 향해 빨대를 들고 가래침 아니 독침을 퉤퉤 뱉어댔고, 무사히 마을로 도착했다.
    잠시 담배를 피우며 "이건 하드코어야.. 한 번 죽으면 끝이라고.. 신중하게 하자!" 라며 다짐했다.
    좀비들개와 덩치를 소환하는 부두술사는 굳이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몹들을 처치해서 그런지 그동안 몹들에게 맞으면서 성장하는 수도사와
    다르게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물론 하드코어라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몹들을 이끌고 마라톤도 하고 죽을 위기가 닥치면 잠시 게임을 멈추고
    살아남을 궁리를 한 뒤 집중해서 몇 번의 위기탈출 no.1의 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전율로 느껴지고 재미있었다.
     
    흰색 아이템을 입혀줘도 내게 고마워하던 영유아 시기를 거쳐 예쁜이는 노란 아이템 최소 파란 아이템을 요구하는 사춘기 10대 시절을 거쳐
    드디어 20대 처자로 성장했다. 대머리 수도사 오빠는 20대일 때 전설이 없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예쁜이는 전설 아이템도 보유하고 있고 발컨
    아빠 밑에서 죽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울뿐이었다.
    드디어 2막의 보스 벨리알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서 왕궁을 찾아가는 것은 불경인 거 같아 좀 더 성숙한 여인의 자세로 찾아뵙기 위해
    몹들이 비교적 많아 렙업에 도움이 될 거 같은 황량한 사막을 찾아갔다. 덩치와 개떼는 열심히 싸웠고 예쁜이는 뒤에서 열심히 빨대로
    독침을 내뱉었다.. 예쁜이는 그렇게 황량한 사막에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을 때 저녁에 마신 소주 반병 때문인지 아니면 낯선 타지에서 오후에
    헤매고 다니면서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현실에서 혼령걸음을 시전했다. 무슨 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손에 뭔가 축축한 게 느껴져
    '에이 침흘렸네.. 하며' 눈을 떴을 때 모니터에는
     
    죽었습니다
    당신의 위대한 용기는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라는 글이 있었다.
    나는 위대한 용기도 없고 기억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 예쁜이 살려내라!! 라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캐릭터 선택 창으로 갔을 때 이제 꽃다운
    23살에 아빠를 잘못 만나 삼도천을 외롭게 건넌 (그래도 좀비들개하고 덩치가 있어서 다른 캐릭보다는 덜 외로웠을 것이다.) 예쁜이가
    처녀 귀신이 되어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오.. 시발 떨리는 흑백화면이 무서워서 바지에 쉬할 뻔했다..
     
    미안해 예쁜아.... 아빠가 시즌에서 부활시켜줄게.. ㅠ,ㅠ
    출처 하드코어에 재미를 느낀 아저씨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1. 유령상태의 예쁜이를 보면서 나는 23살에 뭐했나 생각해봤다.
    예쁜이가 좀비 들개를 몰고 다녔다면, 나는 짬타이거 무리의 대장이 되어 군대에서 밥하고 있었다. 젠장

    2. 말도 안 되는 테러방지법에 대항해 필리버스터하고 있는 민주당 및 정의당 의원님들 힘내세요.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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